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그룹이 미국 JD파워 신차품질 조사에서 모두 상위권을 기록했다는 소식이다. 이에 대해 일부 인터넷 언론이나 네티즌들이 “국내 품질이나 신경 써라”, “수출용 차량 품질만 신경 쓰네” 하는 등의 반응도 있었다.

또 상위권에 오른 차들은 알고 보니 대부분 북미 현지 공장에서 생산한 차였다는 이야기와 함께 울산 공장에서 조립작업 중에 유튜브를 보는 그 유명한(!) 사진을 곁들이는 등 무수한 키보드 워리어들의 공격이 이어졌다. 현대차는 좋은 소식을 듣고도 속이 그리 편하지는 않을 것 같다.

품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김에 신입사원 시절 겪었던 품질문제(!)의 현장으로 돌아가 보고자 한다. 현대차가 걸음마를 시작하던 시절로 말이다.

필자가 현대차에 입사하던 1980년대 중반은 현대차가 독자 모델인 포니로 국산 승용차의 꿈을 이룬 지 10여 년이 되어가던 때로 자동차 회사라면 당연히 진출해야 할 자동차의 왕국, 미국 시장에 진출할 목표로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었다.

신입사원 연수를 받고 배치를 받은 곳은 해외영업본부 소속의 부품수출 팀이었다. 부품수출팀의 업무는 정기적인 부품을 공급하는 경우와 부품 재고가 없어 고장 난 차가 정비를 못 하는 상황, VOR(Vehicle On Road), 즉 차가 길에 서 있다는 의미로 긴급 공수해야 하는 경우로 나누어서 운영하고 있었다. 나는 그중에서 북미(그 당시는 북미 진출 전이므로 캐나다) 부품지원 업무 중에서 VOR을 담당하게 되었다. 긴급하게 공급요청이 들어오는 부품을 공장의 부품창고에서 올려 다음날 항공편으로 캐나다로 지원하는 업무였다. 매일 아침 출근하자마자 회사 통신실에 가 우리 팀으로 온 텔렉스를 찾고 분류하는 것으로 하루 업무를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캐나다에서 특히 VOR로 많이 요청하는 부품이 어떤 것들인지 대략 알게 되었는데. 특히 이해가 안 되는 부품이 있었다.

스텔라.

스텔라의 후면유리를 요청하는 VOR이 유난히 많이 들어오는 것이었다. 후면유리가 깨지는 경우가 왜 그렇게 많은가?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선배에게 물어보니 “아! 물샐라 말이야?”하고 대수롭지 않은 듯이 말했다. ‘물샐라’라니. 무슨 소리인가.

스텔라를 개발하면서 현대차는 국내 최초의 고유모델 중형차로써 그 상품성을 강화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시도하였고 그 이후로 다른 차들에도 일반화된 신기술(기능)들이 여러 가지 있었다. 스텔라에게 ‘물샐라’라는 별명을 안겨준 것은 ‘직접접착식 전·후면 유리’였다.

그 당시 국산차 대부분은 승용차뿐 아니라 버스, 트럭들도 전·후면 유리를 차체에 고무 몰딩으로 장착하였다. 그리고 그 고무 몰딩에 PVC 등으로 된 몰딩을 끼워 마감했다. 하지만 투박한 외관에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PVC 몰딩이 햇볕에 바래 변색 되는 경우가 많았다.

스텔라는 외관을 매끄럽게 하고 몰딩이 변색되는 것도 막기 위해 유리를 실리콘으로 차체에 바로 접착하고 스테인리스 몰딩으로 마감해 우수한 방수성능과 아울러 외관도 깔끔하게 구현하였다. 시도는 좋았으나 유리 부착과정에서 실리콘 도포면적이나 양이 적당하지 않거나 차가 너무 고온의 환경 등에 있으면 유리의 접착력이 약해져 떨어지거나 유리와 차체 사이로 물이 스며드는 경우가 발생했단다.

선배의 설명으로는 캐나다의 어느 스텔라 구매자가 아침에 차를 몰고 고속도로를 달려 출근하고 있었는데 그날따라 유난히 뒤통수가 시원해 뒤를 돌아다보니 뒷유리가 없어져서 후방의 풍경이 아주 잘 보이더란다. 웃자고 하는 소리였는지 모르지만 주행 중에 뒷유리가 떨어져 날아가는 장면을 상상해 보니 정말 황당했다.

또 선루프가 옵션으로 장착된 스텔라의 주인이 아침에 출근하기 위해 차 문을 여니 물이 쏟아져 나오더란다. 밤사이에 비가 오기는 했지만 차 안에서 물이 쏟아져 나오다니. 정비공장에 가 살펴보니 선루프와 차체 사이 틈새를 메워주는 몰딩(웨더스트립)이 찢어져 그 사이로 빗물이 스며들었단다. 그렇게 전·후면유리와 선루프를 통해 물이 샌다고 해서 스텔라는 ‘물샐라’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단다. 출시 초기, 전기계통 문제로 인한 화재로 차가 몽땅 타버리는 사건도 있었다지만 나에게는 ‘물샐라’라는 별명이 더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어찌 보면 품질 문제로 인해 회사에 큰 타격을 주고 현대의 이미지를 악화시킨 것은 86년 미국 시장에 수출한 포니 엑셀이 더했다. 오죽하면 신입사원 교육 등에서 반성해야 할 실패 사례로 내부 교육용 교재에까지 올랐을까.

포니 엑셀은 경쟁사 대비 그야말로 파격적으로 싼 가격 덕분에 초기 판매는 좋았으나 잦은 고장과 사후서비스 문제로 판매가 급감했다. 미국 진출 시 포니 엑셀의 싼 가격을 강조하는 광고를 보면 한사람이 차 두 대를 번갈아 몰고 다니는 광고도 있었다. 신차 한 대 값이면 두 대를 살 수 있다는 이야기다.

주로 소득이 낮은 흑인이나 히스패닉계를 주 고객으로 판매했는데 시장에 가는 친구에게 포니 엑셀 하나 사다 달라고 부탁하는 내용으로 비꼬는 코미디 쑈도 있었다. 마치 자전거 한 대 사다 달라고 부탁하는 것처럼 말이다. 심지어는 ‘일회용 차’, ‘붙어있는 건 다 떨어지는 차’, 이런 조롱까지 받았었다.

물샐라, 일회용 차를 만들던 회사의 차들이 미국 JD파워 신차품질 조사에서 모두 상위권을 기록했다는 소식은 그야말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때문에 현대자동차가 내년부터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되어 심각한 상황이다. 하지만 품질 문제는 내연기관, 전기차를 막론하고 언제, 어디서든 직면하는 가장 큰 위기가 될 수 있다. 품질에 문제가 있으면 전기차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은 것, 바로 품질이고 이는 곧 회사의 미래다.

유재형 <자동차 칼럼니스트]

필자 유재형은 1985년 현대자동차에 입사, 중대형 승용차 상품기획을 맡았으며 현대모비스 전신인 현대정공에서 갤로퍼, 싼타모 등의 개발에 참여했다. 이후 현대자동차로 옮겨 싼타페, 투싼 등 SUV 상품개발과 마케팅을 거쳐 현대자동차 국내상품팀장을 끝으로 퇴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