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의 플래그십 SUV 네비게이터. 풀사이즈 SUV다. 크기가 어마어마하다. 길이 너비 높이가 5,335×2,075×1,940mm, 휠베이스는 3,110mm에 이른다. 높이가 5mm 낮을 뿐 나머지는 포드 익스페디션과 같다. 압도적인 크기다. 아메리칸 사이즈를 실감한다.

인테리어에는 링컨의 감성이 묻어있다. 가죽과 나무 그리고 금속 재질을 적절하게 사용해 고급스러움이 과하지 않게 마무리했다. 피아노 건반 같은 버튼식 변속레버도 특징. 주행모드는 원형 레버를 돌려 선택한다. 노멀, 노멀 4×4 오토, 익사이트, 슬리퍼리, 컨저브, 딥 컨디션 등 6개 모드를 지원한다.

12인치 LCD 디스플레이로 계기판을 구성했고 센터페시아에는 10인치 모니터를 배치했다. 와이파이에 연결되면 최신 소프트웨어로 업데이트되고 차량 정보는 역으로 링컨 본사의 서버로 전송된다.

오디오는 20개의 스피커를 실내 곳곳에 배치한 울티마 레벨 오디오 시스템이다. 넓은 실내를 꽉 채우는 입체감 있는 소리를 즐길 수 있다. 뒷좌석 전용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으로 사용하는 10인치 모니터를 좌우 시트 앞으로 배치했고 이와 연결되는 헤드폰은 노이즈캔슬레이션 기능이 확실하다. 주행 중에도 실내는 상당히 조용한 편이어서 오디오는 더 빛난다.

마사지 기능을 갖춘 1열 전동시트는 허벅지 좌우를 구분해 길이를 조절할 수도 있을 만큼 몸의 각 부분을 구분해 맞춰준다. 2열에는 캡틴 시트라 부르는 좌우 독립 시트를 배치했고 그사이에 큼직한 콘솔박스를 넣었다. 3명이 앉는 3열 시트까지 7인승으로 실내를 구성했다. 넓은 2열에 두 명이 앉고, 상대적으로 좁은 3열에 3명이 끼어 앉는 구조다. 7인승이지만 평소 4인승으로 이용하면 딱 좋을 실내다. 2열 캡틴 시트를 포기하고 3인승 벤치 시트를 적용할 수도 있다.

시트는 극장식으로 배열했다. 2, 3열 순으로 시트가 높아 뒷좌석에서도 시야의 제한이 덜하다. 3열 시트에서도 무릎이 앞 시트에 닿지 않고 머리 위 공간도 여유 있다. 워낙 큰 차라 공간에 대한 염려는 하지 않아도 좋겠다.

커서 무겁다. 공차중량이 2,820kg이다. 연료를 가득 채우고 서너 명의 승객을 더하면 평소 주행할 때의 무게가 3톤을 가뿐히 넘긴다. 힘이 약하면 움직이기 힘든 체구. 당연히 큰 힘을 내는 파워트레인이 필수다.

V6 3.5 트윈 터보차저 엔진과 10단 자동변속기를 사용해 457마력의 힘을 낸다. 마력당 무게비 따져보면 6.17kg 수준으로 큰 덩치에 비해 비교적 가볍게 움직일 수 있는 힘을 확보했다.

고급스러운 것은 인테리어뿐 아니다. 움직임 또한 그렇다. 무게감이 있고 이를 능가하는 힘이 부드럽게 드러난다. 10단 변속기는 부드럽게 엔진 파워를 조율한다. 대체로 편안한 움직임이 고급스럽게 드러난다.

차체가 아주 높아서 주변에서 함께 달리는 차들을 내려다보는 맛이 있다. 하체는 살짝 부드러운 편이다. 노면 굴곡을 따라 기분 좋게 출렁이면서 움직이는 느낌이 마치 잔잔한 호수 위의 요트 같은 느낌이다.

시속 100km에서 1,500rpm을 보이고 같은 속도를 유지하며 기어를 4단까지 내리면 rpm은 약 4,500까지 치솟는다. 배기량이 커 여유 있는 힘이다. 마지막까지 억지로 쥐어짜는 힘이 아니다. 바람 소리도, 노면 잡소리도 거의 들어오지 않아 아주 잔잔한 실내를 유지한다.

