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사트. 폭스바겐의 중형세단으로 8세대까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북미형과 유럽형으로 구분되는데 이번에 국내 출시되는 파사트는 유럽형 8세대 파사트의 부분 변경 모델이다.

모델 변경을 통해 신형 파사트 GT는 더 똑똑해졌다. IQ 라이트와 IQ 드라이브 등 새로운 기술들을 한껏 적용한 결과다. MIB3로 대표되는 디지털 기술도 한 몫 거들고 있다. 모듈러 인포테인먼트 매트릭스 3세대 버전이다. 물리적인 버튼들을 최소화하고 가벼운 터치스크린을 통해서 다양한 디지털 기술 들을 만나볼 수 있다. 해서, 폭스바겐은 이 차를 ‘스마트 비즈니스 세단’으로 소개하고 있다.

인테리어는 가로 라인을 강조해 단정한 느낌을 준다. 송풍구, 대시보드에 수평을 강조한 선들이 배치됐다. 센터페시아에는 9.2인치 터치스크린 모니터가 자리했다. 버튼이 없다. 물리적인 버튼을 완전히 제거해 터치스크린만으로 작동한다. 허공에 대고 손바닥을 쓰윽 옆으로 밀면 화면이 넘어가는 제스처 인식 기능도 있다.

내비게이션은 폭스바겐 독일 본사가 개발한 한국형 내비게이션이다. 계기판은 10.25인치 디지털 콕핏으로 구성했다. 계기판 디자인을 아주 다양하게 변화시킬 수 있다. 전통적인 원형 계기판은 물론 내비게이션 지도로 꽉 채우거나 필요한 정보들을 여러 형태로 띄워준다. 화려한 그래픽이 눈에 들어온다.

안드로이드 오토 혹은 애플 카 플레이를 이용해 스마트폰과 연결할 수 있다. 무선 연결이 가능해 더 편하고 깔끔하다. 무선 충전장치가 센터페시아 아랫부분에 있어 스마트폰을 넣어두면 충전까지 된다.

공조시스템은 실내를 운전석, 조수석, 뒷좌석 3개 구역으로 나눠 조절한다. 에어케어 시스템이 있어 꽃가루와 미세먼지까지 걸러준다. 여러 개의 색상을 제공하는 앰비언트 라이트는 분위기 있는 실내를 연출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반사판이 수납되는 방식인 컴바이너 타입이다.

뒷좌석 공간은 여유롭다. 무릎 앞으로 주먹 두 개가 여유 있게 드나든다. 머리 위로도 주먹 하나 정도 공간이 남는다. 센터 터널은 제법 높게 솟았다.
뒤 시트는 6:4로 접을 수 있고 스키스루 공간도 만들 수 있다. 시트를 트렁크 공간은 기본 580ℓ에서 최대 1,150ℓ까지 확장된다. 세단이어서 시트를 접어도 트렁크 윗부분 경계가 남아 있는 부분은 어쩔 수 없다.

별도의 공조 장치, 열선 시트, C 타입 USB 포트 등이 뒷좌석을 위해 별도로 준비되어 있다.

스티어링 휠은 2.8 회전한다. 4,775×1,830×1,460mm 휠베이스 2,786mm 크기를 긴장감 있게 다룰 수 있는 락투락 회전비다.

직렬 4기통 2.0 TDI 디젤 엔진은 190마력의 딱 좋은 힘으로 공차중량 1,686kg의 차체를 여유롭게 끌고 달린다. 그 힘을 네 바퀴가 모두 받아 달리는 사륜구동 시스템 4모션은 승차감과 성능을 뒷받침하며 높은 수준의 주행 질감과 안정감을 확보했다. 앞에 맥퍼슨 스트럿 뒤에 멀티링크 타입의 서스펜션, 235/45R18 타이어가 4모션을 뒷받침한다.

주행모드는 에코, 노멀, 스포츠, 인디비듀얼 4개가 준비되어 있다. 시속 100km, 7단에 세팅하면 rpm은 1,400 정도에서 차분해진다. 고단 변속기가 아니어도 충분히 차분한 반응을 보인다. 가속을 이어가면 DCT 변속기의 빠른 변속을 바탕으로 힘있게 속도를 높인다.

