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익스페디션이다. 익스플로러로 수입차 시장에서 존재감을 뿜어내던 포드가 그 윗급 익스페디션을 들여왔다. 시야를 꽉 채우는 크기로 보는 이를 압도하는 풀사이즈 SUV. 한국에서는 좀처럼 만나보기 힘들었던 장르다. 포드코리아의 SUV 라인업이 그만큼 넓어진 셈이다.

익스페디션은 1997년 처음 등장했고 이제 4세대 모델로 진화해 한국을 찾았다. 포드의 대표 픽업으로 가장 미국적인 차로 꼽히는 F150, 프리미엄 브랜드인 링컨 네비게이터와 같은 플랫폼을 사용한다.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2열 캡틴 시트다. 좌우 시트를 분리해 독립된 공간을 누릴 수 있다. 공간 그 자체가 주는 고급스러움을 충분히 갖춘 셈이다. 센터 터널도 없어 완전히 평평한 바닥이어서 공간의 효율이 더 높다. 캡틴 시트가 필요 없다면 2열에 3인승 벤치 시트로 구성한 8인승을 택할 수도 있다. 굳이 그럴 필요 있을까. 넓고 쾌적한 독립 공간을 누리는 캡틴 시트의 여유로움을 포기하는 건 너무 아까운 일이다.

2열을 위한 공조 장치, C타입과 2.0 타입 USB 포트, 230V와 12V 전원 등이 2열을 위해 준비됐다. 또한 2열에는 안전띠가 유사시에는 에어백으로 작동하는 에어백 안전띠가 적용됐다.

3명이 앉게 되는 3열 시트는 좁지 않다. 특히 무릎 앞 공간은 생각보다 더 여유가 있다. 2열 시트를 앞뒤로 슬라이딩해 공간을 나눌 수도 있다.

크다. 비만인 덩치 큰 미국 사람을 닮은, 역시 아메리칸 사이즈다. 5,335×2,075×1,945mm에 휠베이스 3,110mm로 길이 너비 높이 휠베이스 모두 우리가 접하던 경계를 뛰어넘는다. 주차장 한 면이 좁고 도로에 올라서면 차로가 꽉 찬다. 차에 오르기 위해선 전동식 발판을 딛고 올라야 한다.

몸무게 즉 공차중량은 2,675kg이다. 사이즈가 커 몸무게도 무겁다. 제대로 달릴 수 있을지 걱정스러운 크기다. 걱정할 필요는 없다. 발동작 빠른 헤비급 복서처럼 날쌔고 거침없이 달린다. 오히려 과속을 걱정해야 할 정도다.

힘이 장사다. V6 3.5 에코부스트 엔진과 10단 자동변속기 조합으로 405마력의 최고출력을 낸다. 최대 토크는 66kg.m. 1마력이 감당해야 할 무게는 6.6kg에 불과하다. 힘과 무게의 균형이 아주 우수한 편이다. 그 힘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건 10단 자동변속기가 있어서다. 계기판에 표시된 1부터 10까지의 숫자가 보여주는 시각적 효과는 크다. 말로만 듣던 변속기 단수를 숫자로 풀어놓으니 마치 눈으로 보는 듯 실감이 온다.

10단 변속기는 낮은 단수에서 힘을, 높은 단수에서 효율을 얻는다. 시속 100km 속도에서 3단으로 낮춰 전력 질주하는 헤비급 복서 같은 힘찬 가속을 즐길 수도 있고, 10단으로 높여 여유롭고 잔잔하게 순항할 수도 있다. 차분하게 다루면 같은 높이를 열 계단으로 쪼개 오르듯 부드럽게 최적화한 가속감도 얻을 수 있다.

변속기는 원형 레버를 돌려 선택한다. 수동 변속도 가능한데 역시 +- 버튼을 눌러 수동으로 변속한다. 버튼을 눌러 수동 변속하는 기분이 색다르다.

구동 상태는 2H와 4A, 4L 등을 선택할 수 있다. 상시 사륜구동이 아닌 선택적 사륜구동 그러니까 파트타임 4WD라고 할 수 있다. 사륜구동에 익숙한 운전자에게는 오히려 상황에 따라 적극적으로 사륜구동을 택하고 해제할 수 있는 파트타임이 더 유용하다. 또한 제대로 된 SUV라면 갖춰야 할 4L 모드도 있다. 극한적인 험로 도전에도 나설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장치다.

