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신형으로 교체된 르노 마스터 버스를 다시 만났다. 익스테리어 및 인테리어 디자인을 개선한 부분 변경 모델이다.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을 바꾸고 인테리어도 대폭 변화를 줬다.

마스터 버스는 13인승과 15인승으로 판매 중인데, 그중 작은 13인승 버스를 골랐다. 5,575×2,075×2,500mm 크기다. 휠베이스는 3,685mm.

승용차를 운전하던 입장에서는 엄청 부담스러운 크기다. 게다가 수동변속기여서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다가서기 힘든 차다. 하지만 실제 운전해보면 쉽다. 조작 미숙으로 엔진이 꺼지는 일도 없다.

1.5 박스 세미보닛 스타일이다. 보닛이 튀어나와 있어서 원 박스 스타일보다 안전하고 정비하기도 쉽다. 타이어는 아담하다. 225/65R16 콘티넨탈 타이어를 끼웠다. 앞에 맥퍼슨 스트럿 뒤에 리프 스프링 서스펜션이다.

실내는 대시보드를 승용차형으로 바꿨다. 계기판에는 신규 클러스터와 3.5인치 TFT 디스플레이를 사용했다. 자동으로 작동하는 오토 헤드라이트와 오토 와이퍼까지 적용했다. 내비게이션 모니터는 소박하게 구성했지만, 스마트폰을 연결하면 똑똑한 디바이스로 변한다.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할 수 있어서다.

운전석 사방으로 수납공간이 배치됐다. 글로브 박스는 무려 10.5ℓ 용량을 확보했고 내용물이 쏟아질 염려가 없게 슬라이딩 방식으로 열린다. 머리 위, 대시보드 상단 곳곳이 수납공간이다.

트렁크 공간은 창고 같다. 높고 넓어서 짐을 충분히 많이 실을 수 있다. 사람이 똑바로 서고도 머리 위 공간이 한참 남을 정도다. 트렁크 도어는 필요에 따라 열리는 각도를 조절할 수 있다. 실내에서도 똑바로 설 수 있다.

스티어링 휠은 3.8회전, 어느 정도의 유격까지 감안하면 거의 4회전 한다. 덩치 큰 차를 컨트롤하려면 이 정도는 돼야 한다. 버스의 조향은 부드럽고 여유가 있어야 한다.

변속할 때의 손맛을 살릴 수 있는 수동변속기다. 요즘 시대 보통의 운전자라면 만나기 힘든 변속기다. 변속하는 재미를 살릴 수 있는 반면, 교통 체증을 만나면 클러치 밟느라 바빠지는 변속기다.

마스터의 수동변속기가 재미있는 게 엔진 시동을 꺼트리기 힘들다는 사실이다. 일부러 클러치를 갑자기 놓아도 시동을 꺼지지 않는다. 어쩌다 시동이 꺼진 듯 보일 때에도 클러치를 밟으면 요술처럼 시동이 다시 걸린다. 수동변속기라 많은 사람들이 꺼리는 게 사실이지만, 적어도 시동 꺼질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되겠다.

1열에서 탁 트인 시야는 무척 마음에 든다. 높은 차체에서 넓은 차창을 통해 보이는 바깥세상은 승용차에서 보는 세상과는 조금 다르다. 유유자적, 여유롭다.

163마력. 큰 힘은 아니지만 가속 페달을 밟으면 꾸준하게 속도를 올린다. 시속 110km가 한계다. 버스여서 속도제한이 걸려있다. 여러 명이 함께 타고 움직이는 버스라서 110km/h 속도면 충분하다. 더 빠르면 운전자는 신날지 몰라도 승객들은 불편해진다. 천천히 세상 구경하며 편안하게 움직이는 게 버스다.

시속 100km에서 6단에 물리면 1,900rpm을 마크한다. 3단 4,100rpm 구간까지 같은 속도를 커버한다.

노면 충격이 적당히 올라오지만 빠른 속도가 아니어서 크게 불편하지 않다. 차선을 밟을 때면 차선이탈 경고 장치가 부지런히 경고음을 날린다. 조심하라는 것이다. 조향에 개입하지는 않는다. 경고는 하지만 운전자가 알아서 하라는 의미다. 차선이탈 방지 장치는 거의 유일한 주행보조 시스템이다.

13인승 버스에 짐도 싣지 않고 혼자 타고 움직여서인지 가끔 통통 튀는 느낌이 있다. 리프 스프링의 거친 느낌이다. 짐을 싣고 여러 명이 탑승한 상태라면 거친 느낌은 많이 완화되고 어느 정도 무게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70km/h 전후의 속도로 비교적 타이트한 코너를 돌아나갔다. 버스로서는 무척 빠른 속도다. 승객을 태웠다면 엄두를 내지 못했겠지만 혼자 운전하는 기회라 빠른 코너링을 시도할 수 있었다. 차체가 기울기는 했지만 서스펜션과 타이어는 너끈하게 차체를 받아내고 있다.

파주를 출발해 서울까지 약 55km 구간을 달리며 실제 연비를 알아봤다. 공인 복합 연비는 9.5km/L. 에코 모드, 에어컨 1단계로 움직였다. 디젤 엔진, 수동변속기, 엔진 스탑 시스템은 이 차의 연비를 끌어올리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최종 연비는 6.2L/100km, 즉 16.12km/L를 기록했다. 공인 복합 연비보다 훨씬 더 좋은 연비를 기록한 것. 하지만 버스의 연비는 탑승 인원, 주행 조건, 도로 상태 등에 따라 변한다. 분명한 건, 어떤 상황에서도 운전자가 다루기에 따라 기대 이상의 연비를 기록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르노 마스터 버스 판매가격은 13인승 3,729만 원, 15인승 4,699만 원이다. 경쟁 모델로 꼽히는 현대차 쏠라티 15인승이 6,130만 원부터 시작하는 것과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보증기간도 넉넉하다. 엔진 및 동력 부품은 물론, 차체 및 일반부품까지 모두 3년, 10만km까지 보증한다. 쏠라티의 경우 엔진과 동력 부품 3년, 6만km, 차체 및 일반부품 2년, 4만km에 불과하다.

르노 마스터 버스는 합리적이고 실용적이다. 화려한 모습과 거리가 멀고, 편의 장비는 다소 빈약해 보일지 몰라도 13인승 버스로서 충분한 공간과 합리적인 성능을 확보하고 있다. 욕심부리지 않고, 천천히 편안하게 움직이며 차창 밖 세상을 바라보는 맛이 제법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수동변속기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많은 소비자들이 이 부분에서 결정적으로 등을 돌린다. 자동변속기를 적용하면 판매량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다음번 모델 변경 때에는 자동변속기가 적용되기를 기대해 본다.

그런데, 수동변속기는 일부러 시동을 꺼트리려고 해도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시동이 꺼지지 않는다. 시동이 꺼졌나 싶을 때 클러치 페달을 밟으면 마술을 부리듯 다시 시동이 걸린다. 수동변속기라고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서툰 운전자도 시동 꺼짐 걱정 없이 다룰 수 있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