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분변경 모델이라고 하지만 풀체인지에 가깝다. BMW의 신형 7시리즈 얘기다. 6세대 7시리즈 부분변경 모델. 큰 폭의 디자인 변경에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확보해 심기일전한 모습으로 시장 공략에 나섰다.

다른 차도 아닌 7시리즈다. 럭키 7. 기분 좋은 숫자다. BMW의 상징인 플래그십 세단의 변화는 시대의 흐름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 좀 더 당당한 모습으로 디테일을 세심하게 보강했다.

라인업이 화려하다. 6, 8, 12기통의 디젤과 가솔린 엔진으로 무장했다. 730d, 730Ld, 740d, 740Ld, 740Li, 750Li, M760Li, 745e, 745Le로 이어지는 라인업이다. 시장에 폭격을 가할 기세. 초여름 저녁, 740Li xDrive 디자인 퓨어 엑셀런스를 타고 시승에 나섰다. 판매가격 1억 6,200만 원짜리 모델이다.

당당한 존재감이 더 도드라진다. 이전 모델도 당당한 자태가 압권이었으나, 신형에 비하면 약하다. 키드니 그릴을 확 키웠다. 앞에서 보면 그릴만 보일 정도다. 보닛 끝에 자리한 엠블럼도 사이즈를 키웠다. 에어 브리더는 수직으로 세워 보디 측면에 당당한 L자 라인을 그리고 있다. 좌우의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를 이어주는 라인을 그어 정돈된 뒷모습을 완성하고 있다. 옆과 뒤로 수평 라인이 버티고 있다. 흔들리지 않는 견고함이다.

인테리어는 호화롭다. 그 안에 들어서면 기가 죽는다. 호화 저택의 응접실에 들어서는 기분이다. 대시보드까지 가죽으로 마감했고 천정은 스웨이드 가죽으로 마감했다. 눈이 먼저 알아보고, 손끝이 느끼는 촉감이 다르다.

스티어링 휠은 2.8 회전한다. 5,260×1,900×1,480mm의 크기에 어울리지 않는 예민한 조향비다. 적당히 굵은 스티어링 휠은 손에 꽉 차게 잡힌다. 드라이빙 어시스트 프로페셔널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BMW가 적용 가능한 최고 수준의 주행보조 기술을 담았다. 차선유지 보조 기능에는 측면충돌 방지보조 기능이 있고, 액티브 크루즈컨트롤은 스톱앤 고까지 커버한다. 파킹 어시스트에 더해 왔던 길을 50m까지 그대로 되짚어 후진하는 기능도 있다.

드라이빙 어시스트를 활성화시키면 노련한 드라이버처럼 차간 거리를 조절하고 차로 중앙을 유지하며 스스로 움직인다. 핸들에서 손을 놓아도 굽은 길을 놓치지 않고 달린다. 다만 핸들을 쥐라는 경고가 금방 뜬다. 경고를 무시하고 스티어링휠을 잡지 않으면 잠시 후 경고등이 빨간색으로 바뀌고 차는 스스로 속도를 늦춘다. 운전은 드라이버가 직접 하라는 의미다. 핸들을 가볍게 쥐고 있으면 된다. 나 말고 또 다른 누군가의 힘을 느끼며 달린다.

무심코 차선을 넘을라치면, 집 나가는 아들놈 잡아들이는 엄마의 손길처럼 강한 힘이 조향에 보태지며 차를 차선 안으로 잡아넣는다. 그 힘이 무척 세다. 조향에 개입하는 힘이 그만큼 강해진 것. 덕분에 제법 빠른 속도에서도 조향은 부드럽게 지원된다. 조금 더 높은 수준에서 완성된 조향 보조시스템이다.

12.3인치 계기판과 센터패시아 상단의 10.25인치 디스플레이를 통해 다양한 주행 정보를 볼 수 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 화면도 시원하게 키웠다. 필요한 기능을 찾아 조작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음성으로, 버튼으로, 화면 터치로 가능하다. 볼륨을 키우거나 채널 이동 등 몇 개의 제한된 기능은 손동작으로도 조작할 수 있다. 운전하면서 쓸데없는 손동작을 하지 말아야 한다. 뜬금없이 음악 소리가 커지는 순간을 만날 수 있다.

“퉁”하고 길이 패인 곳을 치고 나가는 느낌이 강하다. 부드럽게 감싸 안고 넘어가는 게 아니라 제법 세게 충격을 넘는다. 차가 흔들리지는 않았다. 흔들림을 억누른 채로 수평을 유지하며 충격을 소화해낸다. 어댑티브 서스펜션의 효과다. 전자제어식 댐퍼와 셀프 레벨링 기능이 적용된 2축 에어 서스펜션을 포함하는 어댑티브 서스펜션이 기본 장착되어 있다.

속도를 올렸다. 물 위를 달리는 요트처럼, 묵직한 느낌의 가속감이 살아난다. 흔들림이 억제된 극한의 안정감이 있다. 당당한 존재감을 뽐내는 7시리즈지만 몸을 낮출 줄도 안다. 차 높이를 최대 20mm까지 높일 수 있고, 시속 120km를 넘어서면 높이를 10mm가량 자동으로 낮춘다. 몸을 낮춘 겸손한 자세로 흔들림 없이 빠르게 달릴 줄 아는 것.

