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t이 새털처럼 가볍다. 헤비급 복서의 발 빠른 움직임을 닮았다. 포드 익스플로러 플래티넘이다. 파워트레인을 강화하고 고급 소재를 적용해 만든 익스플로러의 고급 버전이다.

기존 리미티드와 PHEV에 더해 플래티넘이 추가되면서 익스플로러는 모두 3개 파워트레인으로 국내 라인업을 구축하게 됐다. 그만큼 선택 폭이 넓어졌다. 시장에 폭넓게 그물을 펼치는 셈이다.

2017년부터 3년간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SUV였던 익스플로러가 매력적인 모델을 더하면서 경쟁력은 더 높아지게 됐다.

새턴 알루미늄으로 마감한 그릴이 차분하면서도 고급스럽다. 실내의 2열 시트는 좌우 분리된 독립 시트로 만들어 공간을 더 넓게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전동식으로 접고 펴는 3열 시트에도 여유 있는 공간을 할애했다. 공간 그 자체가 주는 고급스러움을 충분히 살리고 있다.

넓은 공간은 큰 덩치에서 온다. 여전한 크기는 덩치 큰 헤비급 복서 같다. 보는 이를 압도하는 크기다. 5,050×2,005×1,780mm 크기에 휠베이스는 3,025mm에 달한다. B필러에는 시큐리티 코드 엔트리 키패드가 있다. 아파트 문 열 듯이 비밀번호를 누르면 도어가 열린다. 생활 속에서 무척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다. 포드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부분이다.

마이키 기능도 있다. 다른 사람이 운전할 때 속도제한 기능을 걸어놓을 수 있다. 이 큰 덩치를 다른 사람에게 운전을 맡기는 건 글쎄, 가급적 피하는 게 좋기는 하겠다.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은 다양한 형태로 여러 기능을 표현한다. 플래티넘의 고유 패턴을 적용한 1열 시트는 마사지 기능을 넣어 몸의 피로를 줄여준다. 고급 소재로 마감해 인테리어의 격을 조금 더 높여준다. 센터페시아에는 포드의 싱크3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이 적용된 8인치 LCD 정전식 터치스크린이 자리했다.

센터 콘솔 앞쪽으로 스마트폰을 놓아둘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다. 여기에 핸드폰을 놓아두면 무선충전도 된다. 실내 곳곳에 12개의 뱅앤올룹슨 스피커를 배치했다. 차의 가격에 비해 호화로운 오디오다.

엑티브 파크 어시스트를 이용하면 직각주차, 평행주차를 차가 스스로 한다. 차가 알아서 스티어링휠, 전진, 후진, 브레이크 조작을 알아서 한다. 운전자는 모든 과정이 끝날 때까지 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된다. 덩치가 커서 주차하기 부담스러울 때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겠다.

V6 3.0L 에코부스트 엔진은 앞차축 안쪽으로 조금 낮게 배치됐고 안티롤바가 엔진룸 중앙에 버티고 있다. 370마력, 54kg.m의 힘은 10단 변속기의 섬세한 조율을 거쳐 강약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그 힘을 받아 도로를 딛고 달리는 건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이다. 후륜구동 기반이어서 주행 질감이 조금 더 편안하고 코너에서 안정감도 뛰어나다.

코파일럿 360 어시스트 플러스는 차의 전후좌우를 세심하게 살피고 지켜준다. 오토 하이빔. 후방카메라, 차선유지 시스템,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 사각지대 어시스트, 차선이탈 경보, 긴급 자동제동기능을 포함하는 충돌 방지보조 시스템 등이 겹겹이 둘러싸고 있다.
스톱 앤 고를 포함하는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과 레인 센터링 기능은 반자율주행을 훌륭하게 해낸다. 차선 중앙을 정확하게 유지하며 차간거리도 3단계로 나눠 조절한다. 장거리 주행에는 물론 시야가 제한되는 야간운전에도 큰 도움이 된다. 나 말고 운전 잘하는 다른 누군가 핸들을 함께 쥐고 운전하는 기분이다.

옆바람이 불 때 차가 흔들리는 것을 완화해주는 ‘사이드 윈드 스타빌라이제이션’도 있다. 트레일러를 연결해서 다닐 때 유용하겠다. 적극적으로 오토캠핑을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트레일러를 연결할 수 있다는 점과 함께 옆바람에 강하다는 부분이 큰 매력일 수 있겠다.

지형관리시스템을 통해 모두 7개의 주행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스포츠, 에코, 노말, 슬리퍼리, 트레인, 샌드 등이다. 눈길, 온로드, 오프로드 등 어떤 길에서도 대응할 수 있다. 전천후로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셈이다.

스티어링휠은 3.4회전 한다. 3회전 넘기는 차가 흔치 않은데 차체 길이가 5m를 넘는 만큼 스티어링휠도 조금 더 여유 있게 세팅했다. 타이트한 조향보다는 여유가 있고 부드러운 조향을 기대할 수 있겠다.

기어 선택 폭이 무척 넓다. 낮은 기어도 다이나믹한 운전을 적극적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높은 기어로 느슨하고 여유 있게 다룰 것인지 운전자의 선택에 따라서 다양한 주행 질감을 느낄 수 있겠다.

