촉촉히 젖어 있는 비 속의 아테온은 매력이 넘쳤다.

2022년형 신형 아테온, 국내에선 3개 트림이 판매된다. 2.0 TDI 프레스티지, 4모션, R-라인 4모션이다. 하루 종일 비가 내렸던 8월 어느 날, 2.0 TDI R-라인 4모션을 타고 자유로를 달렸다.

아테온은 쿠페 스타일이지만 넓다. 무릎 앞, 머리 위 공간이 여유가 있다. 쿠페라서 뒷좌석 공간이 좁겠다는 걱정은 버려도 된다. 센터 터널만 손바닥 높이로 솟아 있을 뿐이다. 쿠페 스타일이어서 멋지게 폼나고, 공간이 넓어서 편하다. 폼나게 멋진데 편한 차가 이렇게 완성됐다.

섹시한 스타일에 더해 아찔한 레드 컬러는 빗속에서도 눈길을 사로잡기 충분한 아우라를 가졌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측면에 R라인 로고를 적용한 최고 트림이다. R라인 전용 프런트 범퍼, 하만카돈 사운드 시스템, 블랙 카본 인테리어 트림, 리어 스포일러 등이 R라인의 특징.

견고한 수평 라인을 강조하는 인테리어는 직선이 곳곳에 살아 있다. 각 잡고 서 있는 독일 병정이 생각나는 인테리어다. 9.2인치 터치스크린 모니터는 돌출되지 않고 대시보드에 정확하게 매립되어 있다. 인테리어의 정석이다.

스마트폰은 무선으로 연결돼 안드로이드 오토와 연결된다. 당연히 애플 카플레이도 무선 연결이 된다. 쓱쓱 손바닥을 쓸어 넘기는 동작을 하면 화면이 넘어간다. 헤드레스트 일체형 시트가 몸을 제대로 받쳐준다. R라인은 시트에 허벅지 지지대까지 갖췄다.

직렬 4기통 2.0 디젤 직분사 터보 엔진이다. 폭스바겐이 자랑하는 EA288 evo 엔진이다. 200마력, 40.8kgm의 힘이다. 힘만큼 중요한 게 무게다. 공차중량 1,766kg이니 1마력이 감당해야 하는 무게는 8.8kg을 조금 넘는다. 메이커 발표 0~100km/h 가속 시간 7.4초이니 중형 세단에서 기대할 수 있을 정도의 무난한 성능이라 하겠다.

시속 100km에서 7단 1,500rpm~3단 4,200rpm 구간을 커버한다. 서너 겹 마스크를 겹쳐 쓴 듯 엔진 소리는 디젤답지 않게 조용한 편이다. 고속에 접어들며 제법 힘찬 움직임을 보이지만 엔진은 얌전했다. 거친 숨소리를 마음껏 드러내지 못하고 절제된 소리를 조용하게 내뱉는다. 조금은 안쓰럽다.
하루가 다르게 강화되는 배기가스 규제 탓이다. 규제 단계가 올라갈 때마다 마스크를 서너 장씩 더 쓰는 셈이니 숨소리가 제대로 나올 리가 없다. 유로6까지 배기가스가 강화되어 왔으니 이미 열 장쯤 마스크를 쓰고 달리는 셈이다.

그래도 고속주행까지 거뜬하게 해낸다. 다이내믹 모드에선 가속페달과 시트가 직결된듯한 반응을 보였다. 페달을 밟으면 즉시 시트가 몸을 민다. 야성을 빼앗겼지만, 퍼포먼스는 악착같이 지켜냈다. 대견하다.

