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툭 가속페달을 밟았는데 생각보다 세다. 가볍게 던진 잽이 힘을 실은 펀치처럼 다가온다. 아차 싶을 정도다. 엔진 아닌 모터로 첫 발짝을 떼기 때문이다. 슬쩍 오른발에 힘을 빼게 된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PHEV)을 적용한 X3 xDrive 30e다. BMW가 530e, 745e에 이어 세 번째, SUV로는 처음 선보이는 PHEV다. 30e가 추가되면서 X3는 디젤과 가솔린 엔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3개 파워트레인에 총 7개 트림으로 라인업이 넓어졌다.

뉴 X3 xDrive 30e는 엔진, 모터, 배터리, 충전시스템까지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모든 것을 한 몸에 품었다. 가장 복잡한 시스템이다. 2.0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의 결합으로 최고출력 292마력을 확보했다. 292 마력. 300마력에 가까운 힘. 친환경 자동차지만 고성능, 다이내믹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BMW의 의지를 말해주는 힘이다.

왼쪽 앞에 전기 충전구만 빼면 X3의 모습 그대로다. 4,710×1,890×1,675mm 크기에 2,864mm의 휠베이스를 가졌다. 실내공간은 충분하다. 중형 SUV에 버금가는 크기다. 공간의 압박은 없다. 넓은 선루프까지 확보해 개방감까지 갖췄다.

트렁크 바닥은 높게 올라와 있다. 그 아래 배터리가 자리 잡고 있어서다. 트렁크는 기본 450ℓ에서 뒷좌석을 접으면 1,500ℓ까지 확장된다. 뒷좌석 아래에 배터리를 장착해 트렁크 공간이 어느 정도 제약을 받지만 SUV여서 그래도 넓은 공간을 확보했다.

시동 버튼을 누르면 엔진 대신 모터가 반응한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모터 특유의 강한 반응이 드러난다. 펀치 같은 잽이다.

손 안에 꽉 차게 잡히는 굵은 스티어링휠은 2.4회전 한다. 정지 상태지만 가볍게 반응하는 스티어링휠은 주행을 시작하면 조금 더 단단해진다. 스티어링휠 아래 패들 시프트가 큼지막하게 자리했다.

주행모드와 함께 e드라이브 모드를 선택해야 한다. 오토 e드라이브는 주행 상황에 맞춰 엔진과 모터를 자동으로 선택한다. 맥스 e드라이브는 배터리 우선이다. 엔진은 멈추고 모터로 구동하게 된다. 전기차가 되는 것.

배터리 컨트롤을 통해 배터리 잔량을 정해놓고 이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하는데 실제 주행 과정에서 운전자가 세심하게 조절하지 않으면 정해놓은 배터리 잔량에 상관없이 배터리 소모가 많아진다.

X3 30e에는 12.0kWh 용량의 고전압 배터리가 적용됐다.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는 최대 31km로 인증받았다. 실제 주행해보면 이보다 훨씬 더 멀리 달리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한국의 인증 기준이 무척 까다로운 탓이다. e 드라이브 모드가 커버할 수 있는 속도는 시속 135km까지. 배터리만 충분하다면 일상 주행에서 거의 모든 영역을 전기차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다.

배터리 충전 시간은 가정용 전원으로 약 6시간, BMW가 제공하는 i월박스(충전전력 3.7kW)로는 3시간 30분이 걸린다. 바쁠 땐 80% 정도만 충전하기를 권한다. 배터리 밀도가 높아지면 충전 시간이 더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i 월박스로 2시간 40분 정도면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친환경차지만 오프로드 주행성능도 야무지게 갖췄다. 최저지상고 204mm, 접근각 25.6도 이탈각 22.8도의 체형에 BMW의 사륜구동 시스템인 X드라이브를 탑재해 거친 길을 헤쳐나갈 수 있는 능력을 확보했다. 시속 7km 정도의 저속으로 500mm 깊이의 물길을 건널 수도 있다. 거친 대자연의 품속으로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말 그대로 친환경차다.