모노코크 보디가 아니다. 프레임 방식인 BOF (body-on-frame) 아키텍처를 사용한다. 고강도 강철 프레임과 알루미늄 합금 바디로 구성했다.

미국에서 만드는 SUV라면 트레일러를 빼놓을 수 없다. 트레일러 연결을 고려한 기능들이 준비되어 있다. 견인하중 4,173kg으로 트레일러나 카라반을 연결해 달릴 수 있다. 트레일러를 연결해 움직일 때 가장 힘든 게 후진이다. 원하는 방향으로 차를 움직이기가 쉽지 않아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프로 트레일러 백업 어시스트 기능이 있다. 트레일러를 연결한 상태에서 후진할 때 조향을 돕는 보조 기능으로 컨트롤 노브를 조작해 원하는 방향으로 쉽게 후진할 수 있게 돕는다.

굳이 트레일러를 연결하지 않아도 차박 오토캠핑 등 아웃도어 활동을 하기에 부족하지 않다. 2, 3열 시트를 접으면 완벽한 풀 플랫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차를 세우고 뒹굴뒹굴 게으름을 피우다 한숨 자기에 딱 좋은 공간을 가졌다.

트렁크에는 시트를 접을 수 있는 버튼이 있다. 3열은 전동식으로 접고 펼 수 있고, 2열은 버튼으로 접기까지 가능하다.

주행모드는 오프로드 주행을 포함해 모두 7개 모드를 확보했다. 도로와 주행 상황, 운전자의 의도에 맞춰 선택하면 된다.

공인복합 연비는 7.4km/L다. 크기에 엔진 배기량, 무게 등을 감안하면 괜찮은 수준이다. 돈이 있어도 연비에 예민한 자린고비형 소비자라면 고개를 저을 수밖에…. 그래도 연비 때문에 이 차를 포기하진 않아도 된다. 아주 적극적으로 연비 운전을 하면 두 자릿수 연비도 기대할 수 있다. 파주-서울간 55km를 적극적인 연비 운전으로 달린 결과 10.4km/L의 연비를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거칠게 다루면 놀라운 식성을 유감없이 보여준다는 것도 사실이다.

12개의 스피커를 곳곳에 배치한 뱅앤올룹슨 오디오 시스템은 실내를 수준 높은 음질로 가득 채워준다. 오디오에 민감한 소비자라면 눈여겨 볼만한 부분이다.

코파일럿 360시스템은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 차선 유지 시스템 360도 카메라, 사각지대 정보 시스템 등이 포함된다. 앞차와의 차간거리를 유지하며 정해진 속도로 달리고, 차로를 벗어나지 않게 조향에도 개입하며 반자율 운전을 구현한다. 차선을 밟을 때쯤 차선 안쪽으로 차를 밀어 넣어주는 반응을 보인다. 차로 중앙을 꾸준히 유지하는 수준은 아니다.

판매가격은 8,240만원. 역시 포드의 경쟁력은 가격에서 시작됨을 익스페디션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만한 크기에 이 정도 성능을 가진 풀사이즈 SUV임을 감안하면 무척 매력 있는 가격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큰 덩치는 장점이자 단점이다. 공간이 비좁은 대도시에서는 아무래도 불편함이 따른다. 좁은 주차장, 골목길에서 익스페디션의 큰 몸이 불편할 때가 많다. 익스페디션을 사기 전에 전용 주차장이 있는 넓은 집을 먼저 마련하는 게 현명한 일이 아닐까 싶다.

지붕과 앞 유리창이 만나는 틈새는 손가락이 드나들 정도의 틈새가 있다. 좀 더 세심한 마무리가 아쉽다. 그 틈새로 외부 소음이 침투할 수도 있다.

밝은 컬러의 가죽시트가 보기는 좋지만 관리하기는 까다롭다. 시승차의 운전석에는 벌써 때가 제법 묻어 있었다. 시승할 때는 밝은 인테리어가 좋아 보이지만, 내 차를 산다면 밝은색은 피하는 게 좋겠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