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가 G80을 신형으로 교체했다. 3세대 모델이다. 2008년 제네시스로 시작해 2016년 G80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자신의 이름이 브랜드가 됐으니 제네시스의 뿌리인 모델이다.

가솔린 2.5 터보, 3.5 터보, 2.2 디젤 3종류의 엔진에 8단 자동변속기 조합으로 파워트레인을 구성했다. 후륜 기반의 사륜구동 시스템을 추가로 선택할 수 있다.

G80 3.5 터보에 4WD를 갖춘 풀옵션 모델을 타고 왕복 90km를 달렸다.

디자인은 두 줄의 승부다. 제네시스의 디자인 DNA로 채택된 두 줄이 헤드램프, 리어램프, 차체 측면, 보닛 등 곳곳에 배치됐다. 측면의 파라볼릭 라인, 말굽 형태로 볼륨감을 키운 트렁크 등으로 디테일을 강조했고 적절한 차체의 비례로 중형세단의 늘씬한 몸매를 과시하고 있다.

4,995×1,925×1,465mm의 크기. 폭은 35mm 키웠고 높이는 15mm를 낮췄다. 휠베이스는 3,010mm에 달한다. 넓은 휠베이스로 여유 있는 실내 공간을 확보해 공간 자체가 주는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잘 살렸다.

여백의 미를 살린 인테리어는 중형 프리미엄의 품격을 성공적으로 담아냈다. 고급 가죽과 원목, 금속 재질을 적절히 사용해 실내 어디를 만져도 손끝이 먼저 그 질감을 알아낸다. 12.3인치의 클러스터, 14.5인치에 달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모니터는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함께 운전자가 어디를 보든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3m를 넘는 휠베이스 덕분에 뒷좌석 공간은 충분하게 확보했다. 필요할 때에는 쇼퍼 드리븐 카로 이용하기에도 충분한 뒷좌석이다. 여유 있는 공간, 옵션으로 적용 가능한 좌우 개별 모니터, 전동식 시트 등 꼭 필요한 아이템들로 뒷공간을 채웠다.

가지고 있는 모든 기술을 쏟아부었다. 디자인은 논외로 하고 두 측면에서 이 차를 봐야 한다. 전통적 개념의 자동차와 첨단 기술을 담아내는 디바이스라는 측면이다.

기계적 완성도를 따지는 자동차로서 G80은 충분히 숙성됐다. 부드럽지만 묵직하게 움직이는 저속반응, 안정된 자세로 힘차게 발진하는 고속주행 등 모든 속도영역에서 높은 수준의 주행 질감을 맛볼 수 있다. 짜증 나게 많은 과속방지턱을 적당한 반발력으로 달래며 넘어간다.

스티어링 휠은 2.1회전 한다. 2회전하고 0.1 정도를 약간의 유격으로 커버하는 느낌. 5m에 이르는 차체를 가진 차가 락투락 2회전 한다는 것은 대단한 자신감이다. 큰 덩치를 2회전으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는 자신감.

저속에서 묵직한 스티어링은 굳이 힘을 써서 조작할 필요 없다. 주행 보조시스템의 조력으로 스티어링휠에 손을 걸치듯 얹어놓으면 스스로 차선을 읽고 차간거리를 조절하며 능숙하게 달린다.

고속도로 주행 보조시스템에 차로변경 보조기 능까지 도입했다. 방향지시등을 켜고 스티어링휠을 살짝 움직여주면 측후방 상황을 모니터하며 차선 변경을 시도한다. 방향지시등을 제때 끄지 않으면 다음 차선도 넘어가는 일이 생긴다. 조금 더 다듬을 필요는 있겠다.

주행보조시스템은 차의 앞뒤는 물론 좌우의 상황까지 감시하고 대응한다. 한 단계 더 앞서는 시스템이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 있는 힘껏 달리면 귀에 착 감기는, 낮고 굵은 톤의 엔진 사운드가 먼저 앞서 나간다. 380마력의 힘은 호쾌하게 질주하는데 넉넉하다. 렉시콘 사운드는 실내를 꽉 채우는 풍부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것은 물론, 스피커를 통해 엔진 사운드를 증폭시키고, 잡음은 덮어버리는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 기능까지 담당한다.

신형 플랫폼을 사용해 125kg을 감량한 공차중량 1,965kg, 마력당 무게비를 따져보면 5.17kg. 힘차고 경쾌한 움직임의 비결이다.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은 카메라를 통해 진행 방향의 노면 상태를 체크하고 사전에 댐핑을 준비한다. 다중충돌방지 제동시스템은 충돌사고 후 운전자가 차를 제어할 수 없을 때 차 스스로 제동해 2차 사고를 막아준다.

G80은 바퀴 달린 디바이스로 봐도 된다. G80 자체가 다양한 기술을 품은 전자 장비다. 증강현실 내비게이션은 이 땅의 수많은 길치들에게 희소식이다. 내비게이션을 보는 것조차 어렵다는 이들에게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전방 화면을 카메라로 띄우고 그 화면 위로 화살표를 겹쳐 길 안내를 해주기 때문이다. 단언컨대 이 화면을 보고도 길을 헤맨다면 운전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카페이 시스템를 적용하면 G80을 신용카드가 된다. 내비게이션 화면을 통해 결재를 할 수 있어서다. 차에서 집안의 전자기기를 원격 조작하는 카투홈, 그 반대의 홈투카, 제네시스 커넥트 서비스 등등 스마트폰으로 하는 많은 기능을 G80도 한다. 카카오 i와 연동하는 음성명령 시스템도 디테일을 조금 더 보완할 필요는 있지만 똑똑하게 대응을 한다. 날씨는 물론 주식 시세도 물어보면 알려준다.

G80의 판매가격은 5,247만 원부터다. 3.5 터보는 5,907만 원부터 시작하는데, 모든 선택 품목을 다 집어넣으면 8,200만 원을 호가한다. 진입가격은 낮지만, 풀옵션 가격은 역시 만만치 않다. 거부감은 없다. 성능, 완성도, 편의장비 등을 보면 그 가격 받을만하다.

G80은 높은 수준에서 완성된 프리미엄 중형세단이다. 벤츠 E클래스, BMW 5 시리즈와 견줘도 밀리지 않을 정도다. 성능은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고 편의장비는 앞설 정도다. 제네시스의 탄생, G80으로의 개명, 두 차례의 풀체인지를 보는 것은 어린아이가 태어나고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과 다르지 않다. 명실상부, 한국을 대표하는 프리미엄 중형세단으로 성장한 G80이 대견하다.

코로나 19사태를 겪으며 옛날과 다르게 한국의 위상이 많이 높아지고 있음을 느낀다. G80을 보면서 한국의 자동차 역시 세계의 톱 클래스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성장했음을 느낀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차로변경 주행보조시스템은 조금 더 다듬을 필요가 있겠다. 방향지시등을 켜고 스티어링을 조작해줘야 작동을 시작하는데, 측후방 차가 없을 땐 차선을 두 개씩 넘어가려 한다. 조작하는 입장에서 어느 정도는 믿고 맡길 수 있어야 하는데, 아직 그 단계는 아닌 듯하다.
뒷좌석 개별 모니터는 엔터테인먼트 요소로는 훌륭하지만, 안전에는 바람직하지 않다. 승객 바로 앞에 돌출된 모니터는 보는 것만으로도 불안하다. 앞 시트 뒤쪽으로 매립을 하거나 필요할 때 탈착하는 방법이 좋겠다. 선택 품목인 만큼 선택하지 않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