킥다운 버튼은 없다. 가속페달은 아무 저항 없이 바닥까지 한 번에 밟힌다. 엔진소리가 커지고 속도가 높아지면 이어서 바람 소리가 따라온다. 후륜 기반의 사륜구동이 쭉 밀고 달리는 주행 질감이 편안하다.

아무래도 차체가 높은 편이라 노면 굴곡을 따라 움직이는 느낌을 피할 수는 없다. 고속주행에서는 실제 주행속도보다 체감 속도가 훨씬 낮다.

공차중량 2,225kg이 새털처럼 가볍게 달린다. 가속하는데 차체의 무게감이 없다. 원하는 힘 그 이상을 내어주며 차체를 밀고 달린다. 빠른 속도에서 바람 소리가 조금 거슬릴 뿐 차체는 무척 안정된 자세를 취한다.

사륜구동이 뒷받침하고 서스펜션과 타이어가 노면에 밀착해서 달리는 구동력이 높은 수준에서 완성되어 있다. 주행이 밋밋하다 느껴질 때는 패들 시프트를 통해 수동변속을 하는 색다른 맛을 느낄 수도 있다. 노면 충격 혹은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는 단단하게 반응한다. 충격에 지지 않겠다는 반응이다.

시속 100km에서 강한 제동을 시도했다. 생각보다 여유 있게 멈춰 선다. 비상등이 켜지거나 안전띠를 되감아 주지는 않았다.

조금 빠르게 코너에 진입했다. 사륜구동 시스템을 믿고 평소보다 조금 더 빠른 속도를 택했다. 높은 차체가 살짝 기울기는 하지만 불안할 정도는 아니어서 조금 더 가속페달을 밟아볼 수 있었다. 차체의 안정감이 흐트러질 정도는 아니다. 한계속도까지는 충분한 여유가 남아 있어 좀 더 공격적으로 코너링을 해도 좋겠다. 하지만 그럴 필요까지야. 이렇게 덩치 큰 차를 스포츠카 몰 듯 다룰 필요는 없다. 조금은 더 편안하게, 여유 있게 움직이는 게 이 차에는 어울린다.

시속 100km 가속 테스트를 했다. 공차중량 2,225kg에 370마력으로 마력당 무게비는 6kg 정도다. 10단 변속기다. 변속은 부드럽고 370마력의 힘이 순식간에 드러나면서 가볍게 사뿐사뿐 속도를 올린다. 헤비급 복서가 전력 질주하는 느낌이다.

0-100km/h까지 8차례 테스트를 했다. 평균 가속 시간은 6.32초 가장 빠른 기록은 6.15초로 측정됐다. 가속 거리는 평균 91.60m, 최단거리는 87.48m였다.

파주-서울간 55km를 에코모드로 달리며 실주행 연비를 측정했다. 이 차의 공인 복합 연비는 8.3km/L다.
엔진 오토스탑 시스템과 10단 변속기는 연비 운전에 유리한 부분이다. 사륜구동 시스템은 연비 측면에선 불리하다. 시스템 자체의 무게와 동력전달과정에서 손실되는 동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올림픽대로와 시내 주행 구간에서 약간의 정체를 만났지만 대체로 무난한 교통흐름을 따라 1시간 8분 동안 55km를 달린 결과 최종 연비는 11.9km/L를 보였다. 공인복합연비보다 리터당 3.6km를 더 달린 셈이다. 적극적으로 에코모드를 활용하면 두 자릿수 연비를 만나는 게 그리 어려워 보이지는 않는다.

판매가격 6,60만원이다. 언제나 느끼는 것, 익스플로러의 가격경쟁력이다. 익스플로러가 한국 시장에서 유난히 소비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는 이유는 높은 가성비에 있다. 넓은 공간에 필요한 기능을 충실히 갖추고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고 있는 건 익스플로러 플래티넘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메리칸 SUV들이 제법 많아졌다. 쉐보레 트레버스, 지프 그랜드 체로키 등이다. 동향이지만 또한 가장 강력한 경쟁모델들이다. 트레버스 레드라인, 그랜드 체로키 서밋 3.6등을 경쟁모델로 꼽을 수 있겠다. 간단히 비교해보면 익스플로러 플래티넘은 차체가 더 넓고 힘도 더 세다. 연비도 상대적으로 더 우수하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지붕 틈새가 떠 있다. 손가락이 드나들 정도다. 이 틈새로 소음이 파고들게 된다. 손가락 끝으로 지붕을 덮은 재질의 조금은 거친 단면도 만져진다. 디테일에 조금 더 신경 썼으면 차의 완성도가 더 높아지지 않을까 싶다.
뒷좌석 옆 창은 버튼을 누르고 있는 동안만 차창이 내려간다. 올라갈 때도 마찬가지다. 고급스럽게 만들었는데 미처 여기까지는 신경을 쓰지 못했다. 좌우 독립 시트에 여유 넘치는 공간으로 고급스럽게 만들어놓고 정착 차창은 그러지 못했다. 고급스럽게 만들었다는 플래티넘이라면 버튼 한 번 눌러 차창을 여닫는 게 어울리겠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