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비에이터다. 아메리칸 럭셔리를 표방하는 링컨의 야심작이다. 길이 5m 너비 2m 높이 1.7m를 뛰어넘는 대형 SUV다.

링컨은 에비에이터에서 비행기의 이미지를 차용했다. 에비에이터, 즉 비행사, 파일럿이란 의미다. 개발 과정에서도 ‘고요한 비행’을 테마로 잡았다는 설명이다.

이는 디자인에서부터 잘 드러난다. 항공기의 요소를 많이 차용했다. 이륙하는 비행기처럼 경사진 루프라인에서 비행기의 실루엣이 드러난다. 테일램프는 비행기 날개, 타이어의 휠은 비행기의 터빈을 응용한 모습이다. 차창을 따라 둘러놓은 크롬 라인을 D 필러에서 생략해 열린 느낌을 전하고 있다. 275/40R22 사이즈의 굿이어 타이어가 휠 하우스를 꽉 채우고 있다. 비행기를 닮고 싶은 대형 SUV, 올 뉴 에비에이터에 올랐다. 시승 모델은 상위 트림인 6인승 올 뉴 에비에이터 블랙 레이블이다.

두 개 트림이 있다. 상위 트림인 블랙레이블과 리저브다. 블랙레이블은 항공기를 테마로 한 플라이트, 마호가니 카이야 가죽 재질의 빈티지 러기지의 데스티네이션, 눈 덮인 숲속 오두막을 테마로 한 샬레 등 3가지 테마 중에서 하나를 택할 수 있다.

블랙레이블은 2열 시트를 좌우 독립형인 캡틴 시트를 적용해 6인승, 리저브는 2열 벤치 시트를 적용해 7인승으로 구성했다. 2명이 앉을 수 있는 3열 시트는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과 송풍구를 갖췄고 2열 콘솔박스를 함께 사용할 수도 있다. 2열 시트를 앞으로 밀면, 3열 무릎 앞으로 주먹 하나 정도의 공간도 확보된다.

2열은 호화롭다. 좌우 분리된 독립 시트부터 느낌이 다르다. 앞뒤 슬라이딩이 되고 등받이를 누일 수도 있다. 좌우 시트 사이로 콘솔박스를 배치했다. 가죽 시트의 느낌뿐 아니라 공간 그 자체가 주는 고급스러움이 대단하다. 캡틴 시트의 효과다.

운전석 시트는 무려 30개 방향으로 조절할 수 있다. 몸에 밀착시킬 수 있고, 조금 여유 있게 세팅할 수도 있다. 심지어 허벅지 부분을 좌우로 나눠 조절할 수 있을 정도다. 여기에 액티브 모션 마사지 기능을 더해 쓰임새를 강화했다.

안전알림음이 감동이다. 너무 가볍지 않은 소리가 리듬감 있게 들린다. 디트로이트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업해서 만든 소리다. 감성 품질이 이런 게 아닐까. 감탄사를 부르는 디테일이다. 번호키로 문을 열 수 있고, 스티어링휠에 음성명령 버튼을 배치하고 피아노 건반 같은 변속 버튼 등에서도 디테일에 강한 링컨의 면모를 만날 수 있다.

덩치가 있는 만큼 스티어링 휠이 3회전은 돼야 적정할듯한데 2.7회전으로 마무리했다. 어댑티브 에어서스펜션을 적용해 차 높이는 수시로 달라진다. 키를 갖고 차에 다가서면 차체가 내려온다. 짐을 실을 때 차체를 낮출 수도 있다. 주행하는 도로 상태를 미리 읽어 서스펜션을 최적으로 세팅하는 기능도 있다. 주행 모드에 따른 차고 조절 기능도 있다. 눈이나 진흙길에서 딥 컨디션 모드로 설정하면 차고가 높아지고, 빠른 속도에서는 낮아진다.

차체는 높고 차창은 넓다. 시야가 탁 트였다. 함께 달리는 차들을 약간 내려다보는 SUV 특유의 느낌을 받는다.

트윈 터보 3.0L V6 가솔린 엔진은 10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려 405마력의 힘을 낸다. 출력도 출력이지만 57.7kgm의 최대토크도 강렬하다.

후륜구동 기반의 사륜구동이다. 뒷바퀴가 밀고 가다 가속, 코너링 등에서 사륜구동 상태로 움직인다. 구동력 전달 상황은 계기판을 통해서 실시간으로 볼 수도 있다.

남들과는 다른 표현을 하고 싶었을까. 컨저브, 익사이트, 노멀 슬리퍼리, 딥 컨디션 등 5개의 주행모드를 준비하고 있다. 에코, 스포츠, 노멀, 미끄러운 길, 진흙길 정도에 해당한다.

변속기가 10단이다. 흔히 최고 수준을 말할 때 9단이라 한다. 정치 9단, 바둑도 9단이 최고다. 최고를 뛰어넘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 부드럽지만 강하게 힘을 조율해 낸다. 낮은 rpm으로 편하게 움직이다 고 rpm으로 강하게 밀어붙이는 힘을 보여준다. 시속 100km에서 10단 1,500rpm에서 3단 5,200rpm까지 커버한다. 수동 변속을 이어갈 때마다 rpm이 출렁인다.

