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의 소형 SUV 티록을 만났다. 살이 오른 해치백처럼 보이는 컴팩트 SUV다. SUV와 해치백을 커버하며 장르에 얽매이지 않는 크로스오버다.

T는 폭스바겐 SUV 라인업이 공유하는 이니셜이다. 티구안, 티구안 올스페이스, 투아렉, 테라몬트 등이다. 이들 5개 SUV는 폭스바겐 코리아가 내세우는 ‘5T 전략’의 주인공들이다. 티록은 5T 전략의 네 번째 모델이다. 이제 테라몬트 하나가 남았다.

티구안과 같은 MQB 플랫폼을 쓴다. 4,235×1,820×1,575mm 크기에 휠베이스 2,605mm를 확보했다. 작은 사이즈인데 딱 벌어진 어깨를 가졌다. 소형 SUV치고는 넓은 1,820mm의 너비다. 휠베이스도 길이에 비해 넓은 편이라 뒷좌석 공간이 좁지 않다.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을 확보했다.

작은 차의 아기자기한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작지만 당당한 모습이다. 넓게 펼친 라디에이터 그릴과 이어지는 듀얼 헤드라이트로 크기에 주눅 들지 않는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디자인이다. 방향지시등은 따로 분리해 범퍼 좌우로 배치했다. 깜빡일 때에는 볼 빨간 사춘기처럼 작은 차 특유의 어린 모습이 드러난다.

고급 기능들을 많이 적용했다. 실내에서 누리는 기능들이 제법 많다. 계기판은 선명한 그래픽으로 다양한 형태로 정보를 전달한다. 운전이 지루할 디지털 계기판, 때 툭툭 버튼을 눌러 계기판을 다르게 변신시키는 재미가 있다. 디지털 계기판이어서 가능한 일이다.

제스처 컨트롤도 적용됐다. 화면을 쓸어넘길 듯 허공에 손을 저으면 화면이 넘어간다. 음성 명령도 가능하다. 차와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이 점차 다양해지고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나중에는 마음까지 읽는 ‘침묵의 대화’도 가능하려나?

스마트폰과의 연결은 번잡스러운 ‘선’에서 해방됐다. 무선 연결이 가능하다. 안드로이드 오토나 애플 카플레이를 무선으로 연결해 쓸 수 있다.

트렁크는 기본 445ℓ에서 최대 1,290ℓ까지 확장된다. 짐 싣는 차는 아니지만 필요하다면 야무지게 심을 싣고 움직일 수 있다. 트렁크는 전동식으로 여닫는다. 컴팩트 SUV에 뭐 이렇게까지 고급 옵션을 넣었을까 싶지만, 없는 것보다는 백배 낫다.

비엔나 가죽 시트는 운전자의 몸을 잘 잡아준다. 겨드랑이 아랫부분까지 지지대를 펼쳐 차가 흔들려도 몸은 덜 흔들린다. 시트가 몸을 딱 잡아주는 느낌이 좋다.

2.0 디젤 엔진을 썼다. 작은 엔진이면 더 좋지 않았을까. 공차중량 1,473kg이니 2.0보다 더 작은 엔진이어도 잘 어울렸겠다. 2.0 TDI 엔진은 7단 DCT의 조율을 거쳐 150마력, 34.7kgm의 힘을 낸다. 힘의 질감이 좋다. 쥐어짜는 힘이 아니다. 속도에 필요한 만큼의 힘을 자연스럽게 꺼내준다.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딱 좋은 힘이다.

앞바퀴 굴림 방식이라 차체는 빨라질수록 상하 진동이 증폭되는 느낌이 있지만 불편할 정도는 아니다. 야무지게 잘 달린다. 서스펜션은 역시 독일차다. 단단하게 도로를 딛고 달린다. 쇼크에 지지 않고 맞받아치는 느낌이다.

시속 100km에서 강한 제동을 했다. 앞차축이 완강하게 버틴다. SUV여서 무게 중심이 높은 편이지만 제동을 마무리할 때까지 강한 반응을 유지한다.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주행보조 시스템이 운전자의 빈틈을 잘 메워준다. 전방 추돌 경고 및 긴급제동 시스템, 프로 액티브 탑승자 보호 시스템, 보행자 모니터링 시스템, 다중 충돌 방지 브레이크, 블라인드 스팟 모니터(시속 30km 이상에서 활성화) 및 후방 트래픽 경고, 파크 파일럿, 피로경고 시스템 등이 차의 안전을 살피고 있다.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은 시속 210km까지 커버한다. 차선이탈 경고장치는 없어 조향 간섭을 아예 하지 않는다. 경고도 개입도 없다.

폭스바겐은 이 차가 8.8초 만에 시속 100km를 주파한다고 밝히고 있다. GPS 계측기를 장착하고 직접 테스트했다. 10차례 테스트를 했는데 9.16초에서 9.73초 사이에서 기록이 나왔다. 그만큼 안정적인 성능을 보인다는 의미다. 큰 편차 없이 고른 기록이어서 더 의미가 크다. 가속 거리 역시 145.75~155.82m를 기록했다.

티록의 공인복합 연비는 15.1km/L다. 파주-서울간 55km를 달리며 측정해본 실주행 연비는 22.7km를 보였다. 리터당 7.6km를 더 달린 기록이다. 정확하게 작동하는 엔진 오토스탑 시스템과 디젤 엔진의 효율이 이 같은 연비를 만들었다. 차분하게 운전하며 경제운전을 하면 공인 연비를 뛰어넘는 우수한 연비를 만날 수 있음을 티록도 증명했다.

3개 트림으로 판매된다. 스타일 3,599만2,000원, 프리미엄 3,934만3,000원, 프레스티지 4,032만8,000원이다. 폭스바겐 코리아는 VW 파이낸셜 이용 시 5%, 차량반납 보상 프로그램을 통해 200만원을 할인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가장 저렴한 트림인 스타일의 경우 3,200만원부터 구매 가능하다고 폭스바겐은 설명했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이 짝을 잃었다. 차선이탈경고 혹은 차선유지보조 장치가 없다. 이 때문에 반자율 운전이 거의 불가능해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도 가치가 떨어진다. 컴팩트 SUV여서 굳이 차선이탈경고 장치가 필요 없을 것이라는 변명도 가능하겠지만, 트렁크를 전동식으로 개폐할 만큼 고급 사양들을 많이 쓰고 있는데 왜 굳이 차선이탈경고 장치를 포기했는지 의문이다.
운전석과 조수석 시트는 수동으로 조절하는데 등받이를 한 번에 누이지 못한다. 둥근 레버를 돌려 한 클릭씩 차근차근 조절해야 한다. 답답하다. 수동이어도 빠르게 세팅할 수 있는 방식이면 더 좋겠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