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6가 처음 등장한 건 2008년이었다. SUV에 쿠페 디자인을 적용한 파격적인 디자인이었다.

이제 3세대 모델이 등장했다. 좀 더 자신감 넘치고 당당한 디자인에 첨단 파워트레인 그리고 높은 수준으로 완성한 주행 보조 시스템과 여러 가지 편의 장비들로 무장한 프리미엄 SUV다.

국내에는 3가지 트림이 팔린다. 30d에 x라인과 M 스포츠 패키지 두 개 트림, 그리고 오늘 시승할 M50d가 있다.

최고 트림인 M50d는 직렬 6기통 3.0 디젤 터보엔진을 사용해 400마력의 최고출력을 낸다. 힘의 비결은 쿼드 터보다. 4개의 터보로 이 큰 힘을 뽑아낸다.

빛에 힘을 줬다. 500m를 밝혀준다는 레이저 라이트, 선루프에 박힌 수많은 LED 조명, 실내를 은은하게 밝히는 간접조명 앰비언트 라이트 등이다. X5 M50d에는 라디에이터 그릴에도 조명을 넣었다. 당당한 모습이 빛을 발한다.

묵직하게 도어가 닫히는 느낌이 대단히 고급스럽다. 살짝 걸쳐만 놓아도 스르르 닫힌다. 패들 시프트를 갖춘 스티어링휠은 2.4 회전한다. 반발력은 크지 않고 편하게 돌릴 수 있다. 손에 꽉 차게 잡힐 만큼 굵다.

음성인식 장치를 통해 개인 비서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안녕 BMW”하고 소리로 불러내 음성으로 아주 많은 명령을 내릴 수 있고, 차가 알아듣고 필요한 조치를 취한다. 때로 엉뚱한 대답도 한다. “차창 닫아줘”라고 요청하면 버튼을 누르라고 답하는 식이다. 실망할 필요는 없다. 이제 시작 단계인 이 기능은 말을 배워가는 아이처럼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다. 음성으로 차와 폭넓게 커뮤니케이션한다는 새로운 경험이 이제 시작되는 셈이다.

제스처 컨트롤은 BMW에서만 만날 수 있는 기능이다. 손가락을 돌리고, 손바닥을 쓸어넘기는 등의 동작으로 오디오 조절, 주파수 전환 등을 할 수 있다. 후진 보조 시스템도 BMW에서만 만날 수 있다. 왔던 길 그대로 50m까지 자동 후진한다. 조향은 차가, 운전자는 브레이크로 너무 빠르지 않게 속도 조절만 하면 된다.

12.3인치 내비게이션 모니터에는 독일 BMW 본사가 직접 개발했다는 한국형 내비게이션이 적용됐다. 터치스크린, i 드라이브 컨트롤러의 조그셔틀 다이얼을 이용해 조작할 수 있다. 내비게이션 목적지 입력은 음성 명령, 터치 스크린을 통한 자판 입력, 손글씨 등이 가능하다.

에너지 회수 기능을 통해서 48V 배터리에 일정 정도 전략을 충전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다. 에너지 회생 제동 시스템을 통해서 일상 주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전력을 회수해 사용하는 것. 이게 없다면 엔진 동력의 일부를 가져와서 전기 장치 에 써야 하는 만큼 큰 틀에서 본다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데 한 몫을 하는 기능이다.

실내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부분은 수공예 작업으로 만들었다는 크리스털 변속레버다. 보석처럼 빛을 반사하는 크리스털 특유의 느낌을 살렸다.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한 차원 더 높여주는 소품이다.

지붕이 뒤로 갈수록 낮은 쿠페 라인이지만 뒷좌석 공간은 여유 있다. 머리 위로 주먹 하나 넉넉히 드나든다. 압박감이 크지 않다.

덩치가 만만치 않다. 안 그래도 컸던 몸이 더 커졌다. 보는 사람을 압도하는 크기다. 길이가 4,935mm로 이전보다 26mm 더 길다. 차폭은 15mm가 더 넓은 2,003mm다. 높이는 6mm 낮춰 1,696mm다. 도로 위에 올라서면 차선이 꽉 차는 느낌이다.

드라이브 어시스트 프로페셔널은 버튼 한 번으로 활성화된다. 차선이 선명하지 않은 곳에서도 차선을 놓치지 않는다. 곡선 도로의 차로 중앙, 그리고 차간거리를 유지하며 여유 있게 움직인다. 핸들을 쥐라는 경고가 아니면 자율주행까지 해낼 태세다.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선을 넘어가면 타이어가 차선을 넘지 않도록 조향에 개입하는데 그 반발력이 상당히 강하다. 무심코 운전하다 반발력에 놀랄 정도다.

주변을 달리는 차들은 물론 모터사이클까지 인식해 계기판에 표시한다. 주행 보조 시스템의 수준이 한층 더 높아진 느낌이다. 큰 불편함이 없다.

직렬 6기통 엔진을 비교적 낮게 배치했다. 직렬 엔진은 좌우의 균형을 맞추는 데 유리하고, 낮게 배치된 엔진은 무게중심을 낮춘다. 여기에 사륜구동 시스템이 더해져 앞뒤의 무게 배분도 어느 정도 배려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짜임새 있게 균형을 맞췄다. 주행 품질이 높여주는 레이아웃이다.

