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세다고 다 깡패인 건 아니다. 333마력, 마력당 무게비 6.6kg의 힘은 부드럽게 드러난다. 부드럽고 편안한 주행 속에 단단하고 강한 힘이 숨어있다. 링컨 노틸러스 얘기다.

노틸러스. 항해를 의미하는 이 이름은 소설 해저 2만 리에 나오는 잠수함 이름이기도 하다. 부분변경 모델에 새 이름을 붙이는 건 흔한 경우는 아니다. 사람도 그렇듯, 이름을 바꾼다는 건 매우 의미가 큰 행위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한 뒤에 마침표를 찍는 의미로 이름을 바꾸는 것. 과연 그런가? 부분변경모델에서 가장 크게 바뀐 부분이 이름이라는 건 어쩌면 아이러니다.

MKX에서 이름을 바꾸고 새로운 항해를 시작한 노틸러스를 타고 자유로를 달렸다. 셀렉트와 리저브 두 개 트림 중 상위 트림인 리저브를 택했다.

스티어링휠은 2회전에 그친다. 4,825×1,935×1,700mm 크기로 큰 덩치지만 타이트한 조향비가 인상적이다. 큰 차에 타이트한 조향비가 가능한 건 속도에 대응하는 어댑티브 스티어링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V6 2.7 가솔린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로 파워트레인을 구성했다. 최고출력 333마력은 5,000rpm에서 구현된다. 최대토크는 3,000rpm에서 54.7kgm의 힘을 낸다. 공차중량 2,195kg으로 마력당 무게비는 6.59kg. 힘이 세기도 하거니와 힘의 효율도 무척 가볍다.

힘이 세면 거칠기 쉽다. 힘센 사람을 깡패에 비유하기 쉬운 이유다. 하지만 꼭 그런 건 아니다. 강한 힘을 적절하게 조율해 부드럽게 드러내는 게 프리미엄 브랜드의 미덕. 노틸러스가 그렇다. 아무 저항 없이 바닥까지 한 번에 밟히는 가속페달을 꾹 밟아 가속하면 333마력의 힘이 타이어를 굴리며 달려나가는데, 그 힘이 매우 부드럽게 드러난다. 변속감도 느끼기 힘들 정도다. 부드럽게 드러나는 강한 힘.

엔진은 강하고 변속은 부드럽다. 0-100km/h 가속을 하는데 무단변속기만큼 매끈한 변속감을 느낄 수 있었다. GPS 계측기로 수집한 데이터 그래프가 이를 말해준다.

차체의 흔들림도 적절하게 제어되고 있다. 도로의 굴곡을 기분 좋게 타고 넘는다. 충격, 흔들림을 잘 제어해 상당 부분을 걸러낸다. 어댑티브 서스펜션을 적용한 링컨 드라이브 컨트롤의 효과다. 단단한 서스펜션이지만, 유럽차들에 비교하면 살짝 부드러움이 드러나는 하체다.

코 파일럿 360으로 명명된 주행보조시스템은 보다 안전하고 편하게 차를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 레인센터링 기능에 힘입어 차로 중앙을 유지하며 달리는 모습은 숙련된 운전자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19개의 스피커가 적용된 레벨 울티마 오디오 시스템은 입체적이고 현장감 있는 소리를 들려준다. 이 오디오에는 클래리파이 기능이 있다. 압축된 디지털 음원을 원래의 음질로 복원시켜 준다. 음악을 귀로만 전하는 게 아니다. 베이스의 울림이 몸으로 전해진다. 음악과 오디오를 좋아한다면, 노틸러스를 눈여겨 볼만하다. 레벨 울티마 시스템은 링컨 브랜드에서만 만날 수 있다.

공인복합연비는 8.7km/L로 5등급이다. 시승을 마무리하고 파주에서 서울까지 55km를 달리며 직접 측정해본 연비는 11.6km/L로 측정됐다. 2.7ℓ 가솔린 엔진, 2.2t에 달하는 무게 등을 감안하면 좋은 연비를 기대하기는 힘든 체격조건이다. 그래도 연비 운전을 통해 두 자릿수 연비를 기대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가성비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노틸러스의 판매가격은 트림에 따라 5,870만 원과 6,600만 원. 프리미엄 SUV이지만, 국산 대형 SUV와 비교할 수 있을 정도다. 펠리세이드보다 수백만 원 비싼 것. 수입차 시장에서 이만한 가성비를 갖춘 차를 찾기는 쉽지 않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스마트폰 무선충전장치는 자꾸 에러 메시지를 띄운다.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 시승차만의 문제로 보이지만, 어쨌든 이런 증상이 다른 차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오토스탑과 오토홀드는 가끔 충돌을 일으킨다. 엔진이 멈춘 뒤 오토홀드가 작동한 상태에서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시동이 걸리는 것.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자주 그랬다. 사람이 밟고 있을 때 시동 꺼짐이 유지된다면, 오토홀드가 작동할 때에도 그래야 한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