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리즈에 새로 등장한 PHEV 모델 BMW 330e를 시승했다.

전기모터와 가솔린 엔진으로 파워트레인을 구성했다. 시스템 합산 출력은 292마력. 가솔린 엔진 2.0 트윈 파워 터보 엔진은 8단 자동변속기와 합을 맞춘다. 전기모터는 113마력, 12kWh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한다.

3시리즈 하면 작은 차라는 이미지가 강한데 실제로 보면 그리 작아 보이지 않는다. 길이 4,710, 너비 1,825, 높이 1,435mm 크기에 휠 베이스 2,851mm를 확보했다. 모델 변경할 때마다 조금씩 사이즈를 키워서 이제는 중형차에 육박하는 크기로 커졌다. 발육상태가 좋은 요즘 아이들 보는 느낌이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경계를 굵게 만들어 좌우로 구분됐던 그릴이 굵은 테두리를 중심으로 좌우가 합쳐졌다. 헤드램프는 BMW 레이저 라이트를 적용했다. 조사 거리가 거의 500m에 달하는 똑똑한 헤드램프다. 두 개의 동력에 대응하도록 앞 좌측 펜더에 충전구, 그 대각선 방향에 주유구가 배치됐다.

블랙 앤 아이보리 투 톤 컬러로 단정한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스티어링 휠은 2.6 회전한다. 아주 타이트한 조향비다. 패들시프트를 갖춰 핸들을 쥔 채로 수동 변속도 가능하다.

뒷좌석 공간은 부족하지 않다. 무릎 앞으로 주먹 하나가 충분히 드나든다. 차급에 비하면 넓은 편이다. 머리 위로도 손바닥 두 개가 겹치는 공간을 확보했다. 센터 터널은 벽처럼 높다. 뒷좌석을 위한 송풍구, 3단계로 조작 가능한 열선시트, 에어컨 온도 조절 버튼, c 타입 USB 포트 2개 등이 준비되어 있다. 이 정도면 뒷좌석에서 쾌적하고 편리한 환경을 누릴 수 있겠다.

충전, 냉난방 등을 정해진 시간에 가동시킬 수 있다. 출근 시간에 맞춰 미리 충전하고 에어컨이나 히터를 가동시킬 수 있다. 이처럼 충전하는 전동차를 소유하면 계획적으로 차를 운행하는 습관이 들게 된다. 생활 패턴이 바뀌는 것.

50m까지 왔던 길 그대로 후진하며 조향을 보조하는 후진 어시스트 기능은 BMW에서만 만날 수 있는 아주 유용한 기능이다. 후진 운전에 부담이 큰 운전자들이 좋아할 만한 아이템이다.

10초 동안 41마력의 힘을 보태는 엑스트라 부스트 기능은 순간 가속이 필요할 때 유용하다. 엔진과 모터가 힘을 합쳐 강한 가속력을 확보하는 것. 1회 충전으로 주행 가능한 거리는 40km, 시속 140km까지 전기 구동이 가능하다.

전기 모드에선 유령처럼 움직인다. 동력 흐름을 보여주는 모니터에선 파란 피와 빨간 피가 돈다. 엔진은 빨간 피, 모터는 파란 피다. 시속 140km까지 EV 모드가 커버한다. 도심은 물론 고속도로에서도 엔진 개입 없이 배터리와 모터만으로 구동할 수 있는 것. 이제 엔진 영역은 점차 줄어들고 모터 영역이 그만큼 늘어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스포츠 모드에서 시속 100km, 엔진 회전수는 8단 1,500을 마크한다. 수동 변속을 이어가면 3단 5,200rpm까지 커버한다. 엔진 사운드가 매력적이다. 부드럽지만 힘찬 소리다. 높은 엔진 회전수에서도 찢어지는 소리가 아니다. 비교적 낮은 톤으로 힘찬 소리를 전한다.

