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의 감동을 되살리겠다.

5세대로 진화한 토요타 라브4의 각오다. 뉴 제너레이션 라브4를 타고 가평 소남이섬을 찍고 오는 시승 길에 올랐다. 신형 라브4는 가솔린 2WD, 하이브리드 2WD, 하이브리드 4WD로 라인업을 갖췄다. 시승 모델은 라브4 하이브리드 4WD로 최고급 트림이다.

직선. 보닛 끝단과 날렵한 앞뒤 램프, 심지어 휠하우스조차 직선을 응용하고 있다. 크로스 옥타곤 컨셉트의 디자인이라고 했다. 킨룩 디자인에서 벗어나 육각형, 혹은 팔각형의 디자인을 곳곳에 응용하고 있다.

둥글둥글한 모습으로 등장했던 1세대 모습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젖먹이가 청년으로 성장한 느낌이다. 강한 직선을 통해 자신의 주관을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다. 실내의 대시보드도 수평으로 뻗은 견고한 직선을 배치하고 있다.

‘SUV의 감동’을 어떻게 되살릴 것인가. 토요타는 오프로드에서 그 답을 찾고 있다. 시승 코스에는 모글코스, 사면도로, 급경사, 자갈길 등 제법 험한 오프로드가 포함됐다. 도시 생활에 어울리는 준중형 SUV이지만, 오프로드에서도 충분히 성능을 내는 SUV 본연의 자세도 갖추고 있음을 말해주고 싶었던 것. 그러나 오프로드를 지향하는 SUV라고 말할 수는 없다. 오프로드‘도’ 잘 달릴 수 있는 C 세그먼트 SUV로 봐야 한다.

오프로드 전용 주행모드라 할 수 있는 트레일 모드를 갖췄다. 거친 오프로드에서 구동력을 잃지 않고 제대로 움직일 수 있는 주행 모드다. 하지만 노멀모드에서도 오프로드 코스를 훌륭하게 주파했다. 최저지상고 190mm의 체형이 오프로드에서는 큰 장점이 된다.

라브4의 사륜구동 시스템은 E4 시스템으로 부른다. 뒷바퀴는 모터로 구동하는 방식. 사륜구동의 효율이 크게 개선됐다. 엔진 동력이 뒷바퀴로 가는 동안 발생하는 동력손실을 없앴다. 뒤에 배치한 모터에서 힘이 전달되기 때문이다. 신형 플랫폼인 TNGA 플랫폼을 사용해 몸무게도 80kg 줄였다. 경량화된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공인 복합연비 15.5km/L로 한층 개선됐다.

4,600x1855x1685mm의 크기로 전세대 모델보다 5mm가 짧다. 하지만 작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실내는 더 넓다. 넓어 보이는 게 아니라 실제로 넓다. 뒷좌석에 앉아보면 무릎 앞으로 주먹 두 개가 들어가고도 남는다. 시트도 누일 수 있어서 실제로 누릴 수 있는 유효 공간이 아주 넓다. 중형 SUV에 못지않은 공간.

길이는 짧아졌지만 휠베이스를 무려 30mm나 늘인 결과다. TNGA 플랫폼의 효과다. 휠베이스와 앞뒤 트레드를 확장시켜 주행안정감도 확연히 개선됐다. 중저속 구간에서 차의 흔들림이 덜하고 고속주행에서의 안정감은 탁월한 수준이다. 다리를 좀 더 벌려 안정감 있는 자세를 만든 데다 사륜구동 시스템, 그리고 뒤에 적용한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이 만들어낸 결과다.

60시리즈의 타이어를 사용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인지라 승차감을 무시할 수 없었을 터. 하지만 서스펜션이 잘 받쳐줘 물렁거리지 않는 적절한 수준의 탄성을 가진 하체가 됐다. 노면 충격을 살짝 품어 안으며 넘는다. 맞받아치는 느낌이 아니어서 훨씬 편하다.

오프로드 성능을 보완했다고 해서 온로드에서의 반응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큰 폭으로 개선됐다. 서스펜션의 반응, 고속주행 안정성, 하이브리드의 효율 등이 그랬다.

중저속에선 조용히 사뿐사뿐 움직일 줄 알고, 고삐를 풀어버리면 미친 듯 질주하는 야성도 가졌다.

시속 40km 미만 속도에선 EV 모드로 달릴 수 있다. 가솔린을 먹지 않고 전기의 힘으로 움직이는 것. 엔진 소리 없이 “앵~” 하는 모터 소리가 기특하게 들린다.

주행모드는 에코, 노멀, 스포츠 3개가 준비됐고 오프로드를 위한 트레일 모드는 별도 버튼으로 조작한다. 계기판에서 rpm 게이지는 사라졌다. 스포츠 모드에서도 rpm은 찾아볼 수 없다. 계기판 배경 컬러만 빨간색으로 바뀔 뿐이다.

가속을 이어가면 제법 힘찬 엔진소리가 들린다. 꼭꼭 싸맸던 소리를 풀어헤치는 것 같은 엔진 사운드를 토해낸다. 시원하게 터지는 초반 가속은 아니지만, 극한 속도까지 힘의 끊김 없이 힘차게 달려나간다.

eCVT의 효과다. 가속페달을 완전히 밟고 속도를 올리는데 중간에 변속의 느낌이 거의 없다. 끈질기게 물고 속도를 올린다.

앳킨슨 사이클인 2.5ℓ 다이내믹 포스 엔진은 152마력의 출력을 낸다. 여기에 모터의 힘을 더해 총 시스템 출력은 222마력에 이른다. 공차중량 1,720kg을 대입해 마력당 무게비를 계산해보면 7.74kg. GPS 계측기를 이용해 측정해본 결과 가장 빨리 시속 100km를 달린 시간은 8.5초. 성인 두 명이 탑승한 결과여서 기록을 단축할 여지는 조금 더 있다고 볼 수 있다.

토요타 세이프티 센스는 긴급 제동 보조시스템 PCS,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 DRCC, 차선 추적 어시스트 LTA, 오토매틱 하이빔 AHB으로 구성된다. 반자율 운전도 훌륭하게 해낸다. 차로 중앙을 유지하면서 차간거리로 유연하게 조절한다. 고속도로에서는 거의 자율운전차 흉내를 낸다.

강한 오프로드 성능이 굳이 필요할까?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도시형 준중형 SUV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면 4WD가 아니어도 좋겠다. 고객의 선택은 보장되는 셈이다. 4WD를 포기하면 신형 라브4의 가장 큰 변화이자 장점을 맛볼 수 없기는 하겠지만 조금 더 낮은 가격이 이 차를 살 수 있다.

판매가격은 가솔린 2WD 3,540만 원, 하이브리드 2WD 3,930만 원, 하이브리드 AWD 4,580만 원이다. 렉서스 UX가 4,510만 원부터 시작하니 고민해볼 필요는 있겠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커넥티드 기능이 아쉽다. 안드로이드 오토, 애플 카플레이 모두 대응하지 않는다. 블루투스 연결 정도를 이용할 수 있다. 첨단 자동차라는 이미지가 강한 하이브리드 모델인데 커넥티드 기능을 뺀 건 무척 아쉽다. 향후 단계적으로 이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토요타 측은 답했다.

계기판에는 너무 많은 정보가 작은 크기의 알파벳으로 표기된다. 산만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작은 글씨를 보려고 계기판을 가만히 집중해서 응시할 때도 있다. 빠르게 달리는 차에서 안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필요한 정보를 나눠서 볼 수 있게 하고 한글로 표현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오종훈 yes@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