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타페의 진격은 계속된다.

현대차가 신형 싼타페를 내놨다. 2018년 출시한 4세대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다. 강인한 디자인, 무난한 성능, 수준 높은 편의 및 안전장비로 무장한 중형 SUV다. 덩치를 키우고, 스마트 스트림 2.2 디젤 엔진으로 교체했다.

앞모습이 강하다. 주간주행등 때문이다. 쐐기를 박아놓은 듯 헤드램프 사이를 파고든 주간주행등은 야수의 송곳니를 닮았다. 독수리 눈을 컨셉트로 했다는 헤드램프지만 주간주행등에 눌려 존재감이 묻힌다. 자동차의 정면 모습에서 헤드램프의 존재감이 묻히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강렬한 인상을 주기를 노렸다면 성공했다.

뒷모습은 단정하게 마무리했다. LED 리어램프를 얇고 길게 배치하고 스키드 플레이트는 크롬으로 마감했다. 배기 파이프는 보이지 않게 범퍼 안쪽에서 마무리했다.

4,785×1,900×1,685mm로 길이를 15mm, 2열 레그룸도 34mm 확장했다. 트렁크 공간도 기존 대비 9ℓ를 확장한 634ℓ를 확보했다. 휠베이스는 2,765mm. 무릎 앞으로 주먹 두 개가 넉넉히 드나든다. 3열 시트를 배치한 7인승도 있다. 3열은 제한된 공간이기는 하지만 별도의 송풍구와 USB 포트도 배치했다. 2열 시트는 앞뒤로 슬라이딩 할 수 있어 3열과 공간을 나누어 쓸 수 있다.

카카오i와 연동하는 서버형 음성인식 시스템에 이어 카카오톡 메시지 읽기, 보내기 등 카카오와의 협업을 확장하고 있는 부분은 눈여겨볼 부분이다. 움직이는 디바이스로서의 자동차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다양한 기능들이 더해질 것을 기대해 본다.

계기판은 12.3인치 풀 LCD 클러스터로 만들었고 센터페시아에는 10.25인치 내비게이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적용했다. 센터페시아와 센터 콘솔을 잇는 공간을 높게 배치했고 그 안쪽으로 제법 넓은 별도의 수납공간을 확보했다. 센터 콘솔도 제법 깊어 쓰임새를 강화했다.

시프트 바이 와이어 방식의 전자식 변속 버튼을 도입했고 패들시프트로 수동 변속을 할 수 있다.

오프로드 주행까지 감안해 모두 7개의 주행 모드를 제공한다. 스마트 주행모드는 등록해놓은 운전자 3명까지 각각의 주행 패턴을 학습해 운전자에 최적화한 주행모드를 제공한다. 일종의 자기 학습 기능을 갖춘 운전자 인식형 스마트 주행모드다.

스마트 스트림 D2.2 엔진은 8단 습식 DCT와 맞물린다. 202마력, 45.0kgm의 힘을 내는데 습식 DCT의 직결감 있는 변속 반응이 인상적이다. 패들시프트로 수동 변속을 하면 rpm 반응이 계단을 오르듯 즉각 반응한다. 시속 100km에서 rpm은 8단 1,500rpm에서 5단 3,000rpm 구간을 커버한다. 4단으로는 내려가지 않았다.

수동 변속에는 직결감 있게 반응하지만, D 모드에서는 부드러운 가속감을 보였다. 가속페달을 바닥까지 완전히 밟아도 킥다운 반응은 없다. 페달은 아무 저항 없이 한 번에 바닥까지 밟히고 다운 시프트도 일어나지 않았다. 강한 반응을 기대했으나 점잖은 발걸음을 이어간다.

H트랙, 전자식 AWD 시스템은 앞바퀴 굴림 기반으로 작동한다. 탄력주행, 정속주행을 할 때는 앞바퀴만 구동한다. 가속, 코너링, 고속주행할 때 뒷바퀴로 구동력이 전달된다. 오프로드 주행을 감안해 눈길, 진흙, 모레 주행 모드를 더했다. 온로드에서 안정감 있는 주행을, 오프로드에서는 강한 구동력을 기대할 수 있는 사륜구동 시스템이다.

시속 100km에서 강한 제동을 시도했다. 있는 힘껏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다. 앞으로 기우는가 싶더니 금방 수평을 유지하면서 대체로 부드러운 제동반응을 보였다.

속도에 비해 바람 소리는 크지 않다. 1, 2열에 이중접합유리를 적용하는 등 소음 대책을 충실히 한 결과다. 엔진 소리와 바람 소리가 적당히 섞여 들어오다가 고속주행 구간에 접어들면 엔진소리는 바람 소리에 묻힌다.

