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의 포문이 열렸다. iX와 iX3. i4 등 전기차를 한 번에 쏟아냈다. 이제 BMW 전기차 공세가 본격 시작된다. 시장은 한껏 달아오르고 있다.

BMW의 전기차 역사는 10여 년 전 i3로 시작됐다. 훌륭한 전기차였지만 너무 일찍 등장했다. i3를 지금쯤 내놓았으면 어땠을까. 어쨌든 그렇게 i3는 척후병의 역할을 마쳤고 본진 iX에 바통을 넘겼다.

영종도에서 헤이리마을까지 iX 40을 타고 왕복했다. 풀네임, ‘iX x드라이브 40’이다.

전통적인 SUV의 형태를 취했다. 찢어진 램프, 바짝 세운 코,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개성 강한 얼굴이다. 도로 위에서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브랜드의 상징 키드니 그릴은 전기차에서도 살아남아 전통을 잇고 있다. 기능은 사라졌고 디자인만 남았다.

보닛은 안 열린다. 고압전선과의 접촉 가능성을 원천차단하기 위해서다. 보닛 위의 BMW 앰블럼을 밀면 워셔액을 보충할 수 있는 구멍이 드러난다. 그것 말고는 보닛 안쪽으로는 접근 불가다.

바닥에 배터리를 까는 전기차의 구조상 실내는 넓다. 운전석은 물론 2열 시트에서도 공간은 충분히 여유롭다. 공간 그 자체가 주는 고급감이 넘친다. 대시보드와 윈드실드 사이에도 넓은 공간이 드러난다. 대시보드를 좀 더 앞으로 밀어내 더 넓은 공간을 만들 수도 있었을 텐데 굳이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았다.

차체는 사이드 프레임, 레인 채널, 루프 프레임, 카울 패널 및 리어 윈도 프레임에 모두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을 사용해 ‘카본 케이지’를 형성하고 있다. 가볍고 단단하다. 공차중량 2,415kg으로 마력당 무게비는 7.4kg이다.

육각형에 가까운 원형 스티어링휠은 울퉁불퉁 거친 느낌이다. 전기변색 차광 기능이 탑재된 파노라마 글래스 루프를 적용했다. 별도의 보강재나 선블라인드가 없어 개방감이 뛰어나며, 버튼 하나로 유리를 불투명하게 만들 수 있다.

12.3인치 인스트루먼트 디스플레이와 14.9인치 컨트롤 디스플레이로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구성했다. 그래픽은 화려했고 화면은 선명했다. 게다가 증강현실이 적용된 내비게이션은 카메라로 비추는 실제 화면에 진행 방향을 안내한다. 화면 안에서 실제와 그래픽이 혼재하고 있다.

거실 같은 느낌을 받은 건, i 드라이브 컨트롤러 주변의 목재 때문이다. 갈색 목재를 넓게 사용해 가구의 느낌을 살렸다. 또 하나 주목할 소재는 크리스털이다. 컨트롤러와 시트 조절 레버 등에 고급스러움이 잔뜩 묻어있는 크리스털을 사용했다. 크리스털을 자랑하려 했을까. 시트 조절 레버는 도어 트림으로 꺼내 놓았다. 벤츠처럼.

시동 버튼을 누르면 소리가 반응한다. 지하철의 가속 소음 같은 소리다. 스포츠 모드에서도 비슷한 소리가 들린다. 유명 음악가와 협업해 만든, 가공의 소리다. 일부러 소리를 만들 것까지야. 소리의 진공을 담백하게 받아들이는 게 전기차에는 어울리지 않을까. 비워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모터는 단순명쾌했다. 가속과 동시에 최대토크가 발휘되고 이어지는 즉각적인 가속 반응은 변속 없이 고속주행까지 호쾌하게 움직였다. 전기차다운 빠른 움직임은 분명히 내연기관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스포츠 모드에서 탁월한 가속감을 경험했다. 엔진을 사용하는 스포츠카보다 초반 가속이 더 빠르다. 가속 페달을 꾹 밟으면 시트가 몸을 쭈욱 밀고 가는 느낌을 바로 받는다. 주행하는 동안 미세하지만 지속적인 떨림이 하체에서 올라온다.

