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시장이 혼란스럽다. 디젤 엔진 자동차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현명한 대처가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해 공급 부족 사태를 겪은 국내 요소수 시장은 최근 공급이 많이 늘어나면서 수급은 빠르게 안정을 되찾고 있다. 하지만 품질이 문제다. 수습 불안정을 틈타 불량 요소수들이 크게 늘었고, 이로 인한 자동차 고장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환경부 산하 수도권대기환경청은 지난 6월, 부적합 요소수를 수입 판매한 업체 11곳을 적발, 이들을 고발하고 제품을 전량 회수할 것을 명령했다. 요소 함량 미달, 나트륨 등 유해 성분 기준치 초과 등 품질 부적합 제품들이 적발됐다. 작년 요소수 수급 부족 사태 이후 새로이 사전검사를 받은 수입업체 137개소를 점검한 결과다. 수도권대기환경청은 나머지 402개 수입·제조사에 대해서도 점검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적발된 부적합 요소수의 총수입량은 60만 리터로 25만 리터는 이미 판매되었고, 35만 리터는 재고로 보유 중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교통환경연구소는 최근 ‘자동차 촉매제(요소수) 사후관리 부적합 제품 알림’이라는 공지를 홈페이지 첫 화면에 띄워 소비자들의 주의를 촉구했다. <사진>

연구소는 품질 부적합 판정에 따라 제품 회수 명령을 받은 업체들을 공개했다. 케미택, 대한팜, 에이원 케미칼, 한승케미칼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중 에이원 케미칼은 현대모비스에 요소수를 공급하는 업체다.

문제는 불량 요소수를 사용해도 바로 자동차에 문제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시동은 걸리고, 당장 움직이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배기, 시동 등에 문제가 생기는 이상 증상은 한참 시간이 지난 뒤에 나타난다. 불량 요소수의 불순물이 쌓여 SCR의 노즐과 필터를 막게 되면 가속이 안 되고 시동이 안 걸리는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 질소산화물을 걸러내야 하는 역할도 제대로 할 수 없어 유해 배기가스가 그대로 배출된다.

일단 고장이 발생하면 SCR (배기가스 후처리 장치)을 교체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승용차의 경우 수백만 원, 대형 트럭이나 버스의 경우 수천만 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고스란히 소비자의 부담이다. 당장은 아무 문제 없고, 한참이 지난 뒤에 고장 증상이 발생하면 큰 비용을 들여 고쳐야 한다. 고장의 원인을 밝히고, 비용을 청구해 돌려받고, 법적 책임을 따져 묻는 과정은 일반인이 감당하기엔 너무 힘들어 대부분 포기하고 만다.

결국, 제대로 된 고품질 요소수를 선택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업계 최고 수준의 품질관리를 하는 제품을 선택해 사용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 전 세계적으로 요소수의 품질을 인증하는 ‘애드블루’ 인증 마크가 있다고 해서 모두 믿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인증은 받았지만 계속해서 그 품질 기준에 맞춰서 생산, 유통한다는 보장이 없어서다.

온라인에서 가격이 저렴한 제품을 찾아 대충 구입해 사용하는 것은 불량 요소수를 만나게 되는 지름길이다. 어떤 원료를 쓰는지, 첨단 제조 시설을 갖추고 있는지, 여러 공정의 필터링 과정과 불순물 테스트 등 자체적으로 품질관리를 깐깐하게 하고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제품 관련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는 업체라면 신뢰할만하다. 많은 사람이 구매해 사용하는 제품을 고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요소수의 품질 문제는 잊을만하면 떠오르는 고질적 문제다. 2020년에는 국회에서 요소수 품질 문제와 정부의 관리 문제가 지적되기도 했다. 규모가 작은 업체들도 쉽게 만들 수 있는 제품이라는 인식이 있어서다. 하지만 품질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불량 요소수가 유통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이 감수해야 한다. 아무 제품이나 대충 고르기보다 꼼꼼하게 따져보고 최적의 제품을 고르는 소비자들의 날카롭고 현명한 태도가 필요한 이유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