주행보조 시스템은 높은 수준에서 반자율 운전을 구현한다.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과 차선이탈 방지시스템이 찰떡궁합으로 조향과 제동, 가속에 개입한다. 능숙한 드라이버처럼 물 흐르듯 부드러운 운전을 해낸다. 차선을 밟는 일도 없다. 시속 100km를 훌쩍 넘는 빠른 속도에서도 마찬가지다.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도 좋을 정도. 하지만 그래선 안 된다. 간간이 핸들을 쥐라는 경고도 경고지만, 아직 주행보조 시스템은 어디까지나 ’보조‘ 장치일 뿐이다. 책임지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속도를 끌어올려 고속주행을 시도했다. 차분한 반응을 유지한다. 바람 소리도 속도에 비해서는 그리 크지 않다. 개발 컨셉인 ’고요한 비행‘이 어울리는 주행 반응이다. 따지고 보면 비행기는 조용하지 않다. 운항 중인 비행기 실내는 조용하지 않다. 노이즈 캔슬레이션 헤드폰을 써보면 비행기 실내가 결코 조용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실내로 공기를 불어 넣어주는 소리 때문이다. 그에 비하면 100km/h 전후의 속도에서 에비에이터는 비행기보다 더 조용하다. 굳이 따진다면 고요한 비행 이상의 주행을 보여준다.

시속 100km에서 급제동을 시도했다. 2.4톤의 무게가 달리는 중력가속도와 차 높이 때문에 순간 앞으로 기울지만 앞차축이 잘 버텨내면서 무리 없이 제동을 마무리했다. 비상등은 자동 점멸되지만 안전띠가 몸을 좀 더 잡아주지는 않는다. 고속에서도 기대 이상으로 안정된 자세를 유지한다. 차체 디자인, 사륜구동, 어댑티브 서스펜션, 22인치 타이어 등이 조화를 이룬 결과다.

테스트 드라이브여서 빠르게 달리고, 급제동을 하고, 강한 코너링을 구사했지만, 에비에이터는 그렇게 달리는 차는 아니다. 필요하다면 강한 성능, 단단한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기는 하지만, 대형 SUV인 만큼 편안하고 여유 있게 다루는 게 어울린다.

운전자 보조 기능인 코-파일럿 360 플러스는 기본 탑재된다. 스탑 앤 고가 포함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 유지 시스템, 충돌 회피 조향 보조, 후방 제동 보조, 자동 긴급제동이 포함된 충돌 방지 보조, 사각지대 정보 시스템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28개 스피커를 가진 레벨 울티마3D 오디오 시스템은 격이 다른 소리를 들려준다. 스테레오, 청중, 무대 등 세 가지 청취 모드를 택할 수 있다. 적당히 소리를 높여 음악을 들으면 실내를 꽉 채우는 높은 수준의 음질을 만끽 할 수 있다.

0-100km/h 가속 테스트에 나섰다. 익사이트 즉 스포츠 모드를 택하고 에어컨을 껐다. 직선로를 왕복하며 8차례 달린 결과 최고 기록은 6.33초, 93.94m로 측정됐다. 평균기록은 6.91초, 101.23m.

파주-서울간 55km를 달린 연비테스트 결과는 11.4km/L를 기록했다. 공인 복합연비 8.1km/L다. 경제 운전으로 차분하게 다룬 결과 에어컨을 켜고도 리터당 3.3km를 더 달린 두 자릿수 연비를 달성할 수 있었다. 10단 자동변속기 효과도 작다 할 수 없다.

블랙 레이블 9,420만 원, 리저브 8,320만 원이다. 아메리칸 럭셔리 대형 SUV를 1억 원이 채 안 되는 가격에 살 수 있다는 건 분명 매력 있는 제안이다. 링컨 측은 올해 안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인 ’그랜드 투어링‘도 출시한다는 방침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큰 덩치는 좁은 공간에서 부담스럽다. 주차장, 골목길에서는 무척 세심하게 움직여야 했다. 한 번에 빠져나갈 수 있어도, 한 번 더 후진하는 수고를 해야 마음이 편하다. 카메라를 통해 차의 전후좌우를 직접 보면서 움직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여러 번 움직이는 수고를 덜 수 있는 건 아니다. 덩치 큰 차의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또한 그래서 불편한 것 또한 사실이다.

주행모드 ’익사이트‘ 즉 스포츠 모드를 계기판에서는 ‘떨림’으로 표현하고 있다. 링컨이 사용하는 영어식 표현 ‘익사이트’를 쓰는 게 좋겠다. ‘스포츠’나 ‘다이내믹’이 더 보편적이기는 하다. 심장이 떨리는 주행모드임을 남다르게 말하고 싶었던 의욕은 알겠지만, 심장이 아닌 자동차가 떨리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어서다. 거두절미한 ‘떨림’이라는 표현은 오해, 혹은 의도적인 ‘오독’의 빌미를 제공한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