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
르노삼성차가 XM3를 순산했다. 후속 차종이 아니다. 전에 없던 완전히 다른 새 차를 만들어 족보에 올렸으니 새로운 탄생에 다름아니다.

르노삼성은 XM3를 타고 위기 탈출을 노리고 있다. 오래된 라인업, 줄어든 판매, 위탁생산 중단으로 여의치 않은 공장 상황 등으로 르노삼성의 요즘 몇 년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XM3가 르노삼성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이유다. 집안을 일으켜야 하는 사명을 갖고 이 땅에 태어난 XM3다.

XM3는 크로스오버 SUV로 소개됐다. 세단과 SUV를 아우르는 차종이라는 것. 세단보다는 쿠페 스타일의 SUV다. 쿠페를 품은 SUV다. 물론 방점은 SUV에 찍힌다.

4,570×1,820×1,570mm의 크기다. SUV치고는 비교적 낮지만 최저지상고는 186mm로 높은 편이다. 위는 낮추고 아래는 올렸다. 하체를 바짝 치켜올린 모양새다. 위는 쿠페, 아래는 SUV의 형태를 취하며 명실상부 크로스오버를 완성하고 있다.

헤드램프와 리어램프를 중심으로 완성된 앞뒤 모습은 익숙하다. 기존 QM6와 크게 다르지 않은 디자인이다. 보닛 위에 몇 개의 선을 그어 각 잡힌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뒷 범퍼에 만든 배기구는 막혀있다. 실제 배기구는 범퍼 안쪽에서 마무리되어 있다.

공기저항을 줄이고 소음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 언더커버, 그릴 셔터, 실링, 흡음재 등을 대거 적용했다. 소음, 연비를 개선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부분들이다.

9.3인치 터치스크린 ‘이지 커넥트’를 센터페시아에 세로로 큼지막하게 배치했다. 272㎠의 넓이를 가진 모니터다. 툭툭 가볍게 터치하면 빠르게 척척 반응한다. SKT와 협업으로 만든 최신형 커넥티드 내비게이션을 양산차 최초로 XM3에 이식했다는 설명이다. 자동 업데이트는 기본이다.

직렬 4기통 1.3 직분사 터보와 1.6 가솔린 엔진 두 종류 모델이 있다. 대표 주자는 1.3 터보 엔진이다. 이 작은 배기량으로 157마력의 힘을 만들어낸다. 궁극의 다운사이징 엔진이다. 독일 벤츠와 공동개발한 이 엔진은 A 클래스에도 장착된다. 르노삼성차로서는 좋은 마케팅 포인트다.

시승차는 1.3 터보 엔진을 얹은 TCe 260 RE 시그니처 트림. 최고출력 152마력에 26.0kgm의 토크를 확보했다. 트림 이름에 들어 있는 260은 Nm으로 표기한 엔진의 토크를 의미한다. 원래는 255 Nm으로 살짝 반올림한 숫자로 표기한 것. 255 Nm은 26kgm에 해당한다.

작아 보이는 엔진 배기량에 대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터보를 적용해 한껏 끌어올린 힘을 게트락 사의 7단 DCT가 조율해 박력 있게 드러낸다. 최적의 효율을 끌어내 공인 복합연비 13.7km/L를 확보했다.

무게는 가볍고 힘은 세다. 공차중량 1,345kg, 최고출력 152마력으로 마력당 무게비가 8.85kg으로 10kg에 못미친다. 차급에 비해 우수한 힘의 효율이다.

2.6 회전하는 스티어링 휠은 무겁지 않은 정도다. 가볍게 돌아가는 스티어링휠에 익숙한 이들에겐 무겁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첫 움직임부터 가볍다. 경쾌하게 출발한다. 중저속 구간을 지나 고속주행까지 경쾌한 반응은 계속된다. 작은 배기량에 대한 우려를 날려버리기에 충분한 반응이다. 1.3이라는 배기량은 그냥 숫자일 뿐 큰 의미 없다고 봐도 되겠다.

배기량은 적지만 4기통으로 만들어 좀 더 안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도 특징. 시속 100km에서 rpm이 7단 1,700~3단 5,000구간에서 움직인다.