코너가 이어지는 와인딩 코스에서는 배터리를 밑으로 배치해 무게중심이 낮은 전기차의 장점을 유감없이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사륜구동의 뒷받침까지 받아 코너에서의 한계속도가 높았다. 빠른 코너 공략이 가능했다. 키가 큰 SUV지만 세단처럼 다뤄도 좋을 정도였다.

앞뒤 차축에 배치한 두 개의 모터로 완성한 사륜구동 시스템에 326마력의 힘. 전륜 모터는 258마력, 후륜 모터는 272마력이다. 엔진과는 질감이 다른 힘이다. 모터는 단순명쾌하고 엔진은 복잡미묘하다.

회전, 연료 분사, 실린더 형상, 변속기의 기어비, 변속 타이밍 등등 복잡한 과정을 거치며 복잡 미묘한 맛을 내는, 힘과 효율의 타협점을 찾아내는 게 엔진이라면 모터는 배터리 용량을 키우고 모터 회전수를 높이는 간단한 조작으로 힘을 키울 수 있다. 물론 모터의 구성과 구조에 따른 변수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엔진에 비한다면 복잡하다고 할 수 없는 수준. 복잡 미묘한 엔진의 시대는 저물고 있고 단순명쾌한 모터의 시대가 밝아오고 있음을 iX가 말해주고 있다.

엔진의 시대에서는 강한 힘을 만들어내는 게 기술이었지만 모터의 시대에선 강한 힘이 앞선 기술을 말하지 않는다. 힘 자랑하는 전기차들이 벌써 차고 넘치고 있음이 이를 말한다.

전기차를 빛내는 건 ‘스마트한 기술’이다. IT, 전자기술을 바탕으로 한 안전 및 편의장비, 자율주행 관련 기술을 어떻게 접목하느냐를 보고 소비자들은 전기차의 기술력을 알아본다. 이를테면 증강현실 내비게이션, 디지털 키 같은 부분이다.

주행보조 시스템은 더 능숙한 운전 실력을 뽐냈다.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 유지 어시스트, 충돌 회피 조향 어시스트 등으로 구성된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프로페셔널’이 기본탑재된다. 스티어링휠에서 손을 떼도 여유롭고 능숙하게 차로 중앙을 유지하며 차간거리를 유지하며 스스로 달렸다. 차선변경까지는 아직 구현하지 않는다.

iX xDrive40의 주행가능 거리는 313km. 유난히 박한 한국의 인증시스템에서 주행 거리 300km를 넘겼다면 안심해도 된다. 악천후가 아니라면 실주행거리 400km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볼 수 있어서다. 실제로 300km라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길어야 두 시간쯤 달리고 휴식 시간을 갖게 마련인데, 쉬는 동안 고속충전기를 이용해 충전하면 된다. 고속충전기도 많이 보급돼 크게 불편할 일은 많지 않다. 전기차에게 불편한 환경은 시간이 흐를수록 개선되고 있다.

보조금을 받는 전기차들은 예산이 소진되면 더 이상 팔리지 않는다. iX xDrive 40은 1억 2,260만원으로 정부의 친환경차 구매 보조금 지원대상이 아니다. 보조금과 상관없이 언제든 차를 살 수 있다는 점은 비싸서 좋은 점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글로브 박스는 너무 좁다. 전기차 특유의 넓은 공간을 확보했음에도 글로브 박스는 좁았다. A4 종이 한 장을 펴서 넣을 수 없을 정도여서 의외였다.스포츠 모드에서 가속하면 들리는 소리는 추운 날 문 틈새를 파고드는 바람 소리 같다. 들리는 소리만으로는 북풍한설의 느낌이다. 만든 소리는 빼는 게 낫겠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