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5 하이브리드를 만났다. 지난해 12월 3세대 K5 1.6을 만난데 이어 하이브리드 모델을 3월에 다시 시승했다.

허트 비트, 심장박동을 형상화한 주간주행등, 보닛을 길게 뽑고 트렁크 라인을 짧게 끊은 보디 라인, 테두리를 없애고 얇고 길게 편 라디에이터 그릴, 기아 앰블럼을 감싸며 보닛 위로 뻗어 오른 라인, 차창 윗부분을 따라 뒤창까지 감싸는 크롬 라인, 힘 있는 디자인이다.

K5 하이브리드의 가장 큰 특징은 지붕에 올린 솔라루프다. 태양광 발전기를 머리에 이고 달리는 셈이다. 하루 6시간 정도 햇볕이 드는 야외에 세워놓으면 일년에 1,300km 정도 달릴 수 있는 전기를 만들어낸다는 설명이다. 대충 짐작해도 연간 10만원 정도 연료비를 아낄 수 있겠다. 연료가 바닥이고 배터리가 완전 방전 상태여도 태양이 배터리를 채워주기를 느긋하게 기다리면 가까운 주유소까지 움직일 수는 있겠다.

솔라루프는 옵션이다. 130만원을 더 줘야 한다. 그래도 하이브리드를 사기로 작정했다면 솔라루프는 꼭 선택하기를 권한다. 한국 시장에서 솔라루프를 적용하는 브랜드는 현대기아차 뿐이다. 솔라루프를 택하면 선루프는 포기해야 한다.

뒷좌석 공간은 무릎 앞으로 주먹 두 개가 여유 있게 드나든다. 센터터널은 무시해도 좋을 정도도 낮다. 여유 있는 공간은 패밀리 세단으로서 큰 매력이 된다.

2.0 스마트 스트림 엔진과 배터리, 모터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완성시켰다. 6단 자동변속기를 사용해 최고출력 152마력의 힘을 낸다. 모터 출력은 38.6kW로 약 51마력이다. 공차중량은 1,515kg으로 마력당 무게비는 9.96kg. 고성능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마력당 무게비가 10kg를 넘지 않는 것으로 보면, 중형세단으로선 무난한 힘의 효율을 기대할 수 있겠다.

타이어가 피렐리다. 215/55R17 사이즈로 사계절용 타이어를 신었다.

12.3인치 계기판, 10.25인치 내비게이션 모니터를 시원하게 배치했다. 시야는 탁 트였고 모니터는 선명해서 시원했다. 자동 6단 변속기를 조절하는 건 시프트 바이 와이어 방식의 원형 변속레버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지만 12V 납축전지도 사용한다. 자동차에 사용되는 많은 전기장치들은 여전히 12V 배터리를 필요로하기 때문이다. 납축전지가 방전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하이브리드용 고전압 배터리를 이용해 12V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다. 솔라 루프까지 있으니 방전에 대한 걱정에서 완전히 해방됐다고 해도 좋겠다.

덕분에 빌트인 캠도 걱정없이 사용할 수 있다. 블랙박스 역할을 하는 빌트인 캠은 상시녹화를 하게되면 전력 소모가 계속 일어난다. 이 때문에 연비에도 약간의 영향을 주기는 하는데, K5 하이브리드라면 추가 전력 소모로 인한 배터리 방전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단, 차는 햇볕이 잘드는 야외에 세워둬야 한다.

내 차 위치 공유, 유보 시스템, 디지털 키, 카투홈, 안드로이드 오토, 애플 카플레이, 하차후 최종목적지 안내 등의 기능도 담도 있다. 자동차지만, 전자 기기로도 훌륭하다. 이제 자동차도 IT 기술로 차별화를 이루는 시대다. 얼마나 더 많은 기능들이 담길지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흉흉한 시절, 건강과 관련한 아이템이 더 돋보인다. 공기청정 모드다. 미세 먼지를 걸러준다. 위생에 대한 관심이 큰 요즘, 소비자들이 좋아할만한 아이템이다. K5는 가족이 함께 이용하는 패밀리카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 더 의미가 크다. 가족의 건강에 조금이라도 더 좋은 옵션이 있다면 이런 디테일 때문에 선택하는 경우도 없지는 않겠다.