도로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조용한 실내를 유지한다. 사륜구동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어 고속 주행에서 차체의 흔들림도 크지 않다. 속도가 높아지면서 커지는 흔들림을 잘 억제하고 있고, 190마력의 힘은 부족하지 않게 필요한 만큼의 힘을 내어준다.

IQ 드라이브 시스템은 시속 210km까지 작동하는 트레블 어시스트(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와 레인 어시스트(차선 유지 어시스트), 사이드 어시스트(사각지대 어시스트) 등으로 구성된다. IQ 드라이브는 차간거리를 유지하고 차선을 따라 적절히 조향에 개입하며 움직인다. 평소에도 좋지만, 시야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는 밤이나 안개가 꼈을 때 효과가 크다.

폭스바겐은 라이트 시스템에도 IQ라는 이름을 붙였다. LED 램프에 매트릭스 기능까지 넣어 더 지능적인 헤드램프로 진화했다. 폭스바겐의 ‘IQ’가 얼마나 높아질지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가속하면 굵직한 엔진 소리가 살아난다. 고속 주행에 접어들며 커지는 바람 소리에 엔진 소리는 지지 않는다. 바람 소리와 엔진소리가 어우러지며 속도는 높아진다. 높은 속도에서 차체의 흔들림이 증폭되는 느낌이 없는 것은 사륜구동, 4모션의 효과다.

코너에서도 4모션의 효과는 살아난다. 중심을 딱 잡고 네바퀴가 돌아나가는 반응은 전륜구동 세단과는 확연히 다르다. 한계속도가 높아 운전하는 입장에서 다루기도 수월했다. 빠르게 돌아나가는 중에 좀 더 가속을 시도할 수 있을 정도다.

시속 100km에서 강한 제동으로 차를 멈춰 세웠다. 노면이 살짝 젖은 상태여서 제동 거리가 조금 더 필요했다. 제동하자마자 안전띠가 몸을 강하게 조여주고 비상등이 작동했다. 차체는 잠깐 숙이는가 싶더니 곧 수평을 유지하며 제동을 마무리했다. 강한 제동을 여유 있게 잘 받아 냈다. 시속 100km 정도라면 어떤 상태에서라도 체중을 실은 과감한 제동이 부담스럽지 않겠다.

시속 100km 가속 테스트를 했다. 공차중량 1,686kg, 190마력, 마력당 무게비 8.86kg의 체격 조건이다. 기대할 수 있는 가속 시간은 9초 전후, 메이커가 밝히는 0-100km/h 가속 시간은 7.7초다. GPS 계측기를 장착해 10차례 측정해본 기록 중 8.37초가 가장 빨랐다. 가속 거리는 133.29m가 베스트 기록이다. 엔진 사운드도 거칠지 않고 전체적으로 차분한 가속감을 보였다.


파주-서울간 55km를 달리며 측정해본 실주행 연비는 22.6km/L를 기록했다. 공인복합 연비 14.0km/L보다 리터당 8.6km를 더 달린 연비다. 시내 구간에서 심한 교통정체를 겪었지만 이만큼의 연비를 보인 것은 디젤 엔진의 효율에 더해 엔진 스톱 시스템 등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프리미엄, 프레스티지, 프레스티지 4모션 3개 트림이 있다. 프리미엄이 4,490만원, 시승차인 4모션은 5,390만원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디젤 엔진은 공회전할 때 소리가 제법 크게 들렸다. 밖에서 들으면 시끄럽다 싶을 정도. 물론 엔진 오토스탑 시스템이 있어 공회전 소리를 들을 일이 많지는 않지만, 평소 안 들리면 그 소리가 들릴 때는 오히려 더 신경 쓰인다.

센터페시아를 둘러싼 블랙 하이그로시는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는 데에는 효과적이지만 관리하는 데에는 번거롭다. 손때가 잘 묻고 먼지도 잘 보인다. 게으른 운전자에게는 관리하기가 번거롭겠다. 크게 신경 쓸 것 없는 아주 사소한 문제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