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를 빼고는 이야기가 되지 않을 만큼 전기차는 바짝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작년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소비량이 많은 전기차 생산은 그 이전보다 두 배로 커졌다. 글로벌 생산량이 2020년 212만대에서 2021년 420만대로 늘었고, 올해는 600만대 이상으로 불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작년 전 세계 차량생산 가운데 5%(420만대) 수준인 순수 전기차 비중은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디지털 산업 관련 리서치를 제공하는 블룸버그 NEF(BNEF)는 전기차가 2040년 세계 신규 승용차 판매의 58%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승용차 두 대중 한 대는 전기차로 팔릴 거라는 이야기다.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를 맞으며 생각해봐야 할 문제들을 짚어본다.

먼저, 그 많은 전기차는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

전기차는 기존의 차를 전기차로 개조하여 만들기도 하지만 생산 효율성을 위해 현대차의 e-GMP(Electric Global Modular Platform), 폭스바겐의 MEB(Modular E- Antriebs Bauksten), 벤츠의 EQ, 토요타의 e-TNGA 등 전기차만을 위한 전용 플랫폼을 바탕으로 생산된다.

순수 전기차 생산업체인 미국의 테슬라, 중국의 Nio 등의 생산량이 많은 것도 결국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먼저 활용했기 때문이다. 다른 경쟁사들도 2025년 경이면 전용 플랫폼을 통한 생산량이 크게 증가할 것이다.

전기차는 기존의 내연기관차에 비해 신생 자동차회사의 진입장벽이 낮다. 전기차는 전통적인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구동 부품이 훨씬 적어 제조과정이 더 단순하다. 단순하다는 것이지 만들기 쉽다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아이오닉5 전기차에 들어가는 부품 덩어리(UPG, Uniform Part Group)는 360개로 내연기관 차(약 500개)의 72% 수준이다. 조립라인에서 조립할 부품의 수가 30% 가까이 줄어드는 것이다. 

더 나아가 가장 중요한 컴포넌트인 배터리와 전력변환 장치 등은 기성품을 구입할 수 있고, 시장에는 수준 높은 공급업체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가 구입해줘야 생산도 가능한 것이다.

자동차와 같이 우리의 생명과 연관이 있는 고가의 상품을 살 때는 기존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클 것이라는 기존의 상식이 전기차에서도 반드시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마치 전기차는 차가 아니라 스마트 폰처럼 세련된 운영체계, 인포테인먼트의 화려함, 스마트 폰처럼 손쉬운 업그레이드 등을 더 중시하기 때문에 인지도가 낮은 신생 업체도 제품만 좋으면 판매에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전기공급의 문제는 없나?

블룸버그 NEF는 전기로 운행하는 전체 자동차로 인해 2040년까지 세계 전력수요가 5.2%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그깟 5% 정도 늘어난다고 과연 우리의 전기사용 생활에 큰 영향을 끼칠까. 전기자동차의 증가, 더 나아가 장기적으로 모든 자동차의 전동화에 대비해 우리의 정부 기관에서도 전력 문제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전기차 충전수요가 최대부하 시간에 집중되지 않도록 분산하는 정책, 에너지 저장시스템(Energy Storage System)을 활성화해서 전기차의 남는 전기를 전력망(그리드)으로 보내는 V2G(Vehicle to Grid)기술 등을 검토하고 있으나 이것은 이미 생산된 전기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일 뿐이다.

전력 사정은 나라마다 다르다. 우리나라의 에너지원별 발전량을 보면 LNG가 25%, 석탄 40%, 원자력 25%, 신재생 에너지 5%로, 원자력은 세계평균인 10%보다 두 배 이상 높고 신재생 에너지는 그 절반에 불과하다.

게다가 우리의 신재생 에너지 발전의 주력인 태양광과 풍력은 지리적, 규모적 취약성으로 그 효율이 매우 떨어진다고 한다. 날씨의 영향을 받는 태양광 발전이나 풍력발전도 중요하지만 신재생 에너지의 설비대비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연료전지나 수소 에너지 등으로 발전방식의 다양화가 필요하다.

소비자의 자동차 문화는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

세계 자동차 시장의 규모 면에서 보면 자동차 판매는 2017년을 정점으로 이후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선진국 시장에서 자동차의 판매는 이미 정점에 도달했다.

전기차 시장이 발전하려면 사회적 인프라가 필요하므로 역설적으로 자동차 판매가 줄어드는 선진국 시장이 전기차가 성장하기 좋은 시장이지만, 유럽과 일본 등은 인구가 밀집되어 있고 많은 지역에서 인구의 고령화(인구감소)가 진행되고 있어(우리나라도 만만치 않지만) 자동차 판매 자체가 미국 등에 비해 더 감소할 수 있다.

코로나로 인한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 가구당 자동차가 두 대가 아니라 한 대만 필요할 수도 있고 그나마도 공유서비스가 발전한 지역에서는 아예 자기 소유의 차가 필요 없게 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같이 아파트 문화가 대중화되고 대규모 단지에 집중되어 살고 있는 지역에서는 주차도 문제지만 전기차를 충전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불편을 고려한다면 대규모 아파트 단지 등에서는 대규모의 공유서비스도 가능할 수 있겠다. 공유 차량을 주차하는 자리에서 충전도 해결할 수 있다.

이런 서비스가 일상화되면 자동차회사의 주 고객은 개인이 아니라 공유서비스 회사가 될 수도 있겠다. 자동차회사 자체적으로 공유서비스 사업을 할 수도 있겠다. 사람들은 차를 사는 게 아니라 자기 아파트 단지 주변 공유서비스 회사의 회원이 되고 회비를 내는 것이다. 물론 미리 신청해야겠지만 주중에는 승용차를 타고, 주말에 가족과 차박을 가려면 외부 전기기기를 사용할 수 있고 험한 길도 갈 수 있는 배터리 용량이 큰 SUV나 MPV를 타고 가면 되고.

전기차는 단순히 자동차의 연료를 화석연료에서 전기로 바꾼 것만이 아니라 자동차가 대중의 발이 된 1900년대 초 이후 120여 년간 익숙해졌던 자동차 문화에 일대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아니 스마트 폰보다도 더 크게 사람들의 생활방식 자체를 바꾸게 될 것이다.

유재형 <자동차 칼럼니스트>

필자 유재형은 1985년 현대자동차에 입사, 중대형 승용차 상품기획을 맡았으며 현대모비스 전신인 현대정공에서 갤로퍼, 싼타모 등의 개발에 참여했다. 이후 현대자동차로 옮겨 싼타페, 투싼 등 SUV 상품개발과 마케팅을 거쳐 현대자동차 국내상품팀장을 끝으로 퇴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