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6가 4년 만에 페이스리프트 모델로 교체됐다. 더 뉴 SM6다.

페이스리프트라고는 하지만, 엔진 교체가 키 포인트다. 페이스리프트가 아닌 ‘허트 리프트’인 셈이다. 서스펜션과 주행보조 시스템을 보강했고, 디자인은 손을 댄 듯 안 댄 듯 디테일에 변화를 줬다. 하이랜드 실버, 샌드 그레이, 빈티지 레드 등 보디 컬러도 다양화해 선택 폭을 넓혔다.

르노삼성차는 더 뉴 SM6의 데뷔 무대를 서킷으로 택했다. 인제 스피디움에서 기자단 시승회를 연 것. 엔진을 교체해 강해진 면모를 자랑하고 싶었던 것으로 해석해본다.

변화의 핵심인 엔진은 TCe 300과 TCe 260이다. 1.8ℓ와 1.3ℓ 터보 직분사 가솔린 엔진이다. TCe 300은 르노 고성능 브랜드 알핀과 R.S.에 탑재되는 엔진이다. 배기량 1.8ℓ로 225마력의 힘을 내는 다운사이징 고성능 엔진이다. 156마력짜리 TCe 260은 르노와 다임러가 공동개발한 엔진으로 벤츠 A 클래스도 같은 엔진을 사용한다. 300, 260이라는 숫자는 Nm로 표기하는 엔진 토크를 의미한다. 두 엔진에 맞물리는 변속기는 게트락 7단 습식 DCT다.

단순하게 깜빡이는 방향지시등이 아니다. 몇 개의 LED 램프가 순차적으로 점등하며 움직이는 모습으로 구현되는 다이내믹 턴 시그널을 적용했다.

LED 매트릭스 비전 헤드램프는 카메라가 주행 상황을 파악해 상향등 내부에 배치된 좌우 각 18개씩, 총 36개의 LED를 개별적으로 다중 제어한다. 헤드램프의 빛을 조각내 개별 조절하는 것. 맞은편에서의 눈부심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

앞뒤 댐퍼에는 모듈러 밸브 시스템을 적용했고 뒷 서스펜션에는 대용량 하이드로 부시를 적용해 진동을 효과적으로 줄여준다. 토션빔의 한계를 보완해주는 시스템이다.

8개 컬러를 사용할 수 있는 앰비언트 라이트는 센터 콘솔 양옆과 컵홀더에까지 확대 적용했다. 계기판은 10.25인치 TFT 클러스터를 적용했고, 센터페시아에 9.3인치 이지 커넥트 모니터를 세로로 배치했다. 이지 커넥트 스크린의 면적은 272㎠다. 자주 사용하는 공조기 능은 별도 버튼으로 분리해 모니터 바깥으로 꺼내 놓았다.

1열 마사지 시트, 스마트폰 무선 충전, 온카 미러링 등의 편의 장비들을 적용해 더 편하게 SM6를 이용할 수 있다.

TCe 260을 타고 공도 주행에 나섰다. 강원도 인제의 산길, 와인딩, 자동차전용도로 등을 달렸다. 움직임이 편했다. 보강된 서스펜션은 독일차의 단단한 서스펜션과 다른 느낌이다. 기본적으로 단단함이 느껴지지만, 독일차에 비하면 한 스텝 부드럽게 세팅됐다. 노면 충격을 살짝 품어 안으며 지난다. 편안하고 부드러운 움직임이다. 패밀리 세단에 어울리는 승차감이다.

실내는 조용했다. 시속 90km 전후의 속도에서 잔잔한 실내를 유지한다. 노면 잡소리, 바람 소리 등이 실내로 파고들지 않도록 대시보드와 하체 등에 흡차음재를 사용했고, 차음 유리를 적용한 결과다.

