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콤팩트카 라인업에 포함되는 4도어 쿠페다. 세단의 기능에 쿠페의 멋을 더해 4도어 쿠페로 완성했다. 2019년에 첫 모습을 선보였고 이제 2세대로 진화했다. 뉴 CLA 250 4매틱을 시승했다.

어려운 차다. 모순되는 개념들이 한데 섞여 있어서다. 이 차를 정의하는 몇 개의 단어, 프리미엄, 콤팩트, 4도어, 쿠페. 프리미엄인데 콤팩트다. 4도어 쿠페여서 세단과 쿠페의 모습이 한눈에 보인다. 프리미엄카로 보면 부족한 게 많아 보이고, 콤팩트카로 보면 대단히 수준이 높다. 세단치고는 세련된 모습이지만, 쿠페로 보기에는 어중간한 구석이 있다. 참 많은 것을 담으려 욕심을 부렸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차체가 길고 넓어졌다. 길이를 50mm 키우고 앞뒤 트레드도 조금 더 넓혔다. 높이는 10mm 낮춰 무게 중심을 낮췄다. 콤팩트카지만 제법 커 보인다. 실제로도 크다. 4,695×1,830×1,435mm의 사이즈는 C200보다 조금 크다. 하지만 휠베이스가 이 차의 정체를 말해준다. 2,730mm로 A 클래스 수준이다.

4도어 쿠페인 만큼 세단과 쿠페의 모습을 모두 담아내고 있다. 세단인 듯 쿠페인 듯 보기에 따라 달리 보인다. 뒷모습에서는 AMG GT의 모습도 보인다.

모니터 두 개를 이어붙여 계기판과 인포메이션 모니터를 설정하고 있다. 콕핏 상단을 감쌌던 카울은 완전히 제거해 세련된 스타일을 완성했다. 대시보드에 펼쳐진 두 개의 모니터가 시원하게 시야를 채운다. 계기판은 주행 테마에 따라 그래픽이 달라지며 다양한 정보를 보여준다. 작은 차여서 더 힘있게 보이고 싶었을까. 에어컨 송풍구를 항공기 터빈 모양으로 만들어 잔뜩 힘을 줬다.

뒷좌석은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을 확보했다. 무릎 앞으로 주먹 하나, 머리 위로는 손바닥 두 개 정도의 공간이 남는다. 밖에서 보면 커 보이지만 실내에 들어서면 영락없는 콤팩트카다. 휠베이스가 짧은 편이고, 쿠페 라인을 적용하느라 머리 윗 공간도 빠듯하다. 센터 터널도 높게 솟아있어서 공간을 더 제약하고 있다.

스티어링 휠은 2.5 회전한다. 작은 차를 컨트롤하기에 어울리는 스티어링휠 조향비다. 주행모드는 인디비듀얼, 스포츠, 컴포트, 에코 등을 선택할 수 있다. 주행 모드에 따라 엔진과 변속기 스티어링 등의 반응이 미세하게 달라진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마지막 저항점이 있다. 킥다운 버튼이다. 마저 밟으면 호쾌한 가속이 이어진다.

두 개의 클러치를 사용하는 7단 DCT는 기어 구성이 특이하다. 최종감속기어가 없다. 대신 이를 반영해 기어비를 높게 세팅했다. 1단 기어비가 15.9대1, 7단은 2:1이다. A220의 7단 DCT와 같다.

듀얼 클러치 방식의 DCT에 두 개의 최종감속기어를 사용하는 단계를 거쳐 아예 최종감속기어를 생략한 것. 변속기의 기어 강도를 높이고 소형화해 최종감속기어를 생략할 수 있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시속 100km에서 7단 1,600rpm을 마크하고 3단 5,000rpm까지 커버한다. 넓은 범위에서 rpm을 허용하며 운전하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공기저항 계수 0.24다. 빠른 속도에서 바람 소리는 의외로 작은 이유다. 통통한 모습이어서 공기저항이 많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실제 주행에서 바람의 저항을 잘 피하고 있다.

시속 100km에서 풀 브레이킹으로 급제동을 시도했다. 주행 정보를 보여주는 모니터에서 제동력이 40% 정도임을 알려준다. 최대한 강하게 제동을 걸었고 앞차축이 강하게 버티면서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고 제동을 마무리했다. 전강 후약, 첫 반응이 강했고 이후 시간이 가면서 조금씩 편안함을 되찾은 제동반응이다.

고속 코너링은 탁월했다. 길지 않은 휠베이스를 가진 콤팩트카지만 사륜구동 시스템과 낮은 차체, 서스펜션과 타이어 등이 높은 수준에서 조화를 이루며 차체의 안정감을 유지했다. 코너 중간에서 좀 더 가속을 시도할 수 있었을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코너에서 기대 이상이다.

4매틱, 사륜구동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어서 콤팩트카답지 않게 주행안정감이 우수했다. 빠른 속도에서 안정된 자세를 유지해 운전자의 불안감이 크지 않다. 체감속도가 낮은 것.

힘은 세고 몸은 가볍다. 4기통 가솔린 엔진에서 터지는 224마력의 힘은 공차중량 1,550kg으로 비교적 가벼운 차체를 강하고 야무지게 끌고 달린다. 마력당 무게비 6.92kg이다.

시속 100km 가속 테스트를 시도했다. 제원표상의 가속 시간은 6.3초, 실제 측정한 결과는 7.62초가 가장 빨랐다. 7차례 테스트의 평균 가속 시간은 7.80초. 가속거리는 114.33m, 평균 거리는 117.98m로 측정됐다.

파주-서울간 55km 구간에서 측정한 실주행 연비는 17.5km/L였다. 에어컨을 가동하고 에코 모드로 움직였다. 1시간 21분 동안 55km를 달려 평균 속도는 40km/h였다. 공인복합 연비 11.5km/L와 비교하면 50% 이상 우수한 연비를 보인 셈이다.

차급을 뛰어넘는 프리미엄 콤팩트 쿠페다. 콤팩트카라고는 믿기 힘든 크기와 성능을 가졌다. 중저속은 물론 고속주행까지 야물딱지게 달린다. 바람 소리까지 잘 조율해낸 고속주행안정감은 기대 이상이다.

판매가격 5,380만 원. 콤팩트카라면 조금 부담스럽겠지만, 벤츠 마크를 단 프리미엄 콤팩트 쿠페라면 고개를 끄덕일만한 가격 아닐까 싶다. 물론 각자 판단할 부분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센터페시아에 배치한 모니터는 뜨겁다. 손을 대보면 모니터가 잔뜩 달궈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더운 여름날, 실내 온도를 높이는 원인이 될 수도 있겠다. 모니터 발열 관리에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주행보조 시스템은 아쉽다. 크루즈컨트롤과 차선이탈 경고장치는 조향과 제동에 일절 개입하지 않는 기본형이다. 반자율운전은 불가능하다. 콤팩트카라고는 하지만, 벤츠인데, 요즘 국산 준중형차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는 시스템에도 못 미치는 것은 생각해볼 문제다. 프리미엄 콤팩트카, 상호 모순일지도 모르는 이 말 어디에 방점을 찍는가에 따라 평가는 달라질 수 있겠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