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라도가 왔다. 드디어. 이제 고를 수 있는 픽업 모델이 두 개가 됐다. 국산차 하나, 수입차 하나.

쉐보레가 26일, 강원도 횡성에서 콜로라도를 발표하고 기자단 시승회를 열었다. 3개 트림으로 라인업을 구성했다. 후륜구동인 익스트림, 사륜구동인 익스트림 4WD, 스타일팩을 더해 멋을 부린 익스트림 X. 각각 3,855만 원, 4,135만 원, 4,265만 원이다. 신차를 발표할 때마다 높은 가격을 고집했던 쉐보레가 이번에는 그래도 수긍이 가는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산 수입차다. 픽업의 본고장에서 온 정통 픽업. 쉐보레는 수입차 시장의 첫 픽업트럭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되돌아보면 과거 크라이슬러코리아가 닷지 다코타를 공식 수입 판매한 적이 있음을 짚어둘 필요가 있다. 굳이 의미를 담자면, 현재 수입차 시장 유일의 픽업트럭이라는 게 맞겠다.

쉐보레는 이번 시승회를 오프로드 특집으로 꾸몄다. 온로드는 밟아보지도 않고 오프로드에 전력투구하는 모습이다. 타고 보니 그럴만 했다.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아메리칸 픽업트럭의 진면목을 느끼기에는 거친 오프로드가 제격이었다. 다만 온로드 성능은 차후 체크해야 할 숙제로 남았다.

인테리어는 소박하다. 저렴한 소재를 사용했고 이렇다 할 꾸밈이 없다. 필요한 것, 있어야 할 것들로만 넘치지 않게 구성했다. 대신 2열 시트를 갖춰 5인승으로 알차게 만들었다. 2열 시트는 접을 수 있고, 화물칸과 연결된 뒷창은 유리로 만들어 개폐가 가능한 창문을 뒀다. 뒷 범퍼 좌우로는 밟고 올라설 수 있는 계단을 만들었고 적재함 바닥은 미끄러지지 않는 소재를 사용했다. 야간작업을 고려해 별도의 조명도 달아놓았다. 화려하게 꾸미는 대신 소박하지만, 꼭 필요한 부분을 세심하게 배려하고 있다.

V6 3.6 가솔린 엔진을 얹었다. 다운사이징은 염두에 없는 대 배기량이다. 이게 가능한 것은 픽업트럭은 배기량에 상관없이 연간 자동차세 2만8,500원으로 묶여있기 때문이다. 3만 원도 채 안 되는 자동차 세금을 내고 탈 수 있는 수입차인 셈이다. 어쩌면 이 차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인지도 모른다.

6기통 엔진은 때로 4기통만 활성화된다. 액티브 퓨얼 매니지먼트 시스템이다. 정속주행중, 내리막길 등 제한된 조건을 만족시킬 때 4기통으로 달리는 것. 연료 효율을 고려한 기술이다. 그래도 좋다고 할 수는 없는 연비다. 2WD 기준 8.3km/L, 4WD는 8.1km/L다. 워낙 배기량이 큰데다 공차중량이 4WD 기준 2,035kg에 달할 만큼 무거운 탓이다.

엔진 출력은 312마력, 토크는 38kgm다. 이 힘으로 3.2t까지 견인할 수 있다. 길이 7m의 트레일러를 아기를 업은 듯 아무렇지 않게 견인한다. 트레일러를 연결하고 슬라럼하듯 움직이는 데 아무런 부담이 없다. 좌우로 회전할 때 트레일러의 동선만 제대로 체크하면 힘이 부족할 일은 없을 듯. 토우 홀 모드를 갖춘 트레일러링 시스템 덕분이다. 겉보기에는 농사용이나, 작업용에 적합한 서민용 자동차지만, 쓰기에 따라서는 고급 레저용 자동차로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엔진만큼 덩치도 크다. 길이 5,415mm, 너비 1,885mm, 높이 1,830mm로 다루기가 만만치 않은 크기다. 도심, 좁은 골목길에서는 아무래도 부담스럽겠다.

도저히 통과하기 힘들 것 같은 길을 아무렇지도 않게 건너간다. 깊이 패인길에서는 대각선 타이어의 구동력만으로 관절 꺾이는 소리를 내가며 통과한다. 깊이 80cm 물길도 그냥 밀고 나간다. 아무런 튜닝을 하지 않은 출고 상태 그대로의 자동차가 이런 험한 길을 달린다는 게 대단한 일이다.

하늘만 보며 움직이는 오르막 언덕에서 정지 후 출발. 브레이크를 밟으면 3초간 유지되는데 3초가 지나도 차는 뒤로 밀리지 않는다. 가볍게 D로 기어가 물리며 출발 대기하는 자세다. 분명히 뒤로 밀려야 맞는데, 차는 엄청난 오르막에서 뒤로 밀릴 기색이 없다.

굿이어가 만든 255/65R17 사이즈의 타이어를 택했다. 사이드월이 높은 65시리즈다. 오프로드에선 편평비가 높은 타이어가 유리한 면이 있다. 스티어링 락투락 역시 3.3회전으로 여유가 있는 편. 약간의 유격도 있다. 이 역시 오프로드 주행을 염두에 둔 세팅이 아닌가 싶다.

리프 스프링을 사용한 리어 서스펜션은 적재함에 짐을 가득 실었을 때에도 차를 받쳐줘야 한다. 적재함을 비운 채로 운행해서였을까, 노면 충격을 받을 때 튀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트럼프처럼 크다. 오프로드에서 거침없이 내달리는 모습 역시 그를 연상케 한다. 어쩔 수 없는 아메리칸 정통 픽업트럭. 픽업은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차종이다. 미국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차종. 25% 관세를 고집하는 건, 죽어도 이 시장만큼은 다른 나라에 내줄 수 없다는 얘기다. 그만큼 미국인들의 정서에 깊게 다가서 있는 차이기도 하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인테리어에 사용된 소재는 너무 소박하다. 픽업이 고급스러울 필요가 있을까 묻는다면, 그래도 수입차인데 너무한 것 아니냐고 되묻고 싶을 정도다. 관점에 따라 판단은 다를 수 있겠다.

험로 주행을 강조하는 정통 오프로더인데 내리막길 정속주행장치가 없다. 4L의 1단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를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5km/h 미만의 속도에서 변속기를 N에 두고 세팅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덩치는 큰데 차 키는 너무 작다. 시동을 거는 데 지장 없으면 되겠지만, 그래도 너무 볼품이 없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