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장을 입은 단정한 모습. 그 안에는 단단한 근육으로 다져진 강인한 체력이 자리했다. 상대를 배려하는 매너도 갖췄다. 폭스바겐 뉴 파사트 GT다.

폭스바겐 뉴 파사트 GT의 시승회가 6일 경기도 가평군 골든트리에서 개최됐다. 한파를 뚫고 가평 일대 94km를 달렸다.

파사트는 1973년 첫선을 보인 이후, 전 세계 3,000만대가 팔려나간 폭스바겐의 대표 모델이다. 국내에서도 2005년 5세대 출시를 시작으로 8세대 GT까지 3만 6,000여대가 팔렸다.

신형 파사트 GT는 부분 변경 모델이다. 변화의 폭이 크지 않지만 디테일 변경이 예사롭지 않다. 전체적인 외관을 기존모델 대비 날카롭게 다듬었다. 앞, 뒤 범퍼와 라디에이터 그릴, 트렁크 부분의 파사트 로고가 새롭게 디자인됐다.

4,775x 1,830x 1,460mm의 크기는 중형세단의 전형적인 표본이다. 축간거리는 2,786mm로 2열에 앉았을 경우 무릎 앞으로 주먹 하나 정도 여유가 있다. 센터 터널은 손가락 한 마디 정도로 높은 편이지만 2열 가운데 앉았을 경우 머리 위로 반 뼘 정도의 공간이 나온다.

센터페시아는 가로로 뻗은 알루미늄이 단정함을 강조한다. 비상등 위의 파사트 로고는 존재감을 뿜어낸다. 9.2인치의 센터페시아 모니터에는 폭스바겐 본사에서 개발한 한국형 내비게이션이 적용됐다.

버튼을 눌러 명령하는 건 이미 구시대 유물이다. “안녕, 폭스바겐”이라는 명령어로 활성화 되어 내비게이션, 전화, 라디오 등 주행 중 음성 명령을 할 수 있다. 실시간 주행 정보는 10.25인치의 디지털 콕핏과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연동돼, 운전에만 더욱 집중하도록 도와준다. 과속 단속 카메라 경고는 하지 않는다. 한국 시장에선 아쉬운 대목.

폭스바겐의 센터페시아 모니터에는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MIB3가 탑재됐다. 운전자는 스마트폰 어플처럼 원하는 기능을 배열해,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다. 무선 앱 커넥트 기능도 추가됐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무선으로 연결해 충전 케이블의 너저분함을 없앴다.

운전자의 피로를 풀어주는 운전석 허리 마사지 기능이 적용됐다. 장거리 주행으로 인한 허리의 통증을 마사지로 풀어줄 수 있다.

파사트의 락투락 조향비는 2.4회전 한다. 전륜의 맥퍼슨 스트럿 서스펜션과 후륜의 멀티링크 서스펜션은 가벼운 조향 반응과 더불어 방향 전환이 즉각적으로 이뤄진다. 235/45R 18 사이즈의 브릿지스톤 윈터타이어는 노면의 소음과 진동을 걸러낸다.

최고출력 190마력/3,500~4,000rpm, 최대토크 40.8kgf.m/1,900~3,300rpm의 직렬 4기통 2리터 디젤 직분사 터보차저엔진과 7단 DSG변속기 짝꿍은 최적의 합을 맞춰낸다. 시속 100km에서 7단부터 3단까지 엔진 회전수는 1,500~4,300rpm까지 이뤄진다.

파사트 GT에는 노멀, 스포츠, 에코, 인디비주얼의 주행모드가 적용됐다. 노멀에는 디지털 콕핏과 앰비언트 라이트도 푸른색으로 은은함을 강조한다. 자신의 일에 열중하는 단정한 신사의 이미지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디지털 콕핏과 앰비언트 라이트도 붉은색으로 변한다. 무거워지는 조향반응과 빨라지는 변속. 나긋나긋하던 엔진음이 잠에서 깨어나며, 으르렁 거리기 시작한다. 먹이를 향해 추격하듯 고속 주행이 이어진다. 엔진 회전수가 치솟는다. 충분히 속도를 올린 상태에서도 힘은 남아돈다. 엔진 사운드는 으르렁대지만 가속페달은 여유가 있다. 더 달리자고 보채는 반응다.

신형 파사트에는 폭스바겐의 주행보조 시스템인 IQ드라이브가 적용됐다. IQ드라이브에는 트래블 어시스트라는 이름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장착됐다. 정해진 속도 이내에서 차량 통행에 따라 속도를 유지한다.

레인 어시스트도 있다. 급 커브길 잠시 한눈을 팔다 차선을 벗어나면 조향 반응이 개입돼, 후측방에서 오는 차량과의 충돌을 방지한다.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는 영화 속 명언처럼 파사트는 자신의 안전과 더불어 다른 사람의 안전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매너를 발휘한다. 매너가 차를 완성시킴을 말하고 있다. 

시승차는 파사트 2.0TDI 프레스티지로 4,927만 원이다.

이상진 daedusj@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