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로버의 중형 SUV 디스커버리 스포츠가 5년 만에 모델 교체를 단행했다.

새로운 플랫폼, 프리미엄 트랜스버스 아키텍처를 사용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을 탑재할 수 있게 만든 미래지향형 플랫폼. 엔진을 낮게 배치해 주행 특성을 안정적으로 만드는 효과도 크다.

투박한 랜드로버의 느낌이 살아있다. 모서리를 둥글게 처리했지만 박스 스타일의 실루엣이 남아 있다. 슈트를 잘 차려입은 신사의 모습이지만 오프로드를 제대로 달릴 수 있는 정통 SUV의 피를 가졌다. 투박한 듯 세련된 모습.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모두 커버하는 양수겸장의 카드다. SUV의 명가에 호적을 둔 차답게 오프로드에 대비한 많은 기능들을 함께 갖췄다.

신형 모델로 교체되면서 3개의 디젤 트림에 가솔린 트림 P250 SE가 라인업에 더해졌다. 시승차는 D180 SE다. 2.0 디젤 엔진을 얹어 180마력이 힘을 가졌다.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다. 리튬 이온 배터리를 이용해 회수되는 에너지를 저장하고 엔진 구동을 보조하는 시스템이다. 차가 정지할 때 엔진이 차보다 먼저 멈추는 반응이 재미있다. 17km/h 이하 속도로 내려가면 차가 멈추기 전인데도 엔진이 스르르 먼저 스톱되는 것. 당연히 연비 향상에 도움이 된다.

에코/컴포트/오토 3개의 주행 모드는 온로드 용이다. 눈길,잔디/모래/진흙은 오프로드용 주행 모드다. 6개의 주행 모드가 있는데 이 중 3개가 오프로드용이다. 랜드로버니까 가능한 얘기다. 그만큼 오프로드에 집착하는 브랜드다.

4,597x1904x1,727mm 크기에 휠베이스는 2,741mm다. 최저지상고는 210mm로 최대 600mm 깊이의 강물을 넘어갈 수 있다.

공간 그 자체가 주는 고급감에 더해 영국산 SUV 특유의 고급스러움이 인테리어에 스며있다. 단정하고 고급스럽다. 센터페시아에는 10.25인치 모니터 두 개를 위아래로 배치했다. 그 안에 대부분의 기능을 담아 놓았다. 터치 스크린으로 모든 기능을 작동시켜, 버튼을 찾아보기 힘들다. 버튼은 없애고 기능은 화면 안으로 쓸어 넣었다.

무릎 앞 주먹 2개, 머리 위로 주먹 하나 반 정도의 뒷좌석 공간을 가졌다. 넉넉하다. 등받이를 좀 더 누일 수 있고 앞뒤로 슬라이딩도 된다. 앉은 자세가 상당히 편하다. 차 높이가 있어서 의자에 앉는 것처럼 편안한 자세를 취할 수가 있다. 기본 897ℓ인 트렁크 공간은 최대 1,794ℓ까지 확장할 수 있다.

도로 위를 달릴 때 노면 소음이 낮은 수준으로 실내에 파고들지만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9단 변속기가 조율하는 직렬 4기통 2.0 디젤 터보 엔진은 180마력의 힘을 낸다. 변속 질감이 대단히 좋다. 속도 구간을 자잘하게 쪼개 최적의 기어를 물린다. 낮은 계단을 여러 번 밟고 올라가는 느낌이다. 부드럽게, 부지런히 변속을 이어간다. 수동 변속을 택하면 기어 선택 범위가 넓어진다.

시속 100km에서 9단 1,500rpm, 5단 3,200rpm 사이를 커버한다.

차가 높아 노면 굴곡을 따라 흔들리는 느낌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한다. 하지만 대체로 안정된 자세를 유지한다. 고속주행에서는 속도에 비해 훨씬 낮은 체감 속도를 느낀다. 사륜구동 시스템이 고속주행 안정감을 높여주는 것.

엔진룸에는 엔진이 낮게 들어앉았다. 그만큼 무게 중심이 낮아지는 효과가 생긴다. 이 부분도 차체의 안정감을 높이는 데 한몫한다.

