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가 다시 한국에 왔다.

포르쉐 바이러스다. 3년 만에 열리는 포르쉐 월드로드쇼를 통해 그 바이러스가 다시 한국을 감염시키고 있다. 아직 한국에 데뷔하기 전인 최신형 모델들을 포함해 22대의 포르쉐가 용인 스피드웨이를 누볐다. 하나같이 바이러스를 잔뜩 묻힌 차들이어서 이를 경험한 이들은 한동안 심한 포르쉐 앓이를 각오해야 한다.

포르쉐를 타고 마음껏 서킷을 질주하는 기회. 포르쉐의 모든 차를 운전해 볼 수 있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기회다. 독일 본사에서 파견한 아주 나이스한 인스트럭터의 안내를 받으며 하루 종일 포르쉐와 놀았다.

신형 911에 올랐다. 코드네임 992. 바이러스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 차의 뒷부분 엔진룸 커버에는 992와 911을 암호처럼 새겨넣었다. 봉준호의 영화처럼 포르쉐에는 디테일을 읽는 즐거움이 있다. 결국 완성도를 높이는 건 디테일에 담긴 스토리임을 포르쉐는 알고 있는 거다.

역시 포르쉐는 수평 대향 엔진을 얹은 911이 최고다. 신형 911 카레라 S와 4S는 6기통 수평대향 터보차저 엔진을 얹어 최고 출력 450마력의 힘을 낸다. 카레라 S는 3.7초, 카레라 4S는 3.6초 만에 시속 100km를 돌파한다. 그만큼 빠르다.

고백컨데 서킷을 달리는 중에는 계기판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계기판을 보는 여유를 누리기에 속도는 너무 빨랐고, 코너는 쉼 없이 다가왔다. 밟으면 밟는 대로, 돌리면 돌리는 대로 911은 기대 이상의 반응으로 달렸다.

911의 최고봉 911터보와 GT3도 만날 수 있었다. 911 터보는 540마력, GT3는 500마력의 최고출력으로 시트가 몸을 두들겨 패듯이 달렸다. 고성능, 고속주행의 참맛을 제대로 보여주는 최고의 스포츠카였다.

4도어 모델들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매력을 가졌다. 911이 포르쉐를 대표하는 모델이라면 카이엔과 파나메라 등 4도어 모델들은 좀 더 기능적인 면을 강조해 판매를 견인하는 차종들이다.

911을 탄 뒤 만나는 4도어 모델들은 고성능, 다이내믹함이 조금은 덜한 게 사실. 특히 무게 중심이 확 높아지는 마칸과 카이엔을 운전할 때에는 고속 코너에서의 반응이 확실히 달랐다.

국내 출시 전인 ‘파나메라 터보 스포츠 투리스모’도 있었다. 최고 출력 550마력의 힘에 뒷좌석에 3개 시트를 적용한 합리적 기능을 더한 모델이다. 더 넓은 공간, 더 강한 힘을 가진 모델인 것.

포르쉐 바이러스를 퍼트리기 위해 전 세계를 돌며 포르쉐 월드 로드쇼를 연다고 한다. 감염되기는 쉽지만, 치료 약은 없고 면역력도 생기지 않는다.

열심히 일하는 수밖에 없다. 돈 벌어서 한 대 사기 전에는 그냥 포르쉐 앓이를 하는 수밖에….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