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기량 1.3리터. 작아진 엔진은 잠시 숨을 고른뒤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거침 없는 질주를 이어간다. 작은 고추가 맵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다. 다재다능한 똘똘함과 가성비로 사람의 마음을 홀리는 이 차, 중형세단 시장의 숨은 보석 SM6다.

르노삼성차가 2022년식 SM6를 출시했다. 2020년 여름, 부분 변경을 거친 SM6는 2022년형으로 연식 변경되며, 상품성이 향상됐다. 스마트폰으로 차와 연동하는 ‘이지 커넥트’ 기능은 차 밖에서 차를 이용하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한다.

시동과 공조장치를 원격제어 할 수 있고, 잠긴 문을 열 수도 있다. 연료 잔량, 주행가능 거리를 알 수 있고 스마트 폰에서 검색한 목적지를 내 차로 보내는 등 핸드폰은 차를 조정하는 또 하나의 기기가 됐다.

카페이먼트 기능도 내장됐다. 센터페시아의 9.3인치 터치 스크린 안에 내장된 카페이먼트 기능으로 차에서 내리지 않고, 음식을 미리 주문해 받을 수 있고, 주유도 가능하다.

4,855×1,870×1,460mm의 사이즈로 휠베이스는 2,810mm다. 락투락 조향비는 2.6회전을 한다. 스티어링 반응은 탄성력이 좋으며, 살짝 묵직하다. 차 크기에 비하면 조금 타이트한 락투락 조향비다.

2열 착석 시 무릎 앞으로 주먹 두 개가 꽉 차게 들어가며, 머리 위로 주먹 하나의 공간이 있다. 2열 중앙에 착석하면 머리 위 여유 공간은 사라진다.

운전석과 동승석에 비행기 1등석에 적용되는 프레스티지 헤드레스트가 장착됐다. 프레스티지 헤드레스트는 운전 중 머리를 편하게 받쳐주며, 올바른 자세로 운전할 수 있게 도와준다.

보스 사운드 시스템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말동무 하나 없는 83km의 기나긴 구간, 보스에서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은 운전자의 귓가를 간지럽히며, 다운된 기분을 올려준다.

투박했던 하이패스 룸미러는 사라졌다. 그 자리에 엣지있는 스타일의 프레임 리스 룸미러가 들어왔다. 고급스러운 느낌이 물씬 살아난다. 룸미러에 삽입되던 카드 방식의 하이패스는 SIM카드 방식으로 바뀌었다.

내비게이션에는 티맵이 장착됐다. 티맵 데이터를 이용한 실시간 주행 경로는 운전자의 가독성을 높여줘 경로 이탈 없는 주행을 이어간다. 주행 중 위기에 처했을 때, 어시스트 콜 기능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ISG가 들어갔다. 떠들던 엔진은 순간 입을 다물고 조용히 있다. 작아진 엔진은, 정차 시 기능이 멈춘다.

TCe 260엔진은 르노와 다임러가 공동 개발했다. 벤츠 A 클래스에 사용하는 바로 그 엔진이다. 직렬 4기통 1.3 직분사 터보 엔진으로 최고출력 156마력 최대토크 26.5kg.m의 힘을 낸다. 그 힘을 조율하는 건 7단 자동변속기다.

시속 60km에서 80km 중저속 구간. 엔진은 1,000rpm 중후반을 가리키며, 느긋하게 움직인다. 유유자적, 중형 세단 특유의 편안함이 빛나는 순간이다. 엔진 소리는 조금 크게 들린다. 배기량이 적어 회전수를 조금 더 올려야 하는 탓이다.

7단 1,800rpm ~ 4단 3,700rpm 구간에서 시속 100km를 커버한다. 중저속에서 느긋한 모습을 보인 TCe 260은 탄력이 붙자 제법 우수한 고속 주행 능력을 보인다. 2,000rpm 중반에서 시원한 가속을 이어간다. 약골같던 친구가 400m 계주 선수로 활약을 하는 모습과도 같다. 고속 주행 시 풍절음은 다소 강하게 들린다.

SM6는 기존 대비 첨단 주행 보조 기능을 대폭 향상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이 장착됐다. 막히는 길목, 갑작스럽게 예고도 없이 다른 차가 끼어들어도 부드럽게 멈추는 관대한 모습을 보인다. 운전자가 미처 챙기지못하는 경우에도 빈틈없이 차간 거리를 조절하고 차로 이탈을 막아준다. 후방교차 충돌 경보, 360도 주차 보조 등으로 안전성을 대폭 끌어올렸다.

시승차는 SM6 TCe 260 RE 시그니처 트림 2,975만 원, 라이팅 패키지 (93만 원), 이지 커넥트 패키지 2 (157만 원), 드라이빙 어시스트 패키지2 (74만 원)의 옵션이 적용돼, 총 3,299만 원이다. 경쟁사 대비 1,000만원 이상 저렴한 가격대다. 브랜드를 대표하는 중형세단을 이 가격에 살 수 있다는 건 치명적인 매력이다.

이상진 daedusj@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