직렬 4기통 2.0 트윈 파워 터보 가솔린 엔진과 모터, 8단 스텝트로닉으로 파워트레인을 구성하고 있다. 엔진 184마력, 모터 109마력, 시스템 출력 292마력이다. 300마력을 넘보는 힘이다. 친환경차라고는 하지만 고성능을 욕심내고 있음을 제원표에서 읽을 수 있다. BMW답다. 오직 효율만을 추구하는 친환경차의 유약한 이미지를 싹 걷어냈다.

스포츠 모드에선 엔진 가동이 먼저다. 시속 100km에서 rpm은 약 1,500을 마크한다. 8단 스텝트로닉 변속기를 차근차근 내려가면 3단 5,000rpm까지 커버한다. 자장가 같은 1,500rpm, 힘차게 돌격하는 5,000rpm, 그 사이 어디쯤이 시속 100km에서의 선택지다.

속도에 비해 조용했다. 노면 잡소리, 바람 소리 등이 현저하게 낮다. 공기 저항을 많이 받는 덩치 큰 SUV지만 고속주행에서 바람 소리는 잘 제어하고 있다. 서스펜션은 노면 충격을 적절하게 제어하고, 실내로 파고드는 잡음도 잘 걸러내고 있어 실내에서 조용하고 편안한 느낌을 받는다.

속도를 끌어올렸다. 완성도 높은 주행 품질을 만난다. 빠른 속도에서도 흔들림 없이 노면 굴곡을 타고 넘고, 차체 흔들림이 잘 제어되는 느낌이다. 뒷 시트 아래 배치된 배터리가 차체의 흔들림을 잡아주는 균형추 같은 역할을 한다. 여기에 더해 사륜구동 시스템이 안정된 주행감을 완성하고 있다.

코너에서도 안정감은 돋보였다. 차체가 높은 SUV지만 배터리가 무게중심을 낮추고 사륜구동 시스템이 받쳐주면서 상대적으로 안정된 자세를 유지한다. 서스펜션과 타이어도 힘을 보탠다. 살짝 기우는 느낌을 속이지는 못하지만 코너링 도중에 좀 더 가속을 시도할 정도로 여유 있게 코너를 마무리했다.

맥스 e드라이브를 택하면 전기차처럼 배터리와 모터로 구동한다. 맥스 e드라이브는 시속 135km까지 커버한다. 배터리 잔량만 충분하다면 전기차처럼 움직인다. PHEV의 묘미다.

어떤 주행모드에서도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 킥다운을 걸면 엔진과 모터가 있는 힘을 다 쏟아낸다. 주행모드, e드라이브 모드 상관없이 최고출력을 뽑아내며 달려 나간다. 박력 있는 엔진 사운드 사이로 모터 소리가 함께 들린다.

주행보조 시스템은 운전자의 빈틈을 적절하게 보완해주고 있다. 테스트를 위해 스티어링에서 손을 떼고 주행하는데 앞차와의 거리와 차로 중앙을 잘 유지한다. 100km/h 이상의 빠른 속도에서도 마찬가지다. 능수능란하게 스스로 조절한다. 자율주행 2단계의 끝에 와 있음을 실감한다. 물론 아직은 자율운전이라고 할 수 없는 주행보조 시스템이다. 책임은 운전자에게 있다는 말이다.

