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S60이 8년 만에 풀체인지를 거쳐 3세대 모델로 거듭났다. “스웨디시 다이내믹 세단”으로 볼보는 이 차를 소개하고 있다. D세그먼트 세단이다. BMW 3시리즈, 벤츠 C 클래스와 부딪히는 곳이다. 볼보는 S60을 앞세워 이들과 정면승부를 선언했다. 충만한 자신감은 하늘을 찌를 기세다.

스웨디시 다이내믹 세단 S60은 이제 미국 찰스턴 공장에서 만든다. 중국이 소유한 스웨덴 차가 미국에서 생산돼 한국에서 팔리는 것. 그야말로 글로벌 시대다.

S60 역시 SPA 플랫폼을 사용했다. T5 가솔린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 조합으로 일부 사양을 달리한 모멘텀과 인스크립션 두 개 트림을 한국 시장에 선보였다. 시승차는 인스크립션 트림.

길이와 휠베이는 차급의 경계를 위협할 만큼 키웠다. 길이는 이전보다 125mm를 확장해 4,760mm에 달한다. 휠베이스는 전체 길이의 60.3%에 달하는 2,872mm다. 폭은 1,850mm로 이전보다 15mm를 줄였다. 높이는 50mm를 낮춰 1,430mm. C클래스, 3시리즈보다 길고 넓고 낮다. 휠베이스도 길다. 영리한 설계다.

볼보에게 안전은 옵션이 아니다. 모든 트림에 인텔리 세이프를 기본 적용하는 이유다. 안전장비는 차급을 막론하고 기본으로 제공한다는 것. 이는 볼보의 약속에 맞닿는다. 2020년부터 볼보를 타다가 부상 혹은 사망하는 일이 없게 하겠다는 약속이다. 모든 차에 안전장비를 기본적용하는 이유다.

안전장비로는 긴급제동과 충돌회피 시스템을 포함하는 시티세이프티가 대표적이다. 레이더와 카메라가 자동차와 자전거, 사람, 큰 동물을 각각 식별한다. 도로이탈 완화, 반대차선 접근차량 충돌회피, 사각지대 정보, 액티브 하이빔 등도 시티 세이프티를 구성하는 기술들이다.

그뿐 아니다. 파일럿 어시스트, 즉 주행보조 시스템도 있다. 차간거리를 조절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로이탈 방지 시스템 등으로 반자율운전을 구현해내는 기술. S60을 포함한 볼보의 모든 차가 안전하게, 편하게 운전할 수 있다는 말이다.

운전석에 앉기 전에 뒷좌석에 꼭 앉아봐야 한다. 공간 그 자체가 주는 고급스러운 실내를 만날 수 있어서다. 무릎 앞 공간이 주먹 두 개보다 더 넓다. 센터 터널이 벽처럼 높게 솟아 있어 그 넓은 공간을 제한하고 있는 것은 아쉽다.

이 차에서 가장 탐나는 부분 중 하나는 오디오. 바워스 앤 윌킨스 오디오 시스템을 과감히 적용했다. 모두 15개의 스피커가 입체감 있는 소리를 들려준다. B&W 오디오 때문에 이 차를 욕심내는 이들도 있겠다.

센터패시아에는 9인치 모니터와 몇 개의 버튼이 전부다. 미니멀 디자인의 표본. 대부분의 기능은 스크린 터치로 해결한다. 비상등, 볼륨, 앞뒤 창 열선 정도를 버튼으로 사용할 뿐이다. 없어도 되는 버튼은 모두 모니터 안으로 숨겨버렸다.

직렬 4기통 2.0 가솔린 엔진은 254마력의 힘을 낸다. 공차중량 1,700kg을 끌고 달리기에는 충분한 힘이다. 마력당 무게비 6.69kg. 메이커가 밝힌 이 차의 0-100km/h 가속 시간은 6.5초. 다이내믹 세단이라 부르기에 충분한 성능이다.

낮은 속도로 노면 충격을 받을 땐 강하게 맞받아치는 느낌이다. 부드럽게 품어 앉는 느낌이 아니다. 빠른 속도에서는 단단한 서스펜션이 살짝 힘을 빼는 느낌. 좀 더 부드러운 거동을 보였다.

멀티링크방식의 리어 서스펜션에는 리프 스프링 하나가 좌우 방향으로 배치됐다. 노면 충격을 좀 더 섬세하게 걸러내는 효과를 내는 볼보만의 방법이다. 앞바퀴 굴림이지만 아주 빠른 속도에서도 차체 거동은 잘 제어됐고 운전자의 불안감은 크지 않았다.

강한 가속을 이어갈 때도 변속 구간에서는 한숨 쉬어간다. 잠깐 힘을 뺐다가 다시 힘을 모아 달려나간다. 변속 충격의 반대 현상이라고 보면 된다. 부드러운 변속이다. 다이내믹 모드에서는 변속 충격이 있더라도 직결감 있는 조금 더 강한 변속이었으면 좋겠다.

254마력의 힘은 거칠지 않았다. 8단 변속기의 부드러운 변속을 거친 힘은 빠르게 속도를 올렸지만 차체의 안정감을 해치지 않았고, 엔진 사운드도 대체로 낮은 톤을 유지했다. 있는 힘껏 내지르기보다 적정선에서 제어하는 절제된 힘이다.

프리미엄 세단으로 부족함이 없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넓은 공간, 주행 질감 등에서 높은 완성도를 보였다. 역설적으로 문제는 가격이다. 프리미엄 브랜드로 시장에 인정받는다는 건, 소비자들이 다소 비싼 가격을 용인하고 지갑을 열어야 비로소 완성된다.

S60은 모멘텀이 4,760만 원, 인스크립션이 5,360만 원. 경쟁모델로 지목한 3시리즈, C 클래스보다 낮은 가격이다. 가격경쟁력이 높다는 말이다. 동시에 프리미엄 브랜드로 시장에서 인정받기에는 아직 가야 할 길이 조금 더 남았다는 말이기도 하다.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정받기를 원하는 볼보의 딜레마, 혹은 가격의 역설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어김없이 S60에도 조수석 앞 대시보드에 칼날 같은 예각이 자리했다. 보는 것만으로도 불안하다. 안전에 치명적일 수 있어서다. 안전에 가장 큰 가치를 부여하는 볼보의 디자인으로서는 더더욱 문제다. 고쳐야 한다.

시승차의 뒤창에 자리한 브레이크등 커버가 덜렁거린다. 조립 불량이다. 시승차만의 문제다. 그렇다고 괜찮은 건 아니다. 다른 차에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여서다. 이런 조립 불량은 최종 검사과정에서 걸러져야 하는 데 그러지 못했다는 점 또한 지적받아 마땅하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