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브로 변하고 있다. 디젤은 조금씩 사라지고 친환경차들이 그 자리를 메꾸고 있다. 판매 대수로 보면 여전히 디젤이 강하고 친환경차들은 갈 길이 멀어 보이지만, 2020년 오토다이어리가 시승한 자동차 중 디젤은 16종 전기차,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포함하는 친환경차는 26종이다. 시장은 벌써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친환경차 라인업도 차근차근 늘고 있다. 전기차 EQ와 EQC가 있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도 E300e, S560e, GLC 300e, GLC 300e 쿠페 등이 포진하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 GLC 300e를 통해 메르세데스 벤츠의 PHEV를 만나보기로 했다.

엔진과 모터, 충전 시스템까지 한 몸에 갖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SUV다. 2.0 가솔린 엔진은 211마력, 전기 모터는 120마력, 총 시스템 출력은 320마력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효율은 물론 300마력을 뛰어넘는 힘까지 가졌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가장 복잡한 자동차다. 엔진과 모터, 충전 시스템까지 모든 파워트레인 형식을 한 몸에 갖췄다. 여기에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신 주행 보조 및 안전 편의 장비들이 더해졌다. 친환경 고성능 프리미엄 SUV의 면모를 완성했다. 판매가격 7,580만원.

GLC 300e에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3세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기술이 적용됐다. 우선 배터리 용량이 늘었다. 8.7kWh짜리 배터리가 이제 13.5kWh로 용량이 확 늘어났다. 1회 충전 주행거리는 국내에서 25km로 인증받았다. 유럽에선 50km로 인증을 받았다. 25km 반경 안에서는 전기차처럼 이 차를 사용할 수 있다. 실제 주행거리는 좀 더 갈 수 있다. 운행구간이 고저 차이가 크지 않은 평지라면 30km 이상까지 욕심을 낼 수도 있겠다.

온 보드 차저, 충전 시스템도 많이 개선됐다. 충전 용량이 3.6kW에서 7.4kW로 2배 이상 늘었다. 전용 충전기를 사용하면 1시간 45분 정도에 완충할 수 있다.

운전석에 앉으면 10.3인치 계기판과 10.25인치 인포메이션 모니터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정면에는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있다. 눈길 가는 곳 어디에서든 필요한 정보를 볼 수 있다.

스티어링 휠은 2.25회전 한다. 고성능차에서나 기대할 수 있는 타이트한 조향비다. 4,670×1,890×1,665mm 크기를 날쌔게 조종할 수 있겠다. 변속 레버는 벤츠 특유의 칼럼 타입으로 스티어링휠 아래에 자리했다. 덕분에 센터페시아와 센터 콘솔 사이 공간을 넓게 확보할 수 있다.

인포메이션 모니터는 터치, 스티어링 휠의 버튼, 터치 패드 등으로 조정할 수 있다. 운전자 취향에 따라 계기판을 3개 디자인 중에서 고를 수 있고 헤드업 디스플레이에 올라오는 정보도 택할 수 있다. 충전 시간을 미리 정해놓으면 출퇴근 시간에 맞춰서 차를 충전시켜 놓을 수 있다. 커넥티드 서비스는 ‘메르세데스 미’ 앱을 통해 구현된다. 차와 멀리 있어도 스마트폰을 통해 차의 주요 정보를 모니터할 수 있다.

뒷좌석 공간은 넉넉하다. 무릎 앞으로 주먹 2개 들어가고도 남는다. 머리 위로도 충분하다. 센터 터널은 높아서 공간을 정확하게 좌우로 나눈다. 뒷좌석은 접어서 트렁크 공간을 기본 395ℓ에서 1,445ℓ까지 확장할 수 있다.
메르세데스 me 앱과 연동해 스마트폰을 통해 차의 상태를 외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커넥티드 서비스다.

6개의 주행모드가 있다. 에코, 컴포트, 스포츠, 인디비주얼. PHEV 전용 모드인 ‘배터리 레벨’ 및 ‘일렉트릭’ 모드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주행 모드를 선택할 때 머리를 좀 써야 한다. 엔진과 모터를 어느 구간에서 작동시킬지, 배터리 잔량 관리는 어떻게 할지 생각해본 뒤에 주행 모드는 택해야 한다는 것.