4모션, 즉 사륜구동 시스템은 고속주행을 제대로 뒷받침하고 있다. 속도가 빠르게 올라갈수록 차체의 흔들림이 증폭된다. 4모션, 네 바퀴가 확보한 구동력이 안정되게, 단단하게 노면을 붙들고 달렸다. 어댑티브 섀시 컨트롤(DCC)도 있다. 살짝 긴장을 푼 편안한 승차감부터 바짝 긴장한 스포츠카의 탄탄한 주행까지 폭넓은 주행 반응을 보인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트래블 어시스트는 최대 210km/h까지 커버한다. 여기에 차선유지 레인 어시스트가 더해져 레벨 2 수준의 주행보조시스템을 구현한다. 그 완성도가 높다. 차선 중앙을 정확하게 유지하고, 차선이 흐릿한 구간에서도 헤매지 않는다. 특히 시야가 안좋을 때에는 반드시 이를 작동하는게 좋겠다.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도심에선 엔진 소리가 끊겼다 이어지길 반복한다. 차가 멈추면 엔진은 죽고 출발하면 살아난다. 안 그래도 좋은 디젤엔진의 효율이 오토 스탑 시스템에 힘입어 더 극적으로 개선된다.

연비는 어떨까? 에코 모드로 파주-서울간 55kn를 경제운전했다. 가속페달을 밟는 듯 마는 듯, 탄력을 받으면 발을 떼고 잠시 기다린 뒤 다시 페달을 밟았다. 비 내리는 도심은 교통체증의 연속. 23km/L 넘게 쌓아올린 연비는 도심 구간에서 부지런히 뒷걸음질 쳤다.
내리는 비 때문에 교통체증이 심해 55를 달리는 데 1시간 31분이 걸렸다. 평균 연비는 20.6km/L를 기록했다. 공인 복합연비는 13.8km/L다. 적극적으로 경제운전을 하면 이만큼 좋은 연비를 만날 수 있다. 사륜구동이 아닌 앞바퀴 굴림 차라면 연비는 더 좋아질 수 있다.

빗속에서 과감하게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다. 앞뒤로 차가 없었고, 곧게 뻗은 직선로여서 미끄러져도 상관없었다. 도로는 잔뜩 물을 머금어 젖어있었다. 끈적하게 잡아주는 제동력이 인상적이다. 체중을 실어 강하게 제동했는데 밀리지 않고 정지했다. 비상등은 스스로 알아서 작동하고 제동을 마치고 출발하면 해제된다.

유럽에선 2035년까지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금지한다. 친환경 자동차 도입을 서두르자는 취지다. 하지만 정반대의 해석도 가능하다. 엔진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안 남았으니 마지막 엔진을 즐기자. 순응인가 반항인가. 당신은 어느 쪽인가.

신형 아테온의 가격은 ▲ 2.0 TDI 프레스티지 5,490만 8,000원, ▲ 2.0 TDI 프레스티지 4모션 5,785만 4,000원 ▲ 2.0 TDI R-라인 4모션 5,981만 7,000원이다.

멋은 본능이다. 멋진 옷 입고 폼나게 살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다. 멋진 차에 눈이 가는 이유다. 편하고 싶은 마음도 본능이다. 멋지게 폼나게는 살고 싶지만 불편한 건 싫은 거다.

아테온은 이를 간파했다. 멋진데 편한 차를 5인승 4도어 쿠페 형식으로 완성했다. 4도어 쿠페, 그것도 5인승이라니. ‘쿠페는 2도어’를 신봉하는 원리주의자들은 택도 없는 소리라 하겠지만 그 말에 귀 기울일 필요는 없겠다. 멋지게 폼나게 편하게. 본능에 충실하면 된다. 아테온은 그런 차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룸미러를 통한 후방 시야에 제약이 있다. 지붕이 뒤로 갈수록 낮아지는 쿠페 스타일이어서다. 룸미러 위로는 지붕, 아래로는 뒷좌석 헤드레스트가 걸린다. 볼 때마다 답답한 거울이지만 차체 구조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디젤엔진을 싫어하는 소비자들도 아테온을 누릴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디젤엔진에 대한 호불호는 개개인의 판단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단지 디젤엔진이 달렸다는 이유만으로 포기하기에 아테온은 너무 멋있다. 가솔린 엔진도 선택할 수 있으면 좋겠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