급가속할 때, 고속주행할 때 엔진은 살짝 신경질적으로 날카로운 소리를 내지르며 바짝 힘을 몰아 쓴다. 힘겨워한다기보다, 있는 힘을 몰아 쓰는 긴장감을 드러내는 것. 일반적인 주행 상황에서는 속도를 어느 정도 높여도 엔진 반응이 무척 편안하다.

노면 잡소리가 실내로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 노면에서 발생하는 자잘한 소리들이 차체의 틈새로 파고들어 오게 마련인데 XM3는 철벽 방어에 성공하고 있다. 중저속 구간에서는 물론 고속주행에서도 마찬가지다. 바람과 엔진 소리는 아웅다웅하며 실내를 들락거리지만 기타 잡소리는 끼어들지 못한다.

서스펜션은 물렁하지도 딱딱하지도 않은 그 중간의 적절한 지점을 잘 찾아냈다. 노면 충격을 서스펜션이 어느 정도 품어 안으며 넘어간다. 품어 안고, 맞받아치고, 그 나머지를 차체와 시트를 통해 승객에게 전달하는 것. 충격을 넘고 난 후의 마무리도 깔끔하다.

주행 보조 시스템은 차선이탈방지 장치까지 포함하고 있다. 차급에 비해 비교적 고급 사양을 집어넣은 것. 어댑티브 크루즈는 앞차와의 거리를 시간 거리로 표기한다. 앞차와 “2.2초” 거리라고 알려준다. 차선이탈 방지 장치는 가장 기본적인 수준으로 보인다.

9개의 스피커로 구성된 보스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은 실내를 꽉 채우며 입체감 살아있는 소리를 들려준다. 조수석 대시보드 앞에 ‘Bose’ 마크를 새겨 놓았다. 물론 비용을 추가 지불해야 하는 옵션 품목이다.

디자인, 상품성, 주행 성능 등 모든 면에서 만족할만한, 때로는 기대 이상으로 XM3를 완성시켰다. XM3에 승부를 걸어야 하는 르노삼성차의 절박함이 보일 정도다. 이래도 사지 않을래? 하는 오기? 혹은 자신감이라고 봐도 되겠다. 이는 가격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XM3의 가격은 1,719만~2,532만 원으로 책정됐다. 2,532만 원부터 시작하는 최고 트림인 TCe 260 RE 시그니처는 선루프, 블랙 가죽 시트 패키지, ACC와 오토 하이빔 등을 비용을 더 내고 추가 선택할 수 있다. 이를 모두 선택해 풀옵션을 적용하면 2,783만 원이 된다. 가장 비싼 XM3의 가격이다. C세그먼트 SUV 풀옵션 가격으로 충분히 매력적이다.

XM3에는 절박함이 깃들어 있다. 성공해야만 하는 르노삼성차의 승부수. 비장하지만, 너무 걱정하지는 않아도 되겠다. 타보니, 괜찮았다. 르노삼성차가 주식 시장에 상장되어 있다면, 지금쯤 주식을 사야 할 시점이겠다.

시장 반응도 호의적이다.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극성을 부리고 있어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이 상황에서 12일 만에 사전 계약 물량 5,000대를 넘겼고 그중 80% 이상이 TCe 260을 택했다는 소식이다. 이 난리 통에 거둔 실적이어서 의미가 더 크다. 안팎으로 어려운 시기에 MX3가 청신호를 받은 셈이다.

르노삼성차 족보에 새로 올린 이름 XM3의 쾌속질주를 지켜볼 차례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9.2인치 터치형 스크린이 센터페시아에 돌출되어 있다. 승객 앞에 돌출되어 있거나 각이 드러나는 설계는 피하는 게 좋다. 안전을 위해서다. 에어백과 안전띠가 있어 괜찮다는 의견도 있지만, 만에 하나라도 돌출된 부분에 사람이 다칠 가능성이 존재한다면, 위험하다고 말할 수 있다. 안전을 기준으로 본다면 대시보드에 돌출되어 있는 모니터는 바람직하지 않다.
차선이탈방지 보조는 수준이 낮다. 조향에 개입하며 차선이탈을 하지 않도록 조향에 개입하는데, 가끔 차선을 밟기도 하고, 때로는 힘없이 차선을 넘어가 버리는 경우도 있다. 물론 차급에 비해 넘치는 옵션을 도입한 점은 칭찬받을만하지만, 이왕 적용하는 기능이라면 조금 더 완성도 높은 시스템으로 개선하기를 기대해 본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