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와 쿠페. 물과 기름처럼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단어가 조화롭게 결합해 매혹적인 차로 탄생했다. 벤츠 GLC 300 쿠페다.

메르세데스 벤츠 미디어 시승 행사가 열린 21일, GLC 쿠페를 타고 경기도 가평에서 서울 강남까지 63km 구간을 달렸다.

GLC 쿠페는 2016년 3월 뉴욕 오토쇼에서 첫선을 보였다. 국내에는 올해 1월 부분변경 모델이 출시됐다.

GLC 쿠페는 4,740×1,890×1,600mm 크기로 GLC(4,670×1,900×1,640mm)보다 길고, 좁고, 낮다. 쿠페의 디자인적 요소를 살리기 위해 길이가 더 늘어난 것. GLC 쿠페 전 모델에는 AMG 라인 익스테리어와 인테리어가 적용돼 훨씬 더 스포티한 맛을 낸다.

센터페시아 위로 모니터가 불쑥 튀어나왔다. 충돌 사고 시 운전자와 동승자에 불뚝 솟은 모니터는 운전자와 탑승자에게 위험할 수 있다. 돌출형 모니터는 매립형에 비해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

벤츠의 음성인식 기능인 MBUX가 적용됐다. 음성 명령을 통해 다양한 기능을 작동시킬 수 있어 버튼 조작의 번거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조그셔틀 조작 대신 터치스크린과 터치패드가 자리 잡아 조작이 수월해졌다. 스티어링 휠에는 컨트롤 패널이 적용됐다. 운전 중에 이런저런 기능을 조작하는 방법이 다양해졌고, 편해졌다.

도어와 센터 콘솔에 장식된 원목과 스티어링 휠의 스티치는 벤츠다운 고급스러움을 표현하는 소재들이다.

내비게이션은 완성도 높게 세팅됐다. 주행 중 주변의 주유소를 실시간으로 나타내주며, 고속도로에 진입하고 나들목을 빠져나갈 때는 정확한 위치를 알려준다. 갈림길에서 순간적인 판단 착오로 길을 잘못 들어설 위험이 거의 없다. 과속 카메라 근처에서는 경고음을 통해 운전자의 주의를 촉구할 줄도 안다.

 조향 반응은 가볍지만, 반응은 날카롭다. 길이 4.7m에 달하는 덩치가 남한강 와인딩 도로를 유연하게 빠져나갔다.

GLC 300 4매틱 쿠페는 직렬 4기통 2ℓ 싱글 터보엔진과 9단 자동변속기를 적용해 최고출력 258마력, 최대토크 37.7 kgm의 힘을 낸다.

저속에서는 변속 충격 없이 부드러운 변속을 이어나간다. 고속 주행 시에는 순간적으로 엔진음이 강하게 들린다. 배기량 적은 엔진이 회전수를 올리며 필요 이상의 소리를 토해내는 것. 작은 엔진에 큰 힘을 요구하는 시대다.

배출가스 규제는 시간이 흐를수록 강도를 높이지만, 그렇다고 소비자들이 이에 맞춰 성능의 기대수준을 낮춰주는 건 아니다. 그 사이에서 절묘한 타협점을 찾아내는 게 자동차 제조사들의 숙제. 배기량을 줄이고, 무게를 낮춰 연비와 배기가스 기준을 맞춰내야 한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엔진 효율을 극한적으로 끌어올려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는 힘을 만들어내야 한다. 다운사이징의 공식이다.

2.0 엔진이 258마력의 힘을 낸다. 그 힘이 차체를 여유 있게 끌고 달린다. 바닷속을 유영하는 상어처럼 여유 있게 움직이는가 하면, 필요할 때에는 있는 힘을 다해 전력 질주하는 표범처럼 움직일 줄도 안다. 유연하고 빠르다. 그리고 강하다.

서스펜션은 단단하지만 거칠지 않다. 딱 좋은 정도로 세팅된 서스펜션은 벤츠 특유의 고급스러운 거동을 완성시킨다. 오르막과 내리막, 코너가 이어지는, 전혀 부드럽지 않은 길을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은 단단한 서스펜션의 역할이 컸다.

GLC 쿠페는 긴급 상황에서 더 빛났다. 주행 중 앞에 달리고 있던 차가 급작스럽게 속도를 줄이더니 급차선변경으로 빠져나갔다. 연쇄 추돌이 일어날 수 있던 상황. 시승차의 드라이빙 어시스턴트가 경고음을 울리며, 운전하던 기자도 즉각 반응해 위험을 피했다.

그 외에도 차선 이탈 방지 패키지, LED 고성능 헤드램프, 어댑티브 하이빔 어시스트가 차의 안전을 지켜준다.

핸드폰 무선 충전 시스템, 키리스 고 패키지, 열선 스티어링 휠을 기본 적용해 운전의 편의를 높였다. 또한, 선택사양으로 제공되는 에너자이징 패키지를 통해 차량 내 최적의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시승차는 벤츠 GLC 300 4매틱 쿠페로 판매가격은 7,650만 원이다.

이상진 daedusj@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