공기저항 계수는 0.33. SUV로선 우수한 편이다. 시속 80~90km 정도의 속도에서 노면 잡소리는 거의 없고 차창을 스치는 바람 소리 정도가 아주 잔잔하게 들린다.

에코 모드에서 가속페달 툭툭 치듯이 밟는데 반응이 게으르다. 한 박자 늦는 것. 허리띠 한 칸 더 느슨하게 풀어놓은 듯한 편안한 반응이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신경질적이다. 바로바로 반응한다. 그래도 일반 세단의 스포츠 모드와 비교한다면 부드러운 편이다. 서스펜션은 딱딱한데 거칠지 않다. 맨주먹의 딱딱함에 글러브를 씌워놓은 타격감이 고급지다.

엔진 회전수는 차분한 편이다. 시속 100km에서 9단 1,400rpm을 보인다. 같은 속도를 유지하며 수동 변속을 이어가면 4단 3,800rpm 정도까지 변한다. 비교적 낮은 엔진 회전수로 100km/h를 커버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전용 9단 변속기의 효율을 강조한 세팅이다. 9단 자동변속기는 모터와 변속기 사이에 토크 컨버터를 배치해 원활하고 효율적인 변속을 지원한다.

주행 지원시스템은 부드럽고 능숙하게 조향과 가감속을 지원한다. 차로 중앙을 유지하며 차간 거리도 적절하게 유지할 줄 안다. 초보 운전자들이 보고 배워야 할 정도로 유연하고 자연스럽다. 그래도 믿고 맡기면 안 된다. 어디까지나 보조장치일 뿐이다. 차를 컨트롤하는 책임자는 운전자다. 주행보조 장치는 운전자가 놓치는 빈틈을 채워주는 역할로 이해해야 한다.

시속 100km 근접한 속도에서도 일렉트릭 모드로 달린다. 그 속도를 한참 더 지나서도 전기 주행 모드가 유지된다. 다만 속도를 높이면 배터리가 빠르게 소진된다. 배터리 관리를 유의하면서 달릴 필요가 있겠다. 어쨌든 이 정도면 일상적인 주행 속도 전 구간을 전기모드로 달릴 수 있겠다. 엔진은 비상시에만 사용하고 20~30km 정도의 거리를 움직이는 평상시에는 전기차처럼 사용해도 될 정도다.

가속페달을 깊숙하게 밟았다. 마지막 저항점을 넘어서 바닥까지 지그시 밀어 밟으면 고성능 SUV의 야성이 드러난다. 전기 모터는 효율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힘이 필요할 때도 가세해 더 강한 가속을 구현한다. 마치 터보가 작동하는 것처럼 전기 모터의 부스트 기능이 더해지는 것. 320마력의 힘이 유감없이 발휘된다. 단, 이 상황에서는 배터리 소모가 빠르다. 고성능을 누리기 위해선 감수해야 한다.

분명한 건, 친환경차라고 허약하고 나긋나긋한 차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부드럽고 유연하게 움직이다가도 강한 힘을 거침없이 드러낼 줄 아는 고성능 SUV임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 실제 속도보다 몸이 느끼는 체감 속도가 현저하게 낮다. 주행안정감이 우수하다는 말이다.

시속 100km에서 급제동을 했다. 기온이 낮아 타이어 온도는 물론 노면 온도도 무척 낮은 상태. 하지만 도로가 결빙된 곳은 아니었다. 체중을 실어 브레이크 페달을 가차 없이 밟았다. 비상등이 작동하고 안전띠는 몸이 흔들리지 않도록 강하게 조여준다.

앞차축이 완강하게 버티면서 차체를 받아준다. 2,105kg의 공차중량을 가진 차가 시속 100km로 달리다 급제동하는 반응이 제법 훌륭하다. 거칠지 않게 제동을 마무리한다.

