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의 뿌리는 911이다. 카이엔 마칸 파나메라에 이어 전기차 타이칸까지 모델을 늘렸지만 911의 존재감을 무시할 수는 없다. “포르쉐는 911”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50년이 넘는 동안 8세대로 진화해왔다. 하지만 여전히 930으로 불리는 1세대 911의 실루엣이 살아있다. 리어 휠 하우스 주변의 넘치는 볼륨감, 원형 헤드램프, 개구리 같은 실루엣 등은 예나 지금이나 911에서 만나는 특징이다. 기술적으로도 그렇다. 6기통 박서 엔진을 뒤쪽에 배치하는 것. 911이라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끊임없는 개선을 통해 진화하고 발전하지만, 다른 한 편에서는 지켜야 할 것을 철저하게 지켜가는 모습. 포르쉐를 볼 때마다 느끼는 감동이다. 조상의 집을 물려받아 최신식으로 유지보수하며 살아가는 후손의 모습을 본다. 적어도 포르쉐는 모델 변경을 핑계로 이름을 뜬금없이 바꾸거나 풀체인지 한다며 맥락 없는 디자인을 내놓지 않는다.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아는, 포르쉐는 그런 브랜드다.

911에서 최고 모델, 그러니까 플래그십은 911 터보 S다. 3.8 박서 엔진과 8단 PDK 조합으로 무려 662마력의 출력을 만들어낸다. 보어 102mm 스트로크 76.4mm로 고출력 고회전에 어울리는 쇼트 스트로크 엔진이다. 6,750rpm에서 최고출력을 발휘한다. 순식간에 7,000rpm 가까이 치고 올라가는 빠른 반응이 짜릿하다.

원한다면 수동 변속 모드를 통해 높은 rpm을 계속 유지할 수도 있다. 여기에 가변 플랩을 적용한 스포츠 배기 사운드의 박력 있는 사운드까지 더해진다. 도로 끝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은 압권이다.

놀라운 건 662마력의 힘이 아니다. 어떤 속도에서도 안정적인 차체다. 이를 바탕으로 큰 힘이 아주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빨려 들어가는 속도에서도 차체의 흔들림이 크지 않아 운전자는 차를 비교적 여유가 있게 컨트롤할 수 있다. 흔들리지 않는 섀시가 있어서 그 큰 힘이 가능했다. 적당한 긴장감과 즐거움을 함께 전해주는 엔진 사운드와 바람 소리, 계기판 한가운데서 다이내믹하게 움직이는 rpm 게이지를 즐기며 신나게 달렸다.

쉽게 다룰 수 있는 고출력이어서 더 매력 있다. 비결은 주행 안정과 관련한 아주 다양한 기술들이다. 포르쉐의 모든 기술이 적용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정도.

가변식 에어 플랩, 대형 리어윙 등 어댑티브 에어로다이내믹을 적용해 공기저항계수는 0.33에 맞췄다.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 트랙션 매니지먼트 플러스, 스테빌리티 매니지먼트, 다이내믹 섀시 컨트롤, 컴포지트 브레이크, 사륜구동, 리어액슬 스티어링, 프런트 액슬 리프트 등등. 포르쉐가 갈고닦아 완성한 많은 기술이 거미줄처럼 얽혀 흔들리지 않는 차체를 완성하고 있다.

가속을 하면 8단 PDK가 따박따박 계단을 오르듯 절도 있는 변속을 보인다. 뒤에서 미는 게 아니라 앞에서 낚아채듯 가속이 일어난다.

빠른 속도에서 급제동해도 유난 떨지 않고 멈춘다. 세라믹 컴포지트 브레이크의 힘이다. 아주 잠깐 앞으로 숙이는가 싶더니 거의 수평을 유지하며 제동을 마무리한다. 잘 달리는 것보다 중요한 것, 제대로 설 수 있어야 한다. 911터보 S가 그랬다.

주행모드에 ‘웻’ 모드가 더해졌다. 젖은 노면에 맞춘 주행모드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빈틈을 영리하게 채워주고 있다. 특히나 고성능 모델에게 젖은 길은 조금 더 긴장해야 하는 환경인데 여기에 맞춘 주행모드를 더해 어떤 상황에서도 최적의 주행을 가능하게 해주고 있다.

GPS 계측기를 걸고 시속 100km 가속 테스트를 했다. 662마력에 1,650kg이니 마력당 무게비 2.5kg이다. 메이커가 밝히는 가속 시간은 2.7초.
스포츠 플러스, 론치컨트롤, 스포츠 리스폰스 등을 모두 작동시켜 11차례 테스트했다. 최고 기록은 3.28초. 가장 느린 기록도 3.66초로 큰 차이가 없었다. 평균 기록 3.47초.

빠른 가속도 의미가 크지만 편차가 크지 않다는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아마추어 운전자가 다뤄도 최고 기록과 최저 기록 간 0.4초 차이에 불과할 정도다. 그만큼 편차 없이 일관된 반응을 보인다는 점에서 911 터보 S는 신뢰할만한 스포츠카다.

파주-서울간 약 55km를 달린 실주행 연비는 10.5km/L를 기록했다. 공인 복합연비는 6.8km/L다. 차분하게 달려 두 자릿수 연비를 기록했다는 데 의미가 있겠다.

판매가격 2억 7,430만 원부터다. 여러 가지 선택 사양을 더하다 보면 3억 원이 쉽게 넘어간다. 포르쉐의 ‘핵’이라 할 수 있는 911의 플래그십 모델이니 그 정도는 받아도 되겠다는 생각이다. 가격 비싸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브랜드지만 포르쉐 판매량은 엄청나다. 아마도 올해 판매량 1만 대를 넘기지 않을까 싶다. 물론 911이 포르쉐 모델 중 가장 덜 팔리는 모델이기는 하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트립미터의 오차가 크다. 연비 테스트를 하는 구간은 55km다. 모든 시승차가 늘 같은 코스를 이동해 연비를 살핀다. 그 거리가 55km로 차에 따라 약 500m 정도의 편차를 보인다. 시승차의 계기판은 58km로 표시했다. 3km가량 오차가 나는 것. 이해하고 수긍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다. 다행히 포르쉐는 4년, 주행 거리 무제한 보증이어서 트랩 미터 편차가 보증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실내로 파고드는 노면 잡소리는 거슬린다. 고성능 스포츠카여서 실내 정숙성이 아주 좋을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자글거리는 소리가 들리면 신경이 쓰인다. NVH 대책은 조금 높일 필요가 있겠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