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경차 캐스퍼로 SNS가 뜨겁다. 캐스퍼는 제품 자체보다 그 제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환경이 기존과 다르기 때문에 그로 인한 추측이 무수한 기대와 전망을 내놓았던 것 같다.

작년 말부터인가 800만 원대의 경차가 나온다는 이야기가 언론 기사 및 SNS를 통해 들려오기 시작했다. (자료를 찾아보니 2004년 출시한 기아의 1세대 모닝 수동변속기 모델이 800만 원이 넘었는데 사실이라면 대단한 일이었다.)

풍문은 이랬다. 캐스퍼는 현대자동차에서 개발하고 생산은 국내 첫 상생형 지역 일자리 모델이라는 ‘광주형 일자리’로 탄생한 광주글로벌모터스(GGM)에서 생산하며 판매도 온라인으로 한다는 것. 터무니없는 카더라 통신이라고 무시하기에는 그 배경이 그럴듯해 혹시나 하고 관심을 두는 사람이 많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캐스퍼에게는 단적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사항이 몇 가지 있다.
첫째, 노동조합이 없다. 노동조합이 없으니 이제 툭하면 파업해서 차가 나오기를 목이 빠지게 기다리게 하고 연봉 1억을 받으면서도 매년 보너스에 임금인상을 부르짖는 모습을 안 봐도 된다는 이야기 아닌가.

둘째. 임금이 기존 완성차 업체의 절반 수준이다. 임금이 기존 완성차 업체의 절반 수준으로 연봉이 3,500만 원 수준이다.

셋째, 온라인으로만 판매한다. 온라인으로 판매를 한다니 카마스터 수당도 없고 영업점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도 없다. 아버님 또래의 카 마스터가 떡 버티고 앉아계시는 전시장에 쭈뼛거리며 들어갈 필요도 없고.

캐스퍼가 비싸다는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기본형인 스마트 1,385만 원, 중간급인 모던 1,590만 원, 가장 고급형인 인스퍼레이션 1,870만 원이다.

지금 판매 중인 경차인 레이와 한번 간단히 비교해보자. 변속기는 허접하다고 두들겨대는 4단 자동변속기로 레이와 같고, 요즘 모델 차별화 기준으로 삼는다는 버튼 시동이 있는 레이 프레스티지(1,475만 원)와 캐스퍼 모던을 비교하니 캐스퍼가 115만 원 비싸다.

아반떼의 중간모델인 모던(1,948만 원)과 비교하면 캐스퍼가 358만 원 싸다. 아반떼는 경차와는 세제가 다르니 캐스퍼와 같이 공장도가격에 부가세 10%만 적용해보니 1,863만 원으로 캐스퍼와의 차이는 273만 원으로 줄어든다. 결국 같은 세제 기준으로 캐스퍼가 레이보다 115만 원 비싸고 아반떼보다 273만 원 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좀 수준 높은 양반들은 유사한 가격대에 연비 등 성능이 월등한 일본의 막강한 경차들을 들이대면서 캐스퍼를 깎아내리지만 우리보다 20배나 경차를 많이 파는 일본 시장의 막강 경차들과 10년 만에 간신히 신차 한 대 내놓은 경차 시장을 대놓고 비교하는 건 좀 심하다고 본다.

맛과 분위기는 호텔 수준이고 가격은 동네 중국집 수준인 짜장면은 그만 찾자. 가격이 조금 높더라도 허접하지 않은, 탈만한 차를 만드는 것이 현실적이다. 아무리 싼들 뭐하나. 아무도 거들떠보지를 않는다면 말이다.

현대차라면 우르르 몰려와서 일단 두들기고 보는 키보드 워리어들은 캐스퍼가 대략 모닝이나 레이 가격 수준으로 나올 것으로 전망했을 것이다. 그보다 낮은 가격으로 나온다면 더 좋고.