앞에 255/40R 19 뒤에 255/35R19 사이즈의 피렐리 타이어를 적용했다. 런플랫 타이어다. 묵직한 바리톤의 엔진 사운드에 취해 자꾸 밟게 된다. 달리는 재미가 역시 BMW다. 친환경차가 이렇게 다이내믹해도 되는 걸까. 달리는 재미가 크다. 낮게 깔리는 엔진 사운드, 단단한 하체, 빠른 조향 반응 등이 어우러지며 야무진 주행 성능을 뽐낸다. 다이내믹한 맛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 BMW의 고집을 본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조차 짜릿하고 강하다. 그래서 재미있다.

주행보조 시스템은 완성도가 높다. 트럭 같은 대형차를 구분해서 인식하고 주행 차로뿐 아니라 옆 차로를 달리는 차까지 인식하는 것을 계기판 모니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차선 인식, 차로 중앙유지, 차간거리 조절, 정속 주행 등을 척척 해낸다. 베테랑 드라이버 저리 가라 할 정도다.

하지만 분명한 것, 주행 ‘보조’ 시스템이라는 것. 보조는 보조일 뿐 책임지지는 않는다. 완성도 높은 주행보조 시스템이라고 해서 운전자가 운전을 소홀히 해선 안 된다는 말이다.

후륜구동 시스템이다. 가속하면 뒤에서 밀고 가는 아주 기분 좋은 가속감을 즐길 수 있다. 차근차근 속도를 높여도, 벼락처럼 다그치며 빠르게 속도를 높여도 시키는 대로 잘 따른다. 자꾸자꾸 달리게 된다.

시속 100km에서 급제동을 시동했다. 안전띠가 몸을 꽉 잡고 비상등이 작동한다. 브레이크 페달은 평소보다 더 깊게 밟힌다. 강한 조작에 비해 상당히 여유 있고 부드럽게 제동을 마무리한다.

GPS 계측기를 이용해 시속 100km 가속 테스트를 했다. 292마력의 힘, 1,855kg의 공차중량, 마력당 무게비 6.35kg다. 메이커가 밝히는 100km/h 가속 시간은 5.9초다. 330e에는 엑스트라 부스트 기능이 있다. 스포츠 버튼을 두 번 누르면 엑스트라 부스트 기능이 활성화된다. 전기모터에서 41마력의 힘을 추가해 순간적인 가속력을 극대화한다.

가속을 시작하면 가볍게 시속 100km를 주파한다. 힘의 질감이 상당히 고급스럽다. 같은 구간을 10회 반복 주행하며 기록을 구했다. 가장 빠른 기록은 6.14초, 가속 거리로는 88.99m였다. 평균 기록 6.30초, 92.80m다. 역시 BMW다. 친환경 차지만 운전하는 즐거움을 온전히 지켜내고 있다. 재미있는 친환경 차다.

파주-서울 간 약 55km를 달리며 실주행 연비를 살펴봤다. 공인 복합연비는 16.7km/L. 출발 시점에서 배터리 잔량은 약 6km 정도 갈 수 있는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자유로를 달려 행주대교 북단에서 체크한 중간 연비는 25km/L 수준. 배터리는 바닥난 상태에서도 간간이 상황이 허락할 때마다 악착같이 전기 구동을 했다. 목적지인 교대역 네거리에 도착했을 때 계기판이 알려주는 연비는 20.4km/L였다. 공인복합 연비보다 리터당 3.7km를 더 달렸다. 전체 주행 거리 55.9km 중 26.2km를 전기모터가 커버했다. 절반가량을 가솔린 소모 없이 전기로 달린 것. 배터리 잔량이 충분했다면 훨씬 더 좋은 연비를 기대할 수 있겠다.

330e는 럭셔리 라인과 M 스포츠 패키지 두 개 트림이 있다. 시승차는 M 스포츠 패키지로 6,460만원이다. 럭셔리 라인은 6,260만원 (개소세 3.5% 기준)

오종훈의 단도직입

주행 도중 배터리를 강제로 충전하는 방법이 없다. 회생제동 시스템을 통해 배터리 충전이 일어나기는 하지만 미미한 수준이다. 엔진을 가동해 배터리를 충전할 수는 없다. 배터리 컨트롤을 이용해 배터리 잔량 유지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배터리 잔량 60%로 설정해 놓았으나 그 밑으로 하염없이 소모됐다. 디테일하게 배터리를 관리할 방법이 필요해 보인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