시속 100km에서 체중을 실어 급제동을 했다. 안전띠가 몸을 조이고 비상등이 자동으로 작동한다. 브레이크 페달은 약간의 반발력을 보이며 깊숙하게 밟힌다. 초반에 강한 제동반응은 시간이 지나며 빠르게 안정을 되찾는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인 만큼 마구 달리고, 급제동하며 강한 코너링을 구사하는 운전과는 거리가 멀다. 에코 모드에 오토 e드라이브 혹은 맥스 e드라이브로 차분하게 움직이는 게 어울리는 친환경자동차다. 그렇게 움직일 때 가장 편하고 이 차의 가치가 빛난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BMW여서다. 달리는 즐거움, 다이내믹한 드라이빙을 강조하는 BMW인 만큼 친환경차에도 ‘펀 투 드라이브’를 포기하지 않았다. 작정하고 몰아붙이면 기꺼이 힘찬 주행을 보여준다. 잘 달리는 친환경차다.

0-100km 가속 테스트 결과는 6.30초, 102.81m가 가장 빨랐다. 8차례 테스트한 평균 기록은 6.97초, 106.22m. 메이커가 밝히는 기록은 6.1초다. 6초대에 시속 100km를 주파한다는 건, 스포츠 세단에 버금가는 성능을 갖췄다고 봐도 무방하겠다.

주목할 것은 연비 테스트다. 파주-서울간 55km를 달리며 연비 테스트를 했다. 맥스 e드라이브, 에코 프로 모드를 택해 전기모터가 먼저 구동하도록 했다. 에어컨은 20도, 풍량 2단계로 설정했다. 메이커가 밝히는 공인 복합 연비는 13.6km/L로 가솔린 엔진 9.9km/L, 모터 2.6km/kWh다. 55km를 달린 뒤 확인한 실주행 연비는 17.1km/L. 공인 연비보다 리터당 3.5km를 더 달렸다.

놀라운 것은 배터리 효율. 출발할 때에는 남은 배터리로 5km를 달릴 수 있었는데 실제로는 7.8km를 달렸다. 배터리가 바닥 난 이후에는 엔진이 가동했다. 배터리가 완전 소진된 이후에도 회생제동 시스템을 통해 회수된 전력으로 틈틈이 모터 주행을 할 수 있었다.

총 주행거리 55km 중 모터 주행 즉 e드라이브가 커버한 거리는 무려 22.7km. 절반 가까이를 배터리 기반으로 움직였다. 출발 시점에는 배터리 잔량으로 주행 가능한 거리가 5km에 불과했지만 4배 이상의 거리를 배터리 힘으로 움직인 셈이다. 대단한 효율이다. 30도를 넘나드는 더위에 에어컨까지 켜고 달린 기록이라 더 대단하다.

한국에선 1회 충전 주행 가능거리 31km로 인증받았지만 유럽에선 WLTP 기준 40km 이상, NEDC 기준으로는 50km 이상으로 인증받았다. 참고할 일이다.

뉴 X3 xDrive 30e는 M 스포츠 패키지와 x라인 두 종류 트림으로 판매된다. x라인 7,350만 원, M 스포츠 패키지는 7,650만 원이다.

뉴 X3 xDrive 30e M 스포츠 패키지. 긴 이름만큼이나 아주 많은 기능을 담았다. 내연기관 자동차와 전기차의 특성을 한 몸에 담았고, 세단 같은 편안함과 SUV의 기능에 292마력의 고성능까지 품었다. 자동차가 가질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가진 셈이다. 가히 전천후 다목적 친환경 SUV라 할만한 물건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e드라이브에서 설정하는 배터리 컨트롤은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게 좋겠다. 60%에 설정해 놓았지만 25%까지 소진됐다. 물론 스포츠 모드로 바꾸고, 고속주행을 하느라 배터리 전력도 함께 사용된 결과다. 고 무심코 달리다 보면 설정값에 구애받지 않고 바닥까지 소진된다. 어떤 주행 상황에서도 배터리 컨트롤 설정값이 제대로 유지되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해 볼 부분이다.
선루프의 햇빛 가리개는 장애물이 있어도 힘으로 밀고 들어온다. 닫히는 중간에 온 힘을 다해 손으로 막아보지만 막무가내로 닫힌다. 경우에 따라서는 위험할 수도 있겠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