차선 유지시스템은 차선 중앙을 지속적으로 유지한다기보다 차선을 밟기 직전에 안으로 밀어 넣어 주는 반응이다. 차선을 넘어가지는 않지만 차선 안에서 좌우 경계를 자주 터치한다. 플래그십 모델인데 수준을 조금 높일 필요는 있어 보인다.

네비게이터에는 ‘코 파일럿 360’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가지 주행 보조 시스템을 묶어놓고 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 유지시스템, 액티브 브레이킹이 포함된 충돌 방지 보조 시스템, 사각지대 정보 시스템, 헤드업 디스플레이, 오토 하이빔, 360도 카메라 주차 보조 시스템 등이 코 파일럿 360을 구성하면서 운전자의 주행을 보조하고 더 안전하게 차를 운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시속 100km에서 급제동했다. 제동거리는 긴 편이다. 무게가 있다 보니 짧은 거리에서 완전히 제동을 마무리하기엔 무리가 있다. 브레이크 페달은 꽤 깊게 밟힌다. 아주 강한 제동을 비교적 부드럽고 여유 있게 받아들이고 있다. 헤비급 복서의 전력 질주다.

달리기를 즐기는 운전자가 강하게 다그쳐도 거뜬히 받아낸다. 원한다면 거침없이 질주하는 강한 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익사이트 모드로 가속 페달을 완전히 밟으면 5.3m 3톤의 덩치가 도로 끝으로 빨려들 듯 빠르게 달려 나간다.

조향 반응도 그렇다. 코너에서 거칠게 다뤄도 싫어라 하지 않고 기꺼이 따라온다. 코너를 빠르게 돌아나가면 높이 1.9m에 이르는 차체가 어느 정도 기우는 것을 숨기지 못하지만 사륜구동 시스템을 통해 네 바퀴가 구동력을 정확하게 확보하고 있어 불안감이 크지는 않다.

하지만 네비게이터는 편 투 드라이브를 지향하며 스포티한 주행 질감에 중점을 둔 차는 아니다. 급가속하고 공격적인 코너링을 하는 것은 불가피한 경우에 어쩌다 한 번 있을까 말까 하지 않을까. 네비게이터 타고 고속질주와 차가 기울어질 만큼 빠른 코너링을 즐길 운전자는 없을 터.

무게감 있게, 점잖고 편안하게 움직이는 게 네비게이터에는 어울린다. 풀사이즈인데다 플래그십이니까.

GPS 계측기를 이용해 시속 100km 가속 시간과 거리를 측정했다. 마력당 무게비 약 6.2kg으로 6~7초 정도로 가속 시간을 예측해볼 수 있다. 같은 코스를 왕복하며 10차례 측정한 결과 가장 빠른 기록은 6.9초, 104.03m였다. 평균 기록은 7.41초. 2,820kg의 거구가 7초도 안 되는 시간에 시속 100km를 주파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파주-서울간 55km 구간에서 계기판의 트립미터를 기준으로 측정해본 실주행 연비는 9.7km/L였다. 공인복합 연비 7.2km/L보다 리터당 2.5km를 더 달리는 효율을 보였다. 아쉽게 두 자릿수 연비를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엔진 배기량과 공차중량, 사이즈 등등을 감안해 보면 박수 칠만한 연비다. 각별히 주의하며 공들여 연비 운전을 한 결과임을 밝힌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2열 공간은 넓은데 좁다. 3.1m를 넘는 휠베이스를 바탕으로 넓은 실내 공간, 특히 2열 공간을 확보했는데 캡틴 시트 사이에 넓은 콘솔을 고정해놓았다. 이 콘솔 때문에 넓은 공간이 좁게 느껴진다. 평수는 넓은데 가구로 가득 찬 아파트 같다.

뒷좌석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으로 배치한 10인치 모니터는 터치스크린이 안 된다. 가로세로 화살표 모양의 버튼을 움직이며 조작해야 하는 데 아무래도 불편하다. 터치스크린을 적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좀 더 편하게 조작할 수 있으면 좋겠다.

넓은데 좁고, 편리한데 어딘가 불편하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