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보르기니가 신형 우라칸 에보를 한국에 투입했다. 국내 시판을 알린 날, 인제 스피디움에서 서킷 주행으로 시승할 기회를 얻었다.

자연흡기 V10 엔진과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 조합으로 640마력의 힘을 내는 슈퍼카다. 도로에 맞닿을 듯 보닛을 바짝 낮췄고 배기 파이프는 높게 배치했다. 앞이 낮고 뒤가 높은 쐐기 형태의 디자인이다. 휠 하우스에는 20인치 타이어로 꽉 채웠다.

알루미늄과 탄소섬유로 만들어진 차체는 다리미로 바짝 줄을 세워 다린 듯 날을 세웠다. 당당하고 날렵한 디자인은 에어로 다이내믹의 정수다. 공기의 흐름을 개선하고 다운포스를 1세대 우라칸 대비 5배나 개선했다는 게 람보르기니의 설명. 입실론과 육각형 패턴이 람보르기니 디자인 DNA. 차의 안팎에서 그 흔적을 발견한다.

바짝 신경을 곤두세운 녀석의 등에 올라탔다.

슈퍼카지만 차체를 컨트롤하는 첨단 기능을 대거 적용해 편하게 다룰 수 있게 만들었다. 통합 차체 컨트롤 시스템인 LDVI가 대표적이다. 수많은 센서를 통해 입력된 값을 바탕으로 각 기능을 적절히 조율해주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한다. 덕분에 서킷에서 아무 걱정 없이 전력 질주를 할 수 있었다.

주행 모드는 3개다. 스트라다, 스포츠, 코르사. 어떤 주행 모드로 시작하느냐에 따라 느낌은 전혀 다르다. 스트라다-스포츠-코르사로 옮겨가면 점점 강해지는 차체의 반응에 몸이 따라서 적응해 나간다. 제대로 차를 느낄 수 있는 방법이다.

코르사를 먼저 택하면 스포츠와 스트라다 모드가 심심해진다. 일반 도로에서라면 코르사 모드는 피하는 게 좋다. 차고 넘치는 640마력의 힘을 일반인이 코르사모드에서 제대로 다루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천방지축 날뛰는 황소 등에 올라탄 느낌이 딱 그럴 것이다.

스트라다 모드로 출발했다. 한치의 쿠션도 허용하지 않을 듯 단단한 하체는 서킷 바닥을 훑으며 있는 그대로의 느낌을 전했다. 아무리 서킷이지만 차체가 바닥에 닿지 않는 게 신기할 정도. 몇 개의 코너를 지나고 업힐과 다운힐을 거치며 차와 호흡을 맞춘 뒤 본격적인 달리기를 시작했다.

8.4인치 모니터를 통해 다양한 주행정보를 읽을 수 있지만, 그곳에 시선을 줄 여유가 없었다. 조향과 가속, 제동을 번갈아 하며 전력 질주에 온 정신을 집중해야 했다.

스포츠 모드에서 그 강도는 한 단계 높아졌다. 엔진 사운드는 톤을 높이고 무전기를 통해서는 쉴새 없이 인스트럭터의 안내와 주문이 쏟아졌다.

원 없이 속도를 높일 수 있었다. 스포츠 모드에서 시속 220km를 찍을 수 있었다. 직선로를 벗어나면서 문득 생각보다 다루기 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너 진입 속도가 아주 빠른데 무리 없이 코너를 탈출할 수 있었다. 사륜구동에 사륜조향, 토크벡터링 등이 백업해준 덕분이다. 또한,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역할을 하는 통합차체 컨트롤 시스템(LDVI)이 있기에 가능했다.

너무 믿었을까. 업힐을 마친 뒤 이어지는 코스에서 속도가 너무 빨랐다. 오버 스티어로 차가 미끄러졌다. 가까스로 균형을 되찾아 코스 이탈을 면했다. 빠른 속도에는 장사가 없다.

이어진 코르사 모드에서는 직선로에서 230km/h의 속도를 만났다. 아무리 서킷이라고는 하지만 이 속도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조금 더 속도를 높일 수도 있었는데, 선도차가 속도를 조절하는 눈치다.

코르사 모드에서의 엔진 사운드는 듣는 것만으로도 엔돌핀이 솟구친다. 티타늄 흡기 밸브와 경량화한 스포츠 배기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소리다. 마음껏 내지르는 소리에 속이 다 후련할 지경. 640마력의 힘, 공차중량 1,422kg. 마력당 무게비 2.2kg. 몸은 가볍고 힘은 천하장사다. 거칠 게 없다.

은 코르사 모드에서 빛을 발했다. 미친 듯 폭풍 질주를 이어가며 서킷 주행을 마무리했다.

슬라럼 테스트에는 사륜조향을 확실하게 느꼈다. 유턴하는 상황에서다. 뒷바퀴가 따라서 돌아가는 느낌이 마치 지게차가 움직이는 궤적과 같았다. 짐작은 했지만, 막상 실제로 느끼고 보니 색다른 반응이었다. 스트라다 모드에선 시속 70km, 스포츠 모드에선 시속 100km가 기준이다. 그 이하의 속도에서 앞뒤 바퀴가 역방향으로 조향 된다. 회전반경을 짧게 할 수 있는 것.

판매가격 3억4,500만 원. 이 차를 살 사람에게는 문제 되지 않겠지만, 사지 못할 사람에겐 너무 비싸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차에 드나들 때 몸을 한껏 낮춰야 한다. 불편하다. 오르고 내릴 때마다 낑낑대며 몸을 구겨야 한다. 3억 4,500만원이라는 비싼 가격을 주고 차를 산 오너도 예외 없다. 겸손한 자세를 강요하는 셈이니 친절하지도 온순하지도 않다. 그 앞에서 기꺼이 허리를 숙일 각오가 되어 있는 자만이 이 차에 오를 수 있다. 그게 당연할 줄 알지만,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