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대로 진화한 BMW Z4를 만났다. BMW의 핵심 가치인 운전의 즐거움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2인승 로드스터다. 토요타 수프라 와 같은 플랫폼을 사용한다. BMW와 토요타가 함께 개발한 것.

시승차는 BMW 뉴 Z4 s 드라이브 20i M 스포츠 패키지로 판매가격은 6,710만 원이다. 긴 이름에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

확 바뀐 디자인 중에서 헤드램프의 변화가 의미심장하다. 키드니 그릴과 함께 BMW의 디자인 DNA라고 할 수 있었던 원형 헤드램프가 완전히 사라진 것. 원형 헤드램프에서 벗어난 지는 오래됐지만 엔젤링을 적용하는 등 동그란 이미지를 남겨두었던 BMW가 Z4에서는 그 흔적을 완전히 지웠다. 더 커진 키드니 그릴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넓고 낮은 자세다. 다 만든 뒤 마지막 순간에 윗부분을 툭툭 내리쳐 높이를 낮춘 느낌. 길이는 4,324mm로 85mm를 키웠다. 너비는 74mm를 늘여 1,864mm가 됐다. 차 폭이 넓어 도로가 꽉 차는 느낌이다. 몸을 기울여야 겨우 옆 창에 손이 닿을 정도다. 높이는 1,304mm로 13mm가 높아졌고 휠베이스는 2,470mm로 26mm가 짧아졌다.

보닛에는 화살표 윤곽의 라인이 클래식한 느낌을 전한다. 255/35 ZR19 사이즈의 타이어가 앞에, 뒤에는 275/35 ZR19 미쉐린 타이어를 장착했다. 후륜구동으로 뒤에 접지력 큰 타이어를 신겼다.

차체는 넓고 낮다. 지면에 좀 더 가깝게 자세를 낮췄다. 무게중심이 낮아졌다. 차체 중앙에서 뒤쪽으로 물러앉게 시트를 배치했다. 헤드레스트 일체형 버킷 타입의 시트는 몸을 제대로 잡아준다. 럼버 서포트가 있어서 시트와 몸의 밀착감을 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다.

스티어링휠은 2회전 한다. 민첩한 동작을 예고하는 부분이다. 가변식 스티어링휠이다. 속도에 따라서 반발력과 조향 반응이 변한다. 핸들 아래로는 패들 시프트가 큼직하게 자리했다. 패들이 커서 손이 작은 사람도 편하게 조작할 수 있다.

센터패시아에는 터치스크린 모니터를 통해 i 드라이브의 다양한 기능이 구현된다. 10.25인치 크기의 ‘BMW 라이브 콕핏 프로페셔널’ 이다. 음성명령, 터치, 컨트롤러를 통해 조작할 수 있다. 지붕에는 SOS 버튼이 있다. 언제 어디서든 긴급한 순간에 도움을 청할 수 있는 핫라인을 가진 것. 커넥티드 기능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수평으로 직선을 강조한 인테리어다. 고집 있는 견고한 느낌을 준다. 실내공간은 2인승으로 꾸몄다. 좁다는 느낌은 없다. 하지만 수납공간은 마땅하지 않다. 시트 뒤 남는 공간을 수납공간으로 활용하면 된다. 실내공간의 넓고 좁음은 뒷좌석에서 판단하게 마련인데 뒷좌석이 아예 없으니 실내공간을 논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

지붕을 열면 가슴 탁 트이는 개방감을 만끽할 수 있다. 지붕을 닫으면 동굴 안에 들어앉은 편안한 느낌을 만난다.

트윈 터보 2.0 가솔린 엔진은 8단 스텝트로닉의 조율을 거쳐 197마력의 힘을 낸다. 공차중량 1,495kg으로 마력당 무게비는 7.58kg이다. 가솔린 엔진이지만 미립자 필터를 장착했다. 미세먼지 배출을 최소화하는 장치다.

메이커가 밝힌 이 차의 0-100km/h 가속 시간은 6.6초. GPS 계측기를 사용해 실제로 0-100km/h 가속 시간을 측정했다. 7차례 테스트했는데 모두 7초대를 기록했다. 가장 빠른 기록은 7.66초, 가장 늦은 기록은 7.93초, 7회 평균 기록은 7.77초였다.

시속 100km에서 1,500rpm을 유지한다. 수동변속을 하면 같은 속도에서 3단 5,500rpm까지 엔진 회전수를 끌어 올릴 수 있다. 3~8단에서 시속 100km를 유지하는 것. 급출발해도 휠스핀은 일어나지 않는다.

지붕을 열었다. 확 트인 시야.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는 숄더체크가 편하다. 시야를 가리는 어떤 것도 없다.

스포츠 모드를 택했다. 발끝을 움직일 때마다 강한 반응을 만난다. 툭툭 가속페달을 터치하면, 시트가 바로바로 몸을 밀어낸다. 197마력의 힘은 실제로 200마력을 훌쩍 뛰어넘는 힘으로 다가온다. 차체가 가벼워 힘의 효율이 좋은 것. 가속을 이어가면 한계 속도까지 거침없이 달려나간다. 저속에서 고속에 이르기까지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없다. 원할 때 원하는 만큼의 힘을 내준다. 총알처럼 빠르고 가볍다.