일단 800만 원을 던져놓으면 아무리 낮은 가격으로 나온다고 해도 800만 원보다는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일 테니 두들기기에는 더없이 좋은 환경이 아니겠는가. 어차피 계약이 넘쳐 올해는 물론, 내년 상반기 물량까지 확보할 예정이라고 하니 생산에만 전념하면 될 것이고 가격이 어떠니 사양이 어떠니 하는 이야기는 별 의미가 없다고 하겠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일은 산재해 있다.

노조가 아예 없는 것이 아니다. 노동조합과의 협의를 통해 생산량 누계가 35만대가 될 때까지는 단체협약을 유예한다는 조건이다. 오죽했으면 현대자동차가 이 조건이 없으면 투자협정을 못 하겠다고 버티며 사업무산의 경지까지 끌어갔었겠는가. 광주형 일자리는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는데도 말이다. 반드시 이 협약이 지켜져 안정된 상태에서 생산하는 환경이 깨지지 않도록 노사가 긴밀한 협조를 해 나가야 이 소중한 일자리가 유지될 것이다.

연봉 3,500만 원인 임금도 그 이면이 있다. 기존 완성차 업계의 절반도 안 되는 임금을 그저 참고 버티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임금 부족분을 사회적 임금이라는 형식으로 주거, 교육, 의료부문의 혜택을 통해 보전해 준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벌써 이 사회적 임금이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온라인으로 판매 역시 어디까지인지 알 수 없다. 캐스퍼에 한해서는 판매노조에서 온라인 판매를 묵인하는 상황이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알 수 없는 일이다. 현대차의 판매가 줄어들고 캐스퍼의 판매호조가 계속된다고 해도 판매노조에서는 온라인으로만 판매하도록 묵인할까?

이뿐 아니다. GGM 공장은 년 7만대 생산을 시작으로 10만대, 최종적으로는 20만대까지 생산량을 늘리겠다고 한다. 캐스퍼 단일차종으로 년 20만 대씩 팔린다면 좋겠지만 아니면 결국은 추가 차종을 투입해야 하는데 과연 노조에서 계속 동의하겠는가.

또 GGM에 추가모델을 투입한다 해도 과연 판매도 계속 온라인으로만 할 수 있을까? 전기차가 좀 더 빠르게 대세가 되면 크든 작든 전기차도 생산해야 할 텐데 노조에서 전기차마저도 양보할까? 이런 사항들을 해결하려면 엄청난 변화와 결단이 정부와 사측, 노측에 모두 필요할 것이다.

광주형 일자리는 독일형 일자리를 참고했다고 하지만 독일과는 많은 부분에서 다르다. 2000년 초 경기침체로 자동차 생산량이 급감함에 따라 독일의 완성차 업체인 폭스바겐이 ‘AUTO 5000’이라는 이름으로 자회사 형태로 당시 자동차 생산직의 80% 수준 월급인 5,000마르크로 5,000명의 일자리를 만든 것을 참고했다고 한다.
그러나 ‘AUTO 5000’은 폭스바겐의 필요에 따라 폭스바겐이 먼저 제안했고 정부의 협조와 노조의 과감한 양보가 이룬 상생의 프로젝트였다.

일단 주사위가 던져진 광주형 일자리, GGM은 어쨌든 큰 우려 속에 그 첫발을 떼었다. 단순히 캐스퍼의 판매 성공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의 변화를 시도하는 선구자의 역할로 ‘새바람’을 일으켜주기 바란다. ‘역시나’가 아니고 말이다.

유재형 <자동차 칼럼니스트>

필자 유재형은 1985년 현대자동차에 입사, 중대형 승용차 상품기획을 맡았으며 현대모비스 전신인 현대정공에서 갤로퍼, 싼타모 등의 개발에 참여했다. 이후 현대자동차로 옮겨 싼타페, 투싼 등 SUV 상품개발과 마케팅을 거쳐 현대자동차 국내상품팀장을 끝으로 퇴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