귀가 즐겁다. 소리와 관련해 3가지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보스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 엔진 사운드 인핸스먼트다. 보스 오디오는 13개의 스피커가 실내를 꽉 채우는 소리를 들려준다.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은 실내로 유입되는 소리에 반대되는 음파를 발생시켜 소음을 줄여준다. 엔진 사운드 인핸스먼트는 일종의 가상 엔진 사운드다. 듣기 좋게 만들어진 엔진 소리를 스피커로 들려주는 것. 보스 오디오로 수준 높은 소리를 들려주고, 잡음은 누르고, 엔진 소리는 듣기 좋게 만들어낸다. 청각을 통한 감성 품질 수준이 매우 높다.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은 TCe 300에 기본 적용된다.

2.6회전 하는 스티어링휠은 4,855×1,870×1,460mm 크기의 차체를 가뿐하게 컨트롤한다. 굽이굽이 돌아가는 와인딩 로드를 부드럽게 돌아나간다. 타이어와 서스펜션이 부드러운 면이 있지만 강한 코너링을 무리 없이 소화해낸다.

1.3ℓ 엔진에서 156마력을 만들어낸다. 배기량 적다고 염려하지 않아도 되겠다. 직진 가속, 와인딩, 오르막 경사로에서 힘이 부족하지 않다. 넉넉하다고는 할 수 없기만 원하는 만큼의 힘을 내어준다. 다운사이징의 효과를 보여주는 엔진이다.

주행보조 시스템은 완성도가 높아졌다.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은 정차 및 재출발까지 가능하고 차선유지 보조 기능이 추가돼 차로 중앙을 유지하며 움직인다. 긴급제동보조 시스템은 보행자와 자전거까지 인식하고 대응한다. 차선이탈 방지 보조, 후방 교차 충돌 경보도 추가됐다. 이 같은 주행보조 시스템을 바탕으로 반자율주행이 가능하다.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고 차선을 넘지 않도록 차로 중앙을 유지하도록 조향에 개입한다. 운전자의 빈틈을 훌륭하게 채워주는 시스템이다.

TCe 300을 타고 인제 스피디움 서킷에 올랐다. 고저 차가 큰 서킷은 가속과 제동, 조향을 쉴 새 없이 반복해야 하는 난이도가 높은 코스다. 엔진 회전수를 낮춘 뒤에 다시 힘을 내려면 잠시 기다려야 했다. 엔진 회전수를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 수동 변속 기능을 사용해 7단 DCT를 적극적으로 다뤄야 했다. 패들시프트가 없는 게 아쉽다.

엔진 사운드가 실내를 꽉 채운다. 헤어핀 코너를 비롯해 코너를 만날 때마다 타이어 비명이 들리고 차체가 기우는 상황이 이어졌지만, 서킷 주행의 즐거움을 해칠 정도는 아니다. 르노삼성차가 신형 SM6를 서킷 올린 건, 좀 더 강해진 면모를 보여주고 싶다는 말이다. 서킷에서도 충분히 잘 달리는 성능을 증명해 보이겠다는 의지다.

225마력의 힘은 인제 스피디움을 즐겁게 달리기에 충분했다. 하늘을 보며 달려야 하는 오르막에서도 힘찬 가속을 이어갈 수 있었다. 직선로에서는 시속 180km를 터치할 수 있었다.

서킷에서도 재미있게 달릴 수 있는 SM6였다. 충분한 힘과 이를 바탕으로 한 가속, 대체로 부드럽지만, 균형을 잃지 않는 서스펜션, 정확한 조향이 어우러져 전체적인 완성도를 끌어올리고 있었다.

신형 SM6는 TCe 260이 2,450만~3,265만 원, TCe 300이 3,073만~3,422만 원이다. LPe는 2,401만~3,049만 원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지붕과 앞창이 만나는 지점의 마무리는 아쉽다. 틈새 마무리, 지붕 재질의 단면 등이 거칠다. 사소한 부분으로 간과할 수 있지만, 이런 디테일한 부분까지 세심하게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패들 시프트가 아쉽다. 엔진을 교체해 높아진 성능을 느끼기 위해 서킷 주행에 나섰는데, 패들 시프트가 없다. 높아진 성능을 제대로 즐기려면 패들시프트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