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한 몸매에 고성능을 품은 아우디의 최신작 A7을 시승했다. 고성능 4도어 쿠페다.

시승차는 아우디 A7 55 TFSI 콰트로 프리미엄. V6 3.0 TFSI 엔진을 7단 S 트로닉 변속기가 조율해 340마력의 힘을 낸다. 듀얼 클러치 변속기인 7단 S 트로닉 변속기가 그 힘을 조율한다. 연비 스티커에는 의외로 하이브리드로 표기되어 있다. 48 볼트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숨겨져 있어서다.

길이 너비가 4,975, 1,910mm에 달할 만큼 크지만, 높이가 1,425mm다. 일필휘지로 그려낸 듯 얇고 긴 차체다. 아우디의 디자인 역량은 역시 수준급이다. 뒤로 낮아지는 루프 라인이 포인트.

실내는 가죽과 나무 금속으로 마무리했다. 센터페시아는 모니터 두 개를 배치하고 버튼을 싹 치웠다. 4개의 버튼만 살아남았다. 아우디의 MMI 리스폰스 시스템은 듀얼 터치스크린으로 작동한다. 계기판도 모니터다. 운전자 취향에 맞춰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다. 원한다면 내비게이션 지도를 계기판에 꽉 채울 수도 있다.

한국말도 잘 알아듣고 폭넓게 대응한다. 음성인식 보이스 컨트롤을 통해서 디테일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졌다. “실내 온도 19도” “근처 문화시설” 이런 소리를 알아듣고 온도를 조절하고 목적지를 추천한다. 독일차지만 한국말을 제대로 알아듣는다. 디지털 기술의 영역이 점차 넓어지고 있다.

거리 경고 시스템, 아우디 프리 센스 360, 사이드 어시스트, 교차로 보조시스템, 하차 경고 시스템, 휴식 권장 시스템 등이 차의 전후좌우를 모니터하고 경고하고 개입한다. 운전석 지붕에는 SOS 버튼이 있다. 커버를 내려서 누르면 콜센터와 바로 연결된다. 급할 때는 즉시 도움을 청할 수 있어 든든하다.

스티어링 휠은 2.3회전 한다. 5m에 육박하는 길이(4,975mm)지만 타이트한 조향비로 컨트롤한다.상당히 크고 늘씬한 사이즈다.

나무와 금속 가죽, 고급 인테리어의 공식을 잘 적용하고 있다. 밝은 아이보리 컬러로 실내를 마무리했다. 실내로 들어설 때 상쾌하다. 잠깐 타는 차로는 참 좋은데 만약에 내가 이 차를 산다고 한다면 좀 어두운색을 택하지 않을까 싶다. 밝은색은 관리하기 부담스러워서다.

뒷좌석 무릎 앞으로는 주먹 2개 들어가고도 남는다. 측정해볼 필요도 없는 충분한 공간이다. 반면, 차창은 절반도 채 안 열린다. 머리가 겨우 드나들 정도다. 묘한 대비다.

아우디의 사륜구동 시스템 콰트로를 적용하고 있어서 뒷좌석 중앙에는 센터 터널이 벽처럼 높게 솟아있다. 뒷좌석 시트는 4:2:4로 각각 접을 수 있다.

시선을 정면에 두면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자연스럽게 눈에 걸린다. 엉덩이로는 단단한 서스펜션의 느낌이 전해온다. 단단하지만 충격을 잘 흡수하고 있다.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 상당히 고급스럽다. 권투 글러브를 끼고 잽을 날리는 정도의 타격감이 기분 좋게 전해온다. 충격을 넘은 뒤 잔 진동도 잘 마무리하고 있다.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과 차선이탈방지 장치는 높은 수준에서 반자율 운전을 구현한다. 주행보조 시스템 완성도가 매우 높다. 차선을 밟는 일 없이 차로 중앙을 시종일관 유지하며 달린다. 노련한 드라이브다.

멋진 몸매를 추구하는 쿠페 스타일이다 보니 도어에 프레임이 없다. 프레임리스 도어는 소음에 좀 더 노출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이중 접합 차음 유리를 적용했다. 완전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소음을 걸러내고 있다. 90km/h 전후의 속도로 달릴 때 노면 소음이 잔잔하게 들어온다.

다이내믹 주행 모드를 택하고 변속레버를 밑으로 툭 치면 S 모드가 된다. 가속페달과 차체가 한 몸인 듯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가속페달을 툭 툭 밟으면 토라진 애인이 신경질 내듯 즉각 반응한다. 에코 모드에서는 한없이 여유롭다. 한 박자쯤 늦은 가속페달 반응이다.

달릴 땐, 다이내믹 모드다. 힘찬 엔진 사운드를 내뱉으며 가차 없이 달려 나간다. 속도가 빨라지면서 엔진 소리를 바람 소리에 점차 묻히더니 나중에는 바람 소리만 남는다.

뒤에 숨어있던 리어 스포일러가 펼쳐지면서 차체를 내리누른다. 스포일러는 버튼을 눌러 펼칠 수도 있다. 지붕을 타고 넘어간 공기가 스포일러와 만나면서 차체를 누르는 다운포스 효과를 낸다.

콰트로, 아우디의 풀타임 사륜구동 시스템은 고속주행 영역에서 탁월한 반응을 이끌어낸다. 아주 빠르게 달리는데 흔들림이 크지 않다. 체감속도가 낮아 운전자가 느끼는 불안감도 덜하다. 덕분에 좀 더 빠르게 달릴 수 있다.

코너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보인다. 한가운데 핀을 꽂고 돌아나가는 기분이다. 코너 진입후 조금 더 가속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차가 안정됐기 때문이었다. 속도를 좀 더 끌어 올려도 충분히 받아주겠다. ‘신뢰’는 사람 사이에서만 아니라 차와의 관계에서도 중요한 덕목이다. A7은 적어도 달리는 과정에서 충분히 믿을 수 있다.