시원하게 가속하는데 실내로 들어오는 바람이 그렇게 거칠지 않다. 시트 헤드레스트 사이에 끼워 넣은 윈드 디플렉터 덕분이다. 윈드 디플렉터를 제거하면 거칠게 휘몰아치는 바람에 머리카락이 휘날리며 흐트러진다.

당연히 조용하지 않다. 지붕을 닫으면 소음은 어느 정도 줄어든다. 그래도 세단에 비하면 시끄러운 편으로 노면 잡소리, 바람 소리를 완전히 막아주지는 않는다.

에코 플러스 모드에서 엑셀 오프를 하면 탄력주행 상태가 된다. 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달리던 탄력을 유지하며 순항하는 것. 센터패시아의 모니터에서는 배터리 충전 중이라는 메시지가 뜬다. 친환경 자동차는 아니지만, 남는 힘을 이용해 12V 배터리에 충전하는 것.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은 정확하게 차간 거리를 유지하면서 정해진 속도 이내로 달린다. 차선유지 조향보조 장치는 없다. 조향에는 일절 개입하지 않는다. 달리는 즐거움을 만끽하는 로드스터인 만큼 조향의 즐거움은 운전자가 직접 느끼라는 의미일까.

시속 50km 이내 속도에서는 10초 이내로 지붕을 여닫을 수 있다. 지붕을 덮었다. 와글거리던 소리가 줄어들고, 휘날리던 머리도 차분히 제자리를 잡는다. 아늑하고 포근해진다. 야구 모자 깊게 눌러쓴 시야가 된다.

엔진 사운드는 듣기 좋다. 찢어지게 내지르는 소리가 아니다. 거칠지 않다. 전체적인 느낌은 맨주먹이 아니라 적당한 쿠션을 지닌 글러브를 끼고 때리는 타격감이다.

체감속도와 실제 속도는 대체로 일치한다. 고속에서 차체 안정감은 만족스럽지만 바람 소리가 속도감을 더한다. 소프트탑이어서 지붕을 닫아도 일반 세단과 비교할 때 바람 소리가 많이 들린다. 이를 탓할 수는 없다. 컨버터블은 그런 맛에 타는 것이 아닐까.

속도에 지지 않는 제동 능력을 갖췄다. M 스포츠 브레이크를 적용해 빠른 속도에서도 정확하고 빠르게 제동한다. 콱 처박힐 것을 각오하고 급제동했는데 앞이 살짝 숙여지는 정도의 반응을 보일 뿐이다. 잘 멈춰야 잘 달릴 수 있는 것, 그런 면에서 Z4는 스포츠카로서의 기본기를 잘 갖췄다.

직선로 끝의 회전 구간. 가속을 이어간 뒤, 제동, 그리고 턴. 조향은 정확하고 빠르다. 균형이 무너질 정도의 조향에도 차체는 잘 버틴다. 타이어와 서스펜션의 조화가 코너에서 빛을 발한다. 뉴 Z4는 서스펜션도 완전히 새롭게 설계했다. 앞에는 더블조인트 스프링 스트럿 액슬, 뒤에는 5링크 액슬을 적용했다.

BMW 최신 모델에서만 만날 수 있는 재미있는 기능이 있다. 후진 보조 장치다. 왔던 길을 50m까지 그대로 되짚어 후진하는 기능이다. 운전자는 속도가 너무 빠르지 않게 브레이크만 조작하면 된다. 막다른 골목길에서 후진할 때 무척 유용하다. BMW에서만 만날 수 있는 기능이다.

공인복합연비는 10.7km/L. 파주를 출발해 서울까지 55km를 달리며 측정한 실제 주행 연비는 17.3km/L였다. 6분 이상 엔진스탑이 일어났고, 평균 시속 48.6km였다.

하반기에는 더 센 놈이 온다. 뉴 Z4 M40i가 대기 중인 것. 직렬 6기통 3.0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387마력의 힘으로 4.5초 만에 시속 100km를 주파하는 제대로 된 고성능 모델이다. 판매가격은 9,070만 원으로 예고되어 있다. 좀 더 센 놈을 원한다면 이 녀석을 기다려 볼 일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주행보조 장치에서 차선유지 조향보조 시스템(LKAS)이 빠졌다. 지능형 안전시스템은 기본제공하고 있지만, 조향에 개입하는 주행보조 기능은 뺀 것. 후진 보조시스템이 있어서 이미 조향에 개입하고 있다. LKAS를 추가하면서 원가 부담이 크게 늘어날 이유가 없는 것. 이를 빼는 게 더 번거로운 일이 아닐까. 왜 뺐을까.
앞창과 실내 지붕이 만나는 부분에 손을 넣어보면 플라스틱 단면이 날카롭다. 거칠지 않게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굳이 그 부분에 손을 넣을 일이 있을까만은 그래도 엉뚱하게 손을 넣어보는 사람이 전혀 없지는 않을 것이기에….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