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이름이 공교롭다. ‘카니발’ 즉 축제다. 바이러스의 습격으로 세상은 어수선하지만 ‘카니발’은 계속된다. 신형 N3 플랫폼을 사용한, 4세대 카니발이다.

카니발은 미니밴 시장 최강이다. 마땅한 경쟁 모델이 없다. 스타렉스와는 급이 다르고, 오딧세이, 시에나 등 수입차들은 아직 존재감이 크지 않다. 카니발 천하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런 카니발이 더 진화한 4세대 모델로 교체됐으니 시장 지배력은 더 커질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계약 하루 만에 2만 3,000대의 계약이 몰린 사실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3.5 가솔린, 2.2 디젤 엔진, 7, 9, 11인승으로 제품을 구성했다. 하반기엔 4인승 하이루프 모델이 기다리고 있다. 2.2 디젤 엔진을 얹은 시그니처 트림 6인승을 시승했다.

디자인을 바꿨다. 이전 모습은 완전히 사라졌다. 크롬 라인이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를 함께 감쌌다. 기아차의 ‘복코’ 타이거 노즈는 있는 듯 없는 듯 희미해졌다. 분명했던 윤곽이 흐려지고 겨우 알아볼 만큼 흔적만 남았다.

옆과 뒤는 견고한 수평축을 강조하고 있다. 직선이 살아있다. 화려한 기교보다 기본을 강조하는 단정한 디자인이다. 좌우의 리어램프를 연결해 하나의 선으로 포인트를 줬다. 측면 C 필러에는 크롬 가니시를 큼지막하게 배치해 시선을 끈다. 디자인 포인트지만 튀어 보이기도 한다.

차체는 더 커졌다. 5,155×1,995×1,740mm 크기에 휠베이스는 3,090mm에 이른다. 휠베이스 30mm, 길이는 40mm를 키워 더 넓은 공간을 확보했다. 9인승이나 11인승이 더 큰 건 아니다. 같은 크기로 7인승부터 11인승까지 만든다.

11인승을 제외하고 7인승과 6인승의 2열은 좌우 분리된 독립 시트다. 무릎까지 받쳐주는 릴렉션 시트는 가장 편안하게 눕다시피 한 자세를 취할 수 있다. 카니발의 고급스러움을 가장 잘 보여주는 부분이다. 대저택의 거실 소파에 앉은 느낌이다. 시트를 젖혀 편안하게 누우면 잠이 솔솔 몰려온다. 이왕 이렇게 만들었다면 안마 기능도 넣었으면 어땠을까.

운전석에 오르면 눈이 시원하다. 차창이 넓다. 운전석 도어 유리창이 어깨 아래로 제법 많이 내려올 정도로 차창 면적이 넓다. 그 넓은 차창 너머로 바깥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운전이 아니라 조종을 해야 할 듯 두 개의 모니터가 주는 분위기는 색다르다. 12.3 인치 스크린 두 개로 계기판과 내비게이션 모니터를 구성했다. 깨끗하고 선명한 모니터에서 아주 많은 기능과 정보들이 샘솟는다. UVO, 내차 위치공유, 기아 페이, 디지털 키, 카투홈, 빌트인 캠, 후석 대화, 내차 위치공유 등등이 그 안에 숨어 있다. 오버헤드 콘솔에 SOS 버튼이 있다. 위기의 순간에 버튼 한 번으로 콜센터와 연결돼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쓸 일이 있건 없건 있는 것만으로 마음 든든한 버튼이다.

불쑥 솟은 변속레버 대신 다이얼 방식으로 변경했다. 나무를 치워버린 정원처럼 공간이 넓어졌다. 수동변속은 패들로 가능하다.

가솔린 엔진은 3.3에서 3.5로 높였지만, 디젤은 2.2 그대로다. 8단 자동변속기의 조율을 거쳐 202마력, 45.0kgm의 힘을 낸다. 공차중량은 2,095kg, 마력당 무게비는 10.3kg이다.

스티어링휠은 3회전 한다. 기본적으로 승합차다. 여러 명을 태우고 움직인다는 점에서 버스와 다르지 않다. 다이내믹하게 달리기보다 편안하고 안정된 주행이 먼저인 이유다. 디젤인 듯 가솔린인 듯 부드러운 엔진이 이 차의 성격을 그대로 말해준다.