주행 모드 스포츠 플러스. 엔진 사운드가 귀에 착착 감긴다. 차체 거동이 상당히 안정적이다. 속도에 비해서는 바람 소리도 크지 않다. 빠른 속도에서 운전자의 불안감이 얼마나 증폭되느냐가 중요한 포인트다. 차체가 높은 SUV지만 세단 못지않은 안정감을 보인다. 덕분에 불안감도 크지 않다. 오히려 계기판의 속도계를 보고 나서야 불안해진다.

차체가 높아서 노면 굴곡에 따른 차체의 흔들림을 완전히 숨길 수는 없다. 기분 좋게 굴곡을 타고 넘는 반응이다.

엔진에서 시작된 힘의 종착지는 타이어다. 275/35 R22, 315/30R22 사이즈의 런플랫 타이어를 앞뒤로 장착했다. 접지면이 넓은 초광폭 타이어가 400마력의 힘을 받아낸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쭉쭉 뻗는 가속력으로 받아준다. 8단 자동변속기는 그 힘을 조율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킥다운을 걸면 변속 순간에 툭 놓아주듯 힘이 풀렸다 다시 조여나가기를 반복한다. 독특한 변속 반응이다.

시속 100km에서 8단, rpm은 1500 정도다. 같은 속도로 시프트다운을 하면 4단 3,800rpm까지 이어진다. 변속 느낌이 즉각적이다. 패들로 수동 변속을 하면 rpm 게이지가 즉각 반응한다. 직결감이 강하다. 노면에서 발생하는 잡소리, 타이어 소음은 거의 느낄 수 없다. 잔잔하게 들리는 바람 소리 정도 들린다.

어댑티브 M 서스펜션 프로페셔널은 높은 차체를 안정감 있게 지탱한다. 롤 스테빌라이저 및 M 스포츠 디퍼렌션이 포함됐다. 어지간한 자잘한 충격은 서스펜션에서 차단한다. 아주 완강하고 강하게 노면 충격을 밝고 지난다.

시속 100km에서 체중을 실어 브레이크를 밟았다. 거친 첫 반응, 그리고 잘 제어되는 마무리 과정이 이어졌다. 속도와 무게를 조절하면서 제동을 받아낸다. 처음은 강하고, 마무리는 부드럽다.

주행성능은 코너에서 완성된다. 빠른 속도와 시시각각 변하는 진행 방향으로 네 바퀴에 걸리는 하중 역시 제각각이 된다. 전후좌우 타이어의 구동력이 달라지는 것. 사륜구동 시스템과 서스펜션, 그리고 전자식 LSD가 이를 조화롭게 구현하며 코너를 빠져나갔다. 자체 높이가 있어 살짝 기우는 느낌은 있다. 하지만 네 바퀴가 정확하게 구동하며 기대 이상의 안정된 자세를 유지한다. 운전자의 조작을 120% 소화해내는 느낌이다.

SUV인 만큼 오프로드 주행성능도 궁금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겠다. 판매가격 1억 5,200만 원짜리 프리미엄 SUV를 타고 오프로드에 오르는 건 생각해 볼 일이다. 오프로드에선 예상치 못한 일을 다반사로 만나다. 타이어가 찢어지고, 하체가 다치고, 차체가 긁히는 일을 예상할 수 있다. 다 돈이다. 감당해야 할 손해가 너무 큰 것. 갖추고 있는 기능을 볼 때 오프로드 주행성능을 의심할 필요는 없지만, 이 차 타고 오프로드에 오르는 건 권할 일은 아닌 듯하다.

GPS 계측기로 0-100km/h 가속 시간과 거리를 쟀다. 400마력에 공차중량 2,400kg으로 마력당 무게비는 정확히 6.0kg. 메이커가 밝히는 100km/h 가속 시간은 5.2초다.

순식간에 강한 힘이 폭발하는 느낌. 짜릿한 가속감이 순식간에 지나가고 시속 100km를 터치한다. 가속 패턴이 특이하다. 아주 강한 변속 반응이 그래프로 드러난다. 계측기로 측정한 기록은 5.41초가 가장 빨랐다. 5차례의 평균 기록은 5.51초로 편차가 거의 없다고 해도 좋을 수준. 가속 거리는 77.71m가 가장 짧았고 평균 거리는 81.51m로 측정됐다.

파주-서울간 55km를 달리며 측정한 실주행 연비는 19.9km/L를 기록했다. 공인 복합 연비 9.5km/L보다 두 배 이상의 연비를 보인 것. 2.4톤 무게를 가진 400마력의 고성능 SUV인 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좋은 연비를 보여줬다. 차분한 경제 운전의 힘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선루프가 닫힐 때 이물질이 끼어도 그냥 밀어내며 닫힌다. 닫히는 선루프에 손을 대고 강하게 버텨봤지만 막무가내다. 닫히는 도중 뭔가 저항이 걸리면 멈춰야 하는데 그런 기능이 없는 것. 위험해 보인다.
룸미러를 통한 후방 시야는 제한이 있다. 지붕이 뒤로 갈수록 낮아지기 때문이다. 룸미러 아래로는 뒷좌석 헤드레스트 3개가 걸리고 위로는 지붕이 걸린다. 유효한 시야가 그만큼 좁아진다. 디자인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운전자 입장에선 불편한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