콰트로는 기계식 사륜구동 방식을 고수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앞뒤 구동력 배분이 100:0 혹은 0:100인 상황은 벌어지지 않는다. 네 바퀴가 항상 일정량의 구동력을 확보하며 사륜구동 상태를 유지한다. 한 차원 높은 주행 안정감을 확보하지만, 연비 손해는 감수해야 한다.

자연스럽게 정면을 응시할 때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시야에 들어온다. 계기판으로 시선을 내리는 것조차 부담스러운 속도에서 운전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2.3 회전하는 스티어링 휠에서 짐작했듯, 조향 반응은 에누리 없이 즉각적이다.

시속 100km에서 rpm은 7단 1200, 3단 4,800 사이에서 움직인다. 7단으로 부드럽게 움직이다 3단에서는 거친 면모를 드러낸다. 선택은 운전자의 몫. 패들시프트를 쓰는 재미가 크다.

시속 100km에서 체중을 실어 아주 강하게 브레이크를 밟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강하게 제동을 이어간다. 대게의 경우 브레이킹 초기에 강한 제동반응을 보이고 뒤로 갈수록 강한 제동을 풀며 부드럽게 멈추는 데 A7은 강한 제동을 풀 마음이 없는 듯, 차가 멈출 때까지 강한 긴장을 유지한다. 강한 제동이지만 앞이 확 처박히는 반응은 아니다. 앞으로 쏠리는 무게중심을 앞차축이 강하게 버티며 받아낸다. 아우디 프리 센스도 작동한다. 충돌을 대비한 사전 조치를 취하는 것. 안전띠가 몸을 꽉 잡아주고 비상등이 점멸된다.

연비 스티커를 보면 하이브리드로 표시가 되어 있다. 48 볼트 배터리 시스템이 최소한이지만 동력을 보조하는 기능을 해서 하이브리드로 분류된다. 하지만 하이브리드카 혜택을 받지는 못해 큰 의미는 없다. 회생제동 기능으로 효율을 높이고, 가속할 때 동력을 보조한다.

차의 전력 수요를 충분히 커버한다는 점에서 48V 시스템은 의미가 있다. 아주 많은 전기장치들이 더해지면서 한계에 이른 12V 배터리의 전력공급을 48V 시스템이 해결해준다는 것. 48V 배터리는 어느 시점에 이르면 12V 시스템을 대체할 것으로 보이는 차세대 기술이기도 하다.

GPS 계측기를 달고 시속 100km 가속 테스트에 나섰다. 공차중량 1,945kg 340마력, 마력당 무게비 5.7kg이다. 메이커가 밝히는 A7의 0-100km/h 가속 시간은 5.3초.

가속 초반은 살짝 더딘 반응이다. 탄력을 받은 이후에는 거침없이 질주한다. 테스트 이후 데이터를 분석한 그래프를 보면, 1.6초까지 그래프의 기울기가 낮고 이후에 기울기가 좀 더 높아지는 전약후강의 패턴을 보인다. 7차례의 테스트 중 가장 빠른 기록은 6.18초, 거리는 79.71m였다.

파주-서울간 55km를 달리며 실주행 연비를 알아봤다. 공인 복합 연비는 9.5km/L. 에코 모드를 택했고 에어컨은 1단계로 가동했다. 2톤에 가까운 무게, 콰트로 시스템이 연비에는 다소 불리하지만, 엔진 스톱과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해 효율을 보완하고 있다.

행주대교 북단에서 15.8km/L, 올림픽대로 이수교차로 진출로에서 14.9km/L를 찍었고 최종 목적지 교대역 네거리에서는 13.3km/L를 기록했다. 공인복합연비보다 리터당 3.8km를 더 간 기록이다.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만족할만한 연비다.

340마력의 성능은 일반 운전자가 즐기기에 딱 좋은 고성능이다. 중저속에서는 물론이고 고속주행까지 탁월한 주행 성능을 보여준다.

콰트로와 서스펜션, 타이어가 A7 파워트레인의 성능을 잘 받아내고 있다. 차체 거동을 잘 제어한다. 덕분에 엔진의 힘을 정확하게 조율하면서 높은 수준의 고성능을, 안정된 자세로 즐길 수 있다.

다양한 주행 보조 시스템들은 운전자가 아차 하고 놓칠 수 있는 부분들을 빈틈없이 채워준다. 그만큼 운전이 편하고 안전해졌다.

판매가격 9,550만 원.

오종훈의 단도직입

프레임리스 도어의 날카로운 예각은 늘 걸린다. 장미의 가시, 미녀의 손톱이라고나 할까. 아름다운 디자인을 추구하다 보니 도어 프레임을 없앨 수밖에 없고, 도어 예각이 드러나게 되는 것. 주변 보행자, 오토바이 등에 위험한 요소다. 쿠페 스타일의 프레임리스 도어를 볼 때마다 걸리는 부분이다.

차창을 따라 크롬 라인을 둘렀는데 뒷좌석 도어 위로 그 라인이 끊겨있다. 끊어져 있을 이유가 없는 부분인데 굳이 크롬 라인이 끊겨있다. 사소한 부분이지만 거슬린다.

리어 스포일러는 좀 더 멋있게 만들 수 없었을까. 직사각형의 스포일러는 폼이 안 난다. 마감을 앞두고 서두른 느낌이다. 또한, 버튼으로 스포일러를 노출시킬 경우 다시 버튼을 눌러 수납시키지 않으면 시동을 끄고 차에서 내린 뒤에서 스포일러는 접혀 들어가지 않고 노출된 채로 있다. 시동을 끄면 스포일러도 집에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