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뽕을 앞에 두고 짜장면을 생각한다. GDi에 MPi를 결합했다는 스마트스트림 엔진을 보며 든 생각이다. 어쩌면 이 엔진은 짬짜면 같은 존재일지 모른다.

기아차의 신형 K7 2.5엔진이 바로 그 스마트스트림 엔진이다. 직분사와 포트 분사를 함께 사용하는 신형 엔진이다. 직분사의 힘과 포트 분사의 편안함을 주행 상황에 따라 구현하는 방식이다. 직분사는 강한 힘과 높은 연료효율을 동시에 보여주지만, 압축비가 높아 소음과 진동을 지적하는 이들이 많다. MPi는 조용하고 편안하지만 고성능에 대응하기에 한계가 있다. 그 둘을 합쳐 중저속 구간에서는 MPi로, 고속에서는 직분사로 엔진을 구동하는 것. 중속 구간에서는 주행 상황에 맞춰 MPi와 GDi중 하나를 선택한다는 게 기아차의 설명.

기아차 K7 2.5 스마트 스트림을 시승했다. 노블레스 트림에 풀옵션을 적용한 차다. K7 2.5의 가격은 3,367만원부터다. 풀옵션을 장착하면 4,000만원을 넘는다. 시승차의 가격은 4,069만원.

2.5 가솔린 엔진은 8단 자동변속기의 조율을 거쳐 198마력에 25.3kgm의 성능을 드러낸다. 245/40R19 미쉐린 타이어를 사용해 공차중량 1,595kg으로 마력당 무게비는 8.05kg.

준대형 세단에게 198마력은 무난한 힘이다. 마력당 무게비 8kg은 가벼운 편이지만 GPS 계측기를 이용해 측정해본 0-100km/h 가속 시간은 10.04초가 가장 빨랐다. 강한 힘으로 빠르게 속도를 높이는 게 아니라, 꾸준히 힘을 모아 달리는 느낌이다.

서스펜션은 앞에 맥퍼슨스트럿, 뒤에 멀리링크를 썼다. 노면 충격을 부드럽게 품는다. 수도 없이 나타나는 과속방지턱을 편안하게 넘어간다. 턱을 넘은 뒤 잔진동도 느끼기 힘들다. 노면 충격에 대응하는 하체의 흔들림에서 적당한 쿠션을 가진 글러브를 끼고 때리는 타격감을 느낀다.

가속페달은 아무 저항 없이 바닥까지 밟힌다. 편안하게 움직이던 차는 속도를 더해 고속주행에 접어들면서 엔진 사운드도 함께 커진다. 바람 소리와 엔진 사운드가 함께 섞여 기분 좋은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실내는 대체로 조용한 편.

편안한 실내가 돋보인다. 빠르게 달리는 중에도 차체의 흔들림이 크지 않다. 실제 속도보다 체감속도가 낮다.

전체적으로 무난한 주행성능이다. 탄력 있게 치고 나가는, 힘찬 반응은 아니지만, 운전자가 요구하는 힘을 에누리 없이 꺼내준다.

저속에서 편안하고 고속에서 힘이 느껴지는 건, 스마트스트림 엔진 특성을 알고 난 뒤의 느낌이다. 사전 정보가 없었다면 느낌은 또 달랐을지 모른다. 아는 만큼 보이겠지만, 때로는 미리 알아서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다. 스마트 스트림 엔진만의 명확한 특징을 실제로 느끼기는 힘들다. 드라이버가 부족한 탓이다.

파주를 출발해서 서울까지 55km를 달리며 측정해본 실주행 연비는 15.2km/L 수준. 자유로를 25km가량 정속 주행할 때에는 20.2km/L까지도 기록했다. 공인복합 연비 11.1km/L보다 리터당 4km 이상 더 달린 기록이다. 무난한 동력 성능에 우수한 연비를 보인 것.

빌트인캠을 통해 차 뒤의 상황을 카메라를 통해 내비게이션 모니터로 볼 수 있다. 차 뒤의 모습이 시원하고 선명하게 보인다. 룸미러보다 훨씬 낫다. 빌트인 캠을 상시작동하면 내비게이션을 사용하지 못하는 게 흠이다. 차의 앞뒤 주행 상황을 상시 녹화해 핸드폰으로 내려받을 수도 있다. 전방 화면은 1920×1080, 후방 영상은 1280×736픽셀의 해상도다. 빌트인캠이 있다면 블랙박스는 없어도 되겠다. 단, 차 안의 소리는 이 영상에 담기지 않는다.

스마트센스는 다양한 기능으로 무장했다. 전방충돌방지보조, 차로이탈 방지보조, 후방교차충돌 방지보조까지 운전자가 일일이 챙기기 힘든 부분들을 빈틈없이 챙겨준다. 차로 유지보조와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은 숙련된 운전자처럼 차로 중앙을 유지하며 달린다. 굽은 길에서 아주 가끔은 차로를 밟기도 한다.

이변. 지난 7월 K7 판매량이 현대차 그랜저를 앞섰다. 시장이 K7을 인정한 것. 안심하기는 이르다. 기아차가 현대차를 잠시 앞서는 경우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곧 역전되곤 했기 때문이다. 그랜저의 반격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현대차그룹 안의 계열사지만, 집안에서의 경쟁은 의외로 무척 치열하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는 법. 직분사와 포트분사를 함께 사용하며 엔진 구동방식은 복잡해졌다. 고장이 날 위험이 크고, 정비하기도 쉽지는 않을 터다. 시장에 안착하는지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처음 시도하는 기술인만큼 내구성을 지켜봐야 하는 것.

실내 지붕과 앞창 사이에 손가락이 드나들 정도의 틈새가 있다. 치밀하고 고급스러워야 하는 준대형 세단답지 않다. 좀 더 야무진 마무리가 아쉽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