고속에서도 속도감은 그리 높지 않다. 실제 속도와 체감속도 간 차이가 크다. 계기판을 수시로 체크하지 않으면 과속하기 쉽겠다.

직렬 6기통 가솔린 3.0 엔진이 뿜어내는 힘은 340마력. 공차중량 2,045kg에 달하는 무게를 가볍게 끌고 달린다. 마력당 무게비 6.01kg으로 4.1초 만에 시속 100km를 주파한다고 BMW는 소개하고 있다. 최고수준의 성능을 유지하는 것은 플래그십 세단의 자존심이기도 하다. 성능만으로 평가받는 것은 아니지만, 성능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플래그십의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어서다.

빠른 속도와 가속감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그 속도에서 전해지는 안정감이다. 자석이 끌어당기는 것처럼 도로에 밀착해 흔들림 없이 달려나가는 모습은 경이로운 수준이다.
2t이 넘는 무게가 전혀 부담 없는 것은 제동에서도 마찬가지다. 빠른 속도로 질주하다가 강한 제동을 걸었는데 무리 없이 속도를 줄였다. 약간의 노즈 다이브를 느끼는 정도다. 주행 상황에 비춰보면 기대 이상의 반응이다. 7 시리즈답다.

시나브로 어둠이 내리는 길, 500m를 비춰주는 레이저 라이트는 전방 시야를 또렷하게 밝힌다. 어둠은 앰비언트 효과를 키워주는 배경이 된다. 다양한 컬러를 선택할 수 있다. 지붕을 덮은 파노라마 글래스에 심어놓은 1만5,000개의 패턴에도 앰비언트 라이트와 같은 색상의 빛이 감돈다. 스카이라운지에 앉아 세상을 내려다보듯, 지붕에 연한 빛이 스며들어 분위기를 살려준다.

운전석에서만 이 차를 느끼는 건 예의가 아니다. 뒷좌석, 오너의 자리에 앉아봐야 한다. 뒷좌석은 조금 높게 세팅되어 있다. 앉은 자세가 자연스럽고 편한 이유다. 당연히 시트를 조절해 누운듯한 자세를 취할 수 있다. 조수석을 앞으로 최대한 밀어내고 시트를 뒤로 누이면 세상 편한 자세가 된다.

뒷좌석 승객을 위한 별도의 모니터가 좌우에 각각 배치됐고, 이와 별도로 10인치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가 뒷좌석 암레스트에 배치됐다. 이를 통해 오디오, 내비게이션, 날씨, 실내조명 등을 조절할 수 있다. 뒤에 앉은 채 이 기능들을 오너의 취향대로 조절할 수 있다.

뒷좌석에 앉아 흘러가는 차창 밖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피곤에 지친 몸을 싣고 도로 위의 요트처럼 달린다. 시승을 위해 온몸의 신경을 곤두세웠지만, 스르르 긴장이 풀린다. 7시리즈의 오너라면 무슨 생각을 할까. 가장 성공한 사람들이 타는 차다. 조금 비틀어 말하면, 가장 성공한 것처럼 보이고 싶은 이들이 허세를 부리며 타는 차일 수도 있겠다.

뉴 7시리즈의 가격은 뉴 730d xDrive, 740d xDrive, 745e sDrive 디자인 퓨어 엑셀런스 모델이 각각 1억 3,700만원, 1억 4,680만원, 1억 4,670만원이며, M 스포츠 패키지 모델이 1억 3,950만원, 1억 4,930만원, 1억 4,920만원이다. 롱 휠베이스 모델인 뉴 730Ld xDrive, 740Ld xDrive, 745Le sDrive, 740Li xDrive 디자인 퓨어 엑셀런스 모델은 각각 1억 4,800만원, 1억 6,290만원, 1억 6,210만원, 1억 6,200만원이며, M 스포츠 패키지 모델은 1억 5,050만원, 1억 6,540만원, 1억 6,460만원, 1억 6,450만원이다.

어둠이 내리는 워커힐 호텔 애스톤 하우스로 되돌아 왔다. BMW는 이곳을 가장 진보적이면서도 플래그십의 우아한 감성을 함께 보여주는 공간으로 재구성해 놓았다. 행사장 내 별도로 설치된 파빌리온에서는 ‘핸드팬(Handpan)’ 연주자 조현의 감미로운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7시리즈와 함께한 야간 시승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7시리즈만큼이나 편안하고 안락한 밤이었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패들 시프트가 없다. 변속레버를 통해 수동변속을 할 수는 있지만, 그래도 플래그십 모델이라면 모든 게 다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스티어링 휠을 쥐고 달리다가 변속을 하고 싶어 괜히 헛손질을 할 때가 있다. 모든 트림이 1억 원을 훌쩍 뛰어넘고 시승차는 1억 6,200만 원을 호가한다. 게다가 제로백 4.1초를 자랑하는 고성능 세단이기도 하다. 이 정도 차라면 패들시프트는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음성명령은 제한적이다. “FM 라디오”라는 말에는 반응하는데, “FM 97.3”이라고 말하면 못 알아듣는다. 인공지능을 적용한 음성명령 기능까지 등장하는 마당에 필요한 명령만 가려듣는 건 최고의 세단답지 않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