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니게이드.

이름부터 삐딱하다. 배신자, 이교도라는 의미다. 진지함을 거부하는 장난기를 담은 이름이다. 레니게이드는 피아트 500X와 같은 플랫폼을 사용해 이탈리아에서 생산한다. 이탈리아에서 만든 미국 SUV가 한국에서 팔리는 것. 글로벌한 시대다.

시승차는 레니게이드 리미티드 1.6 TD FWD.

비례보다 개성. 4,240×1,805×1,700mm의 크기로 껑충해 보인다. 2박스 스타일의 B세그먼트 SUV다. 동그란 헤드램프에 엔젤링을 넣어 끼를 부렸다. 리미티드 트림에는 앞뒤 모든 램프를 led 램프로 구성했다.

“지프는 사륜구동”이라는 믿음을 가볍게 배신하고 전륜구동을 택했다. 효율을 강조한 도심형 SUV다. 1.6 터보 디젤 엔진은 120마력 힘을 낸다.

도어 여닫는 느낌이 좋다. 소형차 답지 않게 제법 묵직한 소리를 낸다. 고급차에서나 만날 수 있는 느낌이다. 차는 높은데 시트 포지션은 낮다. 덕분에 머리 윗공간이 충분하다.

적당한 반발력을 보이는 스티어링휠은 2.6 회전한다. 차 크기에 딱 맞는 락투락 조향비다. 그래도 지프인지라 터프한 느낌을 전하고 싶었을까. rpm 레드존에 진흙 발라놓은 것처럼 표시했다.

음성인식 수준이 놀랄 정도다. 내비게이션 주소 찾기, 라디오 방송국, 핸드폰, 블루투스 오디오 등을 음성으로 조절할 수 있다. “실내 온도 22도”라고 말하면 알아듣고 에어컨 온도를 맞춘다. 이 정도일 줄 몰랐는데 놀랍다.

센터패시아에는 유 커넥트 8.4 인치 터치스크린이 자리했다. 홈 화면의 아이콘 구성을 드래그앤 드롭 방식으로 바꿀 수 있다. 반응도 빠르다. 지도는 두 손가락으로 확대 축소하며 볼 수도 있다. 직관적이다.

뒷좌석은 무릎 앞으로 주먹 하나 반이 꽉 찬다. 1열보다 2열 시트를 조금 더 높게 배치하고 머리 윗공간이 넓은 데다 선루프가 있어 제한된 공간이지만 답답하지 않다. 작은 차의 제한된 공간을 효율적으로 구성했다.

서스펜션은 충격을 튕겨내듯 맞받아친다. 엔진은 솔직하다. 디젤 엔진임을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90km/h 전후의 속도까지 편안하게 움직인다. 높은 차에 낮게 앉아 움직이는 느낌이 색다르다. 깊은 동굴에 들앉은 아늑한 기분이다.

시속 100km에서 rpm은 1,750으로 다소 높은 편이다. 3단 4,200rpm까지 커버한다. 엔진 회전수를 조금 높게 사용하는 편이다. 배기량 작은 디젤 엔진인 만큼 엔진 회전수를 좀 더 끌어 올려 속도를 맞추고 있다.

차 높이가 1,700mm로 높은 편이다. 무게 중심이 따라서 높아진다. 흔들림이 없을 수 없는 체격이다. 굴곡이 있는 노면을 따라 기분 좋게 흔들린다.

속도를 올리면 차창에 부딪히는 바람 소리가 제법 커진다. 속도를 높여갈수록, 적당한 흔들림과 커지는 바람 소리가 확연하다. 실제 속도와 체감속도는 큰 차이가 없다.

바람 소리만 들으면 아주 빠른 속도일거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빠르지 않다. 고속주행에 이르면 엔진이 버거워한다. 120마력의 힘을 억지로 쥐어 짜낸다. 레니게이드로 고속주행하는 건 어울리지 않는다. 중저속 구간에서 편안하게 움직이는 게 어울린다.

시속 100km에서 강한 제동을 시도했다. 앞이 강하게 숙여지지만 금세 안정을 되찾고 정지까지 마무리했다. 속도와 무게를 잘 받아낸다. 불안감이 크지는 않다. 무게가 앞에 쏠려 있는 높은 차치고는 생각보다 괜찮은 반응이다.

1.6 터보 엔진은 6단 DCT 조율을 거쳐 120마력의 힘을 낸다. 고성능과는 거리가 있다. 힘있게 달리는 대신 아기자기한 효율에 집중했다. 중저속에서 가볍게 움직일 수 있는 실생활 속에서의 효율이다.

소형 SUV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빠르게 달리거나, 오프로드를 거칠게 움직이기보다 도심에서 편하게 이동하는 소형 SUV다. 사륜구동을 아쉬워할 필요가 없는 이유다.

사륜구동이 고속과 코너에서 조금 더 안정된 느낌을 주고, 오프로드에서도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지만 도심형 SUV로선 기꺼이 포기해도 아쉬울 게 없다. 대신, 얻을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연비는 더 좋아지고, 가격도 내려간다. 소형 SUV를 택하는 소비자 입장에선 이런 부분이 더 큰 매력이다.

0-100km/h 가속 테스트를 했다. 가속감이 크지 않다. 꾸준하게 밀고 나간다. GPS 계측기를 이용해 측정해본 100km/h 가속 시간은 11.16초가 가장 빨랐다. 다섯 차례 측정한 평균 기록은 11.50초였다. 가속 거리는 183.80m가 제일 짧았고, 평균 188.35m로 측정됐다.

파주에서 출발해 서울까지 55km를 달리며 측정해본 실주행 연비는 24.9km/L를 기록했다. 공인복합연비 15.6km/L에 비하면 탁월한 수준.

지프 레니게이드 1.6 TD FWD의 판매가격은 론지튜드 3,510만 원. 리미티드 3,860만 원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트렁크는 높이를 조절해 이층구조로 만들 수 있게 되어 있는데, 바닥판이 힘을 못 받아 이를 제대로 이용할 수 없다. 바닥판이 힘을 받을 수 없을 정도로 얇아 낭창거린다. 바닥을 올릴 수는 있는 구조지만 바닥판이 얇아 이를 제대로 이용할 수 없다. 원가부담이 큰 부분도 아니고, 특별한 기술이 요구되는 것도 아니다. 단단한 소재로 바닥판을 만들면 트렁크 공간을 다양하게 쓸 수 있는 데 그게 안 된다. 답답한 노릇이다.

트렁크를 열면 리어 게이트에 뾰족하게 예각이 드러나는 부분이 있다. 트렁크를 닫다가 행여 사람이 다칠까 걱정될 정도다. 멋진 디자인보다는 안전한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이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