안전띠를 채결하지 않으면 주차 브레이크가 자동 해제 되지 않는다. 계기판에 경고등이 뜬다.

“주차브레이크 자동 해제 조건이 아닙니다 도와 후드 트렁크를 닫고 다시 시도하십시오”라는 메시지다. 트렁크가 제대로 다시 않았거나 안전띠를 매지 않으면 주차 브레이크가 자동 해제 되지 않는다. 안전을 세심하게 배려하고 있다.

첫 느낌이 상당히 가볍다. 무게감 있는 움직임이 아니라 경쾌하고 가볍게 움직이는 느낌이다.

rpm 게이지는 완전히 사라졌다. 스포츠 모드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시나브로 사라지는 것들이다.

포장이 잘된 도로에서는 대체로 조용하다. 노면 잡소리가 거의 없다. 잔잔한 바람소리가 아주 낮게 들릴 뿐이다. 노면이 거친 포장도로에서는 노면 잡소리와 진동이 살아난다.

고속도로 주행보조 시스템. 내비게이션 도로 정보를 이용해 주행 속도를 조절한다. 진출입로, 단속 카메라가 있는 안전속도 구간, 굽은 길 등에서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인다. 터널을 앞에서는 차창을 알아서 닫아주기도 한다. 고속도로는 물론 자동차 전용도로까지 적용범위를 넓혔다.

운전자가 미처 챙기지 못한 부분들을 시시콜콜 챙긴다. 익히 느껴왔던 기아차의 주행보조 시스템은 따로 언급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차로 중앙을 유지하고 앞 차와의 간격을 유지하고 차선을 따라 굽을 길을 돌아나가는 게 자연스럽고 유연하다. 사람이 운전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늘 경계를 늦춰선 안된다. 사고나면 시스템의 오작동을 다퉈볼 수는 있겠지만 결국 운전자 책임이다. 모든 주행보조 시스템에 ‘보조’ ‘어시스트’라는 말이 붙은 이유다.

가속 페달은 아무 저항 없이 끝까지 밟힌다. 속도를 끌어올리면 엔진 사운드가 제법 살아난다. 잘 조율된 소리라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소리다. 엔진 사운드를 즐기며 타는 차가 아니니 탓할 일은 아니다.

스마트 스트림 2.0 가솔린 엔진은 직분사와 포트분사를 겸하는 엔진이다. 그동안 지적됐던 직분사엔진의 문제점들을 보완해 개선한 엔진이다. 거칠지 않다. 시속 100km 전후에서의 느낌은 제법 괜찮은 수준이다. 서스펜션은 노면 충격을 부드럽게 품어안으며 받아들인다.

속도가 빨라지면서 바람 소리도 함께 커진다. 아주 빠른 속도가 아닌데 노면굴곡을 따라 흔들리는 느낌이 온다. 고속 주행 안정감이 아주 우수한 수준은 아니다. 연비 효율을 강조하는 친환경차인만큼 성능에 방점을 찍지 않았다. 그보다는 주행 효율을 좀 더 강조하고 있다.

송풍모드에 드라이버 온리 모드가 있어 혼자만 있을 땐 운전석으로만 바람을 보낸다. 엔진은 수시로 멈추고 솔라루프와 배터리가 열일하며 차를 움직인다.

실제 속도만큼 몸이 느낀다. 체감속도와 실제속도가 비슷한 수준이다.

하이브리드차라고 펀 투 드라이브 즉 운전하는 즐거움이 없는 건 아니다. 부드럽게 차를 다루며 놀라운 연비 효율을 눈으로 확인하는 즐거움이다. 고성능차에서는 느끼기 힘든, 친환경차를 운전하는 즐거움이 있다.

