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조에가 한국 상륙을 알렸다. 프랑스에서 온 전기차, 불전차(佛電車)다. 프랑스는 친환경차의 본진. 2024 디젤차, 2040년 내연기관 자동차 퇴출을 예고하고 있다. 그런 프랑스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전기차가 조에다. 프랑스는 물론 유럽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2020년 6월까지 누적 판매 대수가 21만대를 넘겼다. 본진에서 검증받은 조에다.

작다. 소형차 크기다. 4,090×1,730×1,560mm 크기로 휠베이스는 2,590mm다. 요즘 흔치 않은 소형 세단으로서도 의미가 있겠다. 다이아몬드 형상의 르노 로장쥬 엠블럼 안쪽으로 충전구를 넣었다.

‘LED 퓨어 비전’ 헤드램프와 LED 안개등을 적용했고 다이내믹 턴 시그널을 포함하는 리어 컴비네이션 LED 리어램프는 입체감 있게 돌출시켜 배치했다.

계기판은 10.25인치 TFT 클러스터로 배치하고 센터페시아에 ‘이지 커넥트’ 멀티미디어 시스템을 조작하는 9.3인치 세로형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를 배치했다. 공조 기능은 별도 버튼으로 빼내 빠른 조작이 가능했다.

작지만 실내는 좁지 않다. 뒷좌석 무릎 공간이 주먹 하나 충분히 드나들 정도다. 1열 시트는 낮게, 2열 시트는 높게 배치했다. 뒤에 앉아도 답답하지 않은 이유다. 2열 시트 아래로 배터리가 들어갔다.

배터리는 54.5kWh 용량의 리튬이온 배터리다. 7kW 완속 충전기로 9시간 25분 지나면 완충된다. 50kW 급속충전으로는 30분 만에 150km를 달릴 수 있을 정도의 전력을 충전하고 70분 만에 80%를 채울 수 있다고 르노삼성차는 밝혔다.

80%를 넘어서면 배터리 밀도가 높아져 남은 20%를 마저 충전하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르노삼성차는 100% 충전까지의 시간을 정확하게 밝히지는 않았다. 남은 20%를 더 충전하는데 20~30분은 걸리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8년 16만km까지 배터리 용량의 70%를 보증한다.

엔진이 사라진 엔진룸에는 136마력의 힘을 내는 모터가 자리했다. 최대토크는 25kgm. 1회 충전으로 충전 가능한 거리는 309km. 유럽의 WLTP 기준으로는 395km에 이른다. 주행 가능 거리는 날씨에 따라 변한다. 배터리가 최고의 상태를 보이는 봄 가을에는 인증된 주행거리를 훨씬 상회할 가능성이 크고, 기온이 떨어지는 추운 날씨에는 주행가능 거리가 뚝 떨어진다.

조에는 폐열 재활용하는 히트 펌프 기술과 배터리 히팅 시스템으로 배터리 기능 저하를 줄여 236km의 저온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영하 7도 정도의 날씨에도 200km 이상의 거리를 달릴 수 있다는 의미다. 한겨울에도 서울-대전 정도는 편도주행이 가능한 수준이다.

구조는 단순하고 주행은 명쾌했다.

짐작했지만, 첫발이 힘차다. 엔진을 사용하는 차와는 확연히 다른 첫 반응이다. 조용한 가운데 내딛는 힘찬 발걸음. 전기차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다. 전기 모터는 회전을 시작하면서 바로 최대 토크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변속기 B 모드를 택하면 가속이 뻑뻑해진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바로 속도가 줄어든다. 굳이 브레이크를 밟을 필요가 없다. 가속페달이 브레이크 역할까지 하는 원 페달 시스템이다. 내리막길에서도 속도를 줄이지만, 완전 정지까지 하는 건 아니다. 마지막 정지는 브레이크로 마무리해야 한다.
효과적인데 때로는 답답할 때도 있다. 내리막에서는 D와 B를 번갈아 사용하는 게 효과적이었다. 속도 변화가 잦은 도심 주행에서는 편했다. 가속페달 하나만 조작하면 됐다.

북악스카이웨이에 조에를 올렸다. 전기차지만 크기는 소형급이고 앞바퀴 굴림 방식이다. 소형 세단의 불안한 움직임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구조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차의 앞부분을 누르던 엔진은 사라졌고 모터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무거운 배터리는 뒷 시트 아래 배치돼 앞뒤 적절하게 무게가 배분됐다. 배터리는 중심을 꽉 잡아 오뚜기 같은 느낌을 준다. 도로에 밀착하며 흔들림 없이 코너를 돌아나가는 느낌이 스포츠카 비교할 수 없다.

순간적으로 힘을 몰아 쓰는 직진 가속과 추월 가속이 탁월하다. 모터를 사용하는 전기차의 가장 큰 장점이다. 최고시속 140km까지 달릴 수 있지만 실제로 달릴 기회는 없었다.

북악스카이웨이 팔각정에서 내리막을 타고 내려오는 동안 주행가능 거리는 4km가 더 늘었다. 회생제동 시스템으로 배터리를 충전한 결과다. 주행 코스의 오르막과 내리막 평지 등을 잘 이용해 영리하게 회생제동 시스템을 이용하면 주행가능 거리는 조금 더 확보할 수 있다.

차선이탈 경보장치가 있어 방향지시등 조작 없이 차선을 넘을 때 스티어링휠 진동으로 경고한다. 사각지대 경보 시스템과 주차조향 보조 시스템이 운전을 보조한다.

스마트폰 앱 ‘마이 르노’를 이용하면 여러 기능을 원격 제어할 수 있다. 충전 상태, 배터리 잔량, 주행가능 거리, 위치, 공조 장치 확인 및 작동 등을 할 수 있다. 충전소를 포함한 최적 경로를 찾아주는 ‘EV 스마트 루트 플래너’도 이용할 수 있다. 장거리 주행을 할 때 중간 충전소를 선택하면 이를 고려해 주행 코스를 추천해주는 기능이다.

프랑스에서 물 건너온 수입차지만 르노삼성차의 정비 네트워크를 이용해 국산차처럼 탈 수 있다. 전기차, 배터리 관련 정비를 담당하는 오렌지 레벨 서비스 거점이 전국에 125개소가 있다. 정비 거점은 460개소에 이른다. 큰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춘 셈이다.

판매가격은 ▲젠 3,995만원 ▲인텐스 에코 4,245만원 ▲인텐스 4,395만원이다. 정부(736만원)와 지방자치단체(서울의 경우 450만원, 제주도는 500만원)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지원받으면 서울 기준 최저 2,809만원서부터 구매할 수 있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운전석과 조수석 시트 조절이 번거롭고 힘들다. 앞뒤 슬라이딩은 쉽고 빠른데 등받이를 조절하려면 원형 레버를 열심히 돌려 한 칸씩 조절해야 한다. 시간도 걸리고 자세도 어중간하고 힘도 든다. 레버 한번 젖혀서 조절하는 방식에 익숙한 소비자들에겐 불편한 방식이다. 굳이 이런 방식을 택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트렁크를 열면 아주 날카로운 예각이 뾰족하게 드러난다. 트렁크는 세게 닫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 인체와 부딪히면 부상을 피하기 힘들겠다. 좀 더 안전을 고려한 디자인이 필요해 보인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