주행성능은 무난한 편이다. 가속을 시도하면 202마력의 힘을 충분히 내어주지만 스포츠 모드에서도 강한 힘을 느끼기보다 꾸준히 무난한 반응을 보였다.

주행보조 시스템은 높은 수준에서 반자율운전을 구현했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과 차로유지 보조 시스템이 완벽하게 호흡을 맞추며 차선을 밟는 일 없이 차로 중앙을 유지하며 달렸다. 운전자의 힘이 아닌 또 다른 누군가 스티어링 휠을 함께 쥐고 움직이는 느낌이다. 시속 100km를 넘는 빠른 속도에서도 정확하게 대응했다. 이제 ‘어시스트’라는 말은 떼어내도 되겠다 싶지만, 그래도 완전히 의지해선 안 된다. 사고가 나면 책임은 아직 운전자에게 있음을 잊어선 안 된다.

이 밖에도 첨단 안전 및 편의사양들이 대거 적용됐다. 후방 주차 충돌방지 보조(PCA),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전방 충돌방지 보조(FCA), 후측방 충돌방지 보조(BCA), 고속도로 주행보조(HDA), 안전하차 모드, 운전자 주의경고, 하이빔 보조, 전방 차량 출발 알림 등의 기능이 운전자가 미처 챙기지 못하는 빈틈을 촘촘히 채워주고 있다.

주유소, 주차장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결재 시스템인 ‘현대 카페이’, 키가 없어도 스마트폰으로 차를 열고 시동을 걸 수 있는 ‘현대 디지털키’, 신체 정보를 입력하면 건강한 운전 자세를 추천해주는 ‘스마트 자세제어 시스템’ 등의 편의 장비도 있다. 좀 더 새로운 자동차 경험을 가능하게 해주는 기능들이다.

GPS 계측기를 사용해 시속 100km 가속 시간과 거리를 측정했다. 여섯 차례 측정한 결과 가장 빠른 기록은 9.10초, 평균은 9.44였다. 가속 거리는 145.54m가 가장 짧았고 평균 거리는 148.40m로 측정됐다.

파주 임진각을 출발해 일산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까지 40여 km를 에어컨을 켜고 경제 운전으로 달리며 측정해본 연비는 18.7km/L를 기록했다. 디젤 엔진의 효율성을 바탕으로 자동차 전용 도로인 자유로를 정속 주행해 달려서 기대 이상의 연비를 기록할 수 있었다. 도심 주행이나 교통정체 구간을 거쳤다면 연비는 좀 더 안 좋았을 것이다.

신형 싼타페는 프리미엄, 프레스티지, 캘리그래피 등 3개 트림이 있다. 기본 가격 3,122만 원인 프리미엄 트림에는 전방 충돌방지 보조, 차로 유지 보조, 전자식 변속 버튼, 앞 좌석 통풍 시트, 2열 열선 시트 등 주요 안전∙편의사양이 기본 적용된다. 여기에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크루즈컨트롤, 10.25인치 내비게이션, 풀 LED 헤드램프 등이 더해지는 프레스티지 트림은 3,514만 원부터다. 프레스티지 트림은 또한 모든 안전∙편의사양을 선택할 수 있다.

최고 트림인 캘리그래피는 전용 라디에이터 그릴과 20인치 알로이 휠, 퀼팅 나파 가죽 시트,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을 기본 적용해 3,986만 원이다.

현대차는 올 하반기에 2.5 가솔린 터보 엔진을 적용한 모델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좀 더 강한 가솔린 터보 모델을 원한다면 조금 더 기다릴 것을 권한다.

패밀리카로 사용하게 되는 중형 SUV다. 무난한 성능, 강인한 디자인, 수준 높은 편의 및 안전장비들은 중형 SUV로서 최고 수준을 확보했다고 보인다. 같은 집안 기아 쏘렌토와의 경쟁을 피할 수 없지만 어쨌든 분명한 사실은 집안 잔치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카카오i와 협업한 서버형 음성인식 시스템은 디테일한 부분에서 약간의 빈틈이 보인다. “실내 온도 19도”라는 말에 인근 지역의 기온과 날씨를 알려준다. 동문서답, 엉뚱한 대답을 하는 것. 무슨 말인지 모른다고 답하는 게 맞다. 카카오톡 메시지를 읽어주고 음성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등 수준을 높이는 것도 좋지만, 사소한 부분의 허점을 보완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스포츠 에코 컴포트 등 각 주행모드 간 반응은 확실하게 구별되지 않는다. 스포츠 모드는 좀 더 강하고 분명한 반응을 보였으면 좋겠다. 스포츠 모드는 좀 더 강하게, 에코 모드는 조금 더 느슨하게 차이를 벌려 각 주행모드간 차이를 분명하게 드러내는 게 좋겠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