에너지 흐름을 보면서 운전하다보면 자꾸 오른 발에 힘을 빼게 된다. 조금이라도 기름을 덜 쓰려는 노력이 본능적으로 발휘되는 것. 솔라 루프가 부지런히 전기를 만들어 보내주고, 배터리와 엔진, 타이어 사이에서 에너지가 부지런히 움직인다. 엔진과 배터리에서 나온 동력이 타이어로 향하는가하면 타이어에서 얻은 회생제동 에너지를 배터리로 저장하기도 한다. 엔진은 힘차게 움직이다가 어느 순간 숨을 멈추고 잠들어 버리기 일쑤다. 배터리는 늘 분주하다. 들어오고 나가는 동력의 흐름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급제동에 대한 반응도 여유 있다. 시속 100km에서 체중을 실어 브레이킹을 시도했다. 우드드득 하는 브레이크 반응이 이어지고 강하게 속도를 줄이는가 싶더니 여유있는 반응을 보이며 속도를 줄여 정지까지 이어갔다. 초반에 강한 반응이 오고난뒤 부드럽게 정지했다.

코너에서는 경쾌하고 가볍게 돌아나간다. 무게감이 없다. 앞바퀴굴림보다 좀 더 안정된 자세를 보이는 건 하이브리드용 배터리가 차체 뒷부분 아래에 자리했기 때문이다.

힘있게 치고 나가는 고성능 세단은 아니다. 고속 주행에서의 안정감도 제한적이다. 바람 소리와 차체의 흔들림도 어느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 중저속 구간에서는 무척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인다. 무난하다.

가족을 태우고 달리는 패밀리 세단이라면, 무난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된다. 성능은 적절한 수준에서 타협하고 효율은 양보하지 않고 최고 수준을 노리고 있다. 여유 있는 실내공간은 패밀리 세단으로 모자람이 없다. 고성능 세단이 아니라 효율을 중시하는 친환경 하이브리드 자동차다.

GPS 계측기로 0-100km/h 가속 시간과 거리를 측정했다. 강한 힘, 빠른 속도는 아니지만 꾸준히 힘을 모아서 속도를 올리는 느낌이다. 9차례 테스트했고 최고 기록은 8.28초로 측정됐다. 주행거리로는 125.32m. 평균 기록은 8.51초 129.59m였다. 최고 기록과 최저 기록이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고른 가속성능을 보였다. 마력당 무게비 9.96kg임을 감안하면 기대보다 우수한 가속성능이다.

파주-서울간 55km를 달리며 측정해본 실주행 연비는 26.4km/L였다. 공인 복합연비 18.8km/L보다 리터당 8km 가까이 더 달리는 놀라운 연비를 보여준 것.

k5 하이브리드의 판매 가격은 친환경차 세제혜택후 기준으로 2,749만~3,327만원이다. 최고급 트림인 시그니처 트림에 풀옵션을 적용하면 3,811만원이 된다. 배터리는 평생보증하니 걱정할 필요 없겠다.

최고의 주행보조장치, 태양에서 에너지를 얻는 솔라루프, 최고의 효율을 보이는 하이브리드 시스템, 150마력의 힘을 가진 무난한 성능, 넓은 공간. 4,000만원 안되는 가격에 이런 수준을 갖춘 중형 세단이라면, 한번쯤 혹할만한 규격이 아닐까 싶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트렁크를 열어보면 트렁크 상단에 철판이 그냥 드러난 채로 노출되어 있다. 이 정도 차급 에서 맨 철판이 드러나는 것이 흠잡을 일은 아니지만 천장을 보면 뾰족한 나사 들이 몇 군데 드러나 있다. 짐을 싣고 내릴 때 사람이 다치거나 물건에 흠집날 수 있다. 뾰족하게 드러나 있는 나사들은 정리를 해줘야 한다.
카카오 i 기반의 음성인식 기술은 차창을 여닫고, 시트 열선을 조작하고 뉴스를 알려줄 정도로 화려한 테크닉을 자랑하지만, 정작 기본적인 요구에 엉뚱하게 대응한다. “실내 온도 19도”를 요청하면 내비게이션 목적지를 입력하라하고, 22도를 주문하면 인근 지역 날씨를 알려준다. 모르면 모른다고 대답하는 게 맞다. 화려한 기술도 재미있겠지만 기본을 먼저 갖춘 뒤의 얘기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