추운 날씨를 감안해 조금 빠르지만 평소의 80% 정도 속도로 코너 공략에 나섰다. 사륜구동 시스템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코너 진입 후 가속페달을 조금 더 밟을 수 있을 만큼 여유 있는 코너링 반응을 보였다. SUV의 높은 차체가 살짝 기우는 느낌이지만 네 바퀴가 정확하게 구동한다. 한계 속도에는 한참 못 미치는 느낌이다.

320마력의 강한 힘을 사륜구동 시스템이 안정감 있게 받쳐주고 있다. 다이내믹하면서도 안정적인 동적 특성이 돋보인다. 친환경차지만 재미있게 다룰 수 있는 고성능 차의 면모를 훌륭하게 갖췄다.

시속 100km 가속 테스트에 나섰다. GPS 계측기를 걸고 같은 코스를 반복해 달렸다. 마력당 무게비 6.6kg, 메이커가 밝히는 이 차의 100km/h 가속 시간은 5.7초. 2t이 넘는 묵직한 차체가 의외로 빠르다. 전력 질주하는 헤비급 복서의 느낌.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거리가 평소 다른 차들보다 짧다. 거침없는 가속이 놀랍다. 친환경차가 아니라 고성능차다.

모두 8차례 측정한 가운데 가장 빠른 기록은 정확하게 6.00초, 90.22m다. 평균 기록은 6.28초 94.12m로 8차례 측정 결과가 큰 편차 없이 고른 기록을 보였다. 친환경차가 이래도 되나 싶게 강하고 빠르다.

이 차의 공인 연비는 엔진 9.4km/L, 모터 2.3km/kWh다. 파주-서울 간 55km 실주행 연비 테스트 결과는 엔진 연비 15.2km/L, 배터리 연비는 8.0km/kWh. 엔진과 모터 모두 공인 연비를 훌쩍 뛰어넘는 우수한 수준을 보였다. 시승 당시 외기 온도는 영하 5도였다. 배터리 성능이 현저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 날씨. 기온이 영상이라면 훨씬 더 배터리 상태가 좋게 된다. 배터리에는 가장 안 좋은 날씨에 테스트했음을 밝힌다.

연비 테스트 출발 당시 배터리 잔량은 8%, 게다가 영하의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효율을 보였다는 점에 주목한다. 혹한기가 아니었다면 이보다도 훨씬 더 좋은 효율을 기대할 수 있었겠다. 봄이나 가을이라면 이 차에서 최고 효율을 기대할 수 있겠다. 연비는 물론 1회 충전 주행가능 거리도 국내 인증 거리보다는 훨씬 더 길 것이라는 점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GLC 300e는 넓은 공간을 가진 SUV의 기능성과 활용성,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효율, 320마력의 고성능 필요한 모든 것들을 가졌다. 엔진과 모터, 충전 시스템까지 있어 구조적으로도 가장 복잡한 형태다. 필요에 따라 필요한 만큼 이 차를 누릴 수 있겠다. 뜨거운 엔진을 다그치며 거침없이 내달릴 수 있고, 차가운 전기를 온 오프하며 알뜰살뜰 움직일 수도 있다.

판매가격 7,580만원.

오종훈의 단도직입
컵홀더와 터치패드 위치가 걸린다. 컵홀더에서 컵을 꺼낼 때 터치패드를 건드리게 되는 것. 터치 패드의 홈버튼이 눌러지면 내비게이션 화면전환이 일어나는데 갈림길에서 이런 상황을 만나면 순간적으로 당황하게 된다. 컵홀더와 터치패드 위치 선정은 좀 더 궁리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엔진을 돌려 배터리를 강제 충전할 수 있으면 더 좋겠다. 현재 시스템에서는 이게 안 된다. 도심이나 체증 구간에서 전기 주행을 하기 위해 주행 도중에 배터리를 좀 더 충전하고 싶을 때 방법이 없다. 회생제동 시스템을 이용해서는 충전량이 충분치 않다. 운전자의 판단에 따라 배터리를 강제 충전할 수 있으면 더 좋겠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