공차중량 2.1t으로 무거운 편이지만 주행 반응은 그리 무겁지 않다. 202마력이 딱 좋은 힘으로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다가온다. 대체로 부드러운 서스펜션은 노면 굴곡을 기분 좋게 타고 넘는다. 노면 충격을 그대로 받아들이지도, 맞받아치지도 않는다. 편안함에 방점이 찍힌 승차감이다.

드라이브 와이즈로 부르는 기아차의 주행보조 시스템은 통상의 반자율 운전에 더해 고속도로 주행보조 시스템이 더 있다. 고속도로와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내비게이션의 도로 정보를 바탕으로 차의 움직임을 조절한다. 코너에서, 진출입로에서 속도를 줄이고 터널 앞에서는 선루프를 포함해 열린 차창을 닫아준다.

반자율 운전을 활성화하면 조향과 제동, 가속에 개입하며 운전을 돕는다. 보조 운전자가 함께 운전하는 느낌이다. 덕분에 운전이 편하다. 다중 충돌 방지 자동 제동시스템을 채택했다. 충돌사고로 운전자가 차를 제어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동으로 속도를 낮춰주는 기술이다. 1차 충돌 후 2차 사고를 막아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시속 90km 전후 속도에서 노면 잡소리가 살짝 들어오고 바람 소리는 거의 없다. 차체 단면적이 넓은 것 치고 바람 소리가 없는 편이다. 실내는 더없이 편안하다.

시속 100km에서 8단 1,500rpm, 4단 3,500rpm 구간을 마크한다. 무난한 세팅이다. 속도를 끌어올려 고속주행에 접어들자 바람 소리와 엔진소리가 함께 커진다. 다이내믹한 느낌보다는 부드러운 느낌이다. 여럿이 타고 달리는 덩치 큰, 미니밴인 만큼 빠르게 달리는 건 어울리지 않는다. 편안하고 부드럽게 달리는 게 어울린다. 카니발에 고속주행은 의미 없다. 긴장을 풀고 느슨하고 여유 있게 움직이는 게 이 차에 어울린다. 에코 모드가 가장 적합한 이유다.

가족용, 비즈니스용, 의전용 등으로 쓰임새가 많겠다. 넓은 공간, 편하게 앉을 수 있는 시트는 대형 세단보다 더 좋다. 미니밴이라는 선입견에 얽매이지 말고 고급 세단, SUV 대신 카니발을 택해도 좋겠다. 미니밴을 넘어 고급 리무진의 면모까지 갖췄다. 카니발의 영역이 그만큼 넓어지는 셈이다.

30km 구간을 경제운전을 하며 연비를 살펴봤다. 7인승 2.2 디젤 엔진에 19인치 타이어를 적용한 공인 복합 연비는 12.6km/L다. 여기에 빌트인캠을 장착한 시승차는 12.5km/L다.

주행 도중 리터당 20km를 넘기도 했던 연비는 34km를 달려 목적지에 도착해 18.9km/L를 기록했다. 공인연비보다 리터당 7km 가까이 더 달린 결과다. 외부온도 36도에 달하는 무더위에 에어컨을 켜고 달렸음에도 만족할만한 연비 수준을 보여줬다.

4세대 카니발 판매가격은 가솔린 모델 기준 9인승/11인승 ▲프레스티지 3,160만원 ▲노블레스 3,590만원 ▲시그니처 3,985만원이다. 7인승은 ▲노블레스 3,824만원 ▲시그니처 4,236만원이다. 디젤 모델은 120만원을 더하면 된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릴렉션 시트는 조작하기가 어렵다. 조작방식을 찬찬히 읽어봐야 제대로 사용할 수 있다. 3열 공간과 간섭을 피하기 위해 시트를 좌우로 움직인 뒤에 등받이를 조절할 수 있다. 알고 나면 쉽지만, 처음 마주하면 어렵다. 누구나 쉽게 조작할 수 있으면 더 좋겠다.
카카오 i 기반의 음성인식 기술은 제법 쓸모 있게 많은 말을 알아듣고 대응하는데 몇몇 부분에서 막힌다. “실내온도 19도”로 말하면 근처 날씨를 안내해주는 식이다. 좀 더 다듬으면 재미있고 유용한 기술이겠다.
개인적으로 C필러의 크롬 가니시는 눈에 걸린다. 임팩트를 줬는데 뜬금없이 튀는 느낌이다. 보는 이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겠으나 개인적으로는 없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