넓고 높은 SUV여서 공기와 맞닿는 면적이 넓은 차체 구조지만 바람 소리는 잔잔하다. 고속주행에서도 속도보다 훨씬 낮은 정도의 바람 소리다. 안정된 차체에 바람 소리도 크지 않아 체감 속도가 훨씬 낮다.

엔진은 차분한 반응을 보인다. 가속할 때에도 힘차게 밀어붙이기보다 차근차근 속도를 올리는 반응이다.

앞에 맥퍼슨 스트럿 뒤에 인테그럴 링크 타입의 서스펜션을 적용했다. 어느 정도 노면의 충격을 품어 안고 달리는 조금은 소프트한 느낌이다. 소프트하다고 해서 말랑거리거나 낭창거리는 건 아니다.

클리어 사이트 룸미러가 있다. 거울을 젖히면 모니터로 변하는 것. 후방 카메라를 통해서 후방 시야를 모니터에 보여주는 것. 훨씬 넓게, 깨끗하게 사각 없이 보여준다.

시승차에는 없지만 클리어 사이트 그라운드 뷰도 옵션으로 택할 수 있다. 타이어 주변을 모니터로 보여주는 것. 오프로드 달릴 일이 많은 운전자라면 쓸모가 많은 기능으로 보인다.

영국산 SUV의 품격이랄까? 전체적인 주행 품질은 상당히 고급스럽다. 랜드로버는 역사가 있는 브랜드다. SUV 바람타고 너도나도 SUV를 만드는 브랜드들과는 다르다. 오프로드에 천착하는 모습에서 정통 SUV의 피를 느낀다.

파주 인근의 간단한 오프로드에 시승차를 올렸다.

굳이 오프로드 주행모드를 택하지 않아도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가벼운 길이다. 낙엽이 쌓여 있고 경사면도 있어 타이어가 미끌릴 수도 있지만 한치의 미끄러짐 없이 움직인다. 경사면에서 정지 후 재출발도 거뜬했다.

울퉁불퉁 불규칙한 노면을 타고 뒤뚱거리지만, 네 바퀴는 구동력을 확보하며 사뿐거리는 발걸음을 옮겼다. 내리막 경사로에서는 다운힐 어시스트를 이용할 수 있다. 저속 크루즈 기능이다. 가속이나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고 조향에만 신경 쓰면 된다.

디젤 엔진의 굵은 힘이 뚜렷한 오프로드 주행이다. 디스커버리 스포츠에게는 식은 죽 먹기 수준의 오프로드였다.

0-100km 가속 테스트를 했다. 힘찬 가속보다는 차분하고 여유 있는 가속 반응을 보였다. 2,130kg의 공차중량, 최고출력 180마력이니 마력당 무게비는 11.83kg으로 조금 무거운 편이다. 메이커가 밝히는 0-100km/h 가속 시간은 9.7초. 실제 가속 테스트 결과는 조금 더 느렸다. 가속 시간 10.77초, 주행거리 176.53m가 가장 빠른 기록. 모두 9차례 테스트한 평균 기록은 11.28초 185.16m였다.

파주-서울간 55km를 달리며 측정해본 실주행 연비는 약 18.2km/L로 공인 복합 연비 11.5km/L보다 훨씬 우수한 수준을 보였다. 차분한 경제 운전에 더해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연비를 개선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시승차인 D180 SE 판매가격은 7,127만 원. 기본 트림 D150 S 6,087만 원, D180 S 6,497만 원, 가솔린 엔진인 P250 SE는 6,837만 원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주행모드를 선택하고 에어컨 온도조절 등을 조작하는데 몇 단계를 거쳐야 한다. 버튼을 눌러 해당 기능을 활성화 시킨 뒤 터치나 조작으로 최종 선택을 해야 한다. 한 번에 조작하는데 익숙한 운전자에게는 번거로운 과정이다. 좀 더 직관적이고 편한 조작을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차선 이탈 방지 장치는 가끔 차선을 밟고 난 후에 차로 안으로 밀려 들어온다. 커브 길에서 만나게 되는 현상이다. 차로 중앙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도록 완성도를 조금 더 높일 필요가 있겠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