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 N에 이어 U를 더해 RUN을 완성했다. 렉서스의 컴팩트 SUV, UX의 탄생이다. 전에 없던 차종이 새로 태어난 것. 이로써 렉서스는 RX,NX, UX로 이어지는 SUV 풀라인업을 완성하게 됐다. 3월 28일 서울모터쇼에서 신고식을 마친 렉서스 UX를 4월 1일 시승했다.

스핀들 그릴은 얼굴 거의 전부를 덮은 마스크처럼 큼직하게 자리 잡았다. 자동차 동네에서 가장 개성 강한 렉서스의 얼굴은 UX도 이어받았다. 범퍼 중앙을 정점으로 하는 입체적인 디자인이다. 덕분에 옆에서 볼 때 프런트 오버행이 과할 정도로 길어 보인다.

측면에서는 운전석 위치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흔들림이 가장 적은 곳, 차체 가운데에 운전석을 배치했다. UX는 렉서스의 신형 플랫폼 GA-C를 사용했다. 저중심 설계와 효과적인 중량배분, 경량화가 핵심.

앞모습 못지않게 뒤태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F1 머신의 뒷날개처럼 좌우의 리어램프를 연결했다. 살짝 돌출시킨 램프의 끝에 시선이 머문다.

“이것은 세단인가 SUV인가. 지금까지 이런 SUV는 없었다.” 는 생각이 들 만큼 세단 같은 SUV다. 높이가 낮아서다. 1,520mm에 불과한 차 높이는 보통의 SUV보다 낮고, 세단보다는 조금 높다. 세단과 SUV 사이의 틈새를 파고드는 느낌이다.

차폭으로 보면 결코 작은 차가 아니다. 1,840mm. 높이는 낮고 길이는 4,495mm로 짧지만, 충분히 넓은 크기. 작지만 작아 보이지 않는 이유다.

시승차는 UX 250h AWD. 하이브리드다. 2.0 가솔린 엔진과 앞뒤로 모터를 사용하는 사륜구동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다. 엔진 출력은 146마력, 앞에 80kW, 뒤에 5.4kW 모터를 사용해 총 시스템 출력은 183마력이다. 2.0 엔진은 렉서스의 신형 D-4S 엔진이다. 직분사와 포트 분사가 모두 가능한 ‘양수겸장형 엔진’이다.

e-CVT를 사용해 변속 충격을 생략한 가속감을 선보인다. 정지상태에서 가속을 시작하면 rpm이 흔들리지 않고 고속까지 이어간다. 무단변속기의 정석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

역시 렉서스! 소리가 절로 나올 만큼 주행 중 발생하는 소리들을 잘 다듬었다. 컴팩트 SUV지만 대형 럭셔리 SUV에 못지않은 실내 소음 수준을 보인다.

차체의 흔들림도 잘 억제하고 있다. GA-C 플랫폼의 낮은 무게중심, 더블 위시본 리어 서스펜션, 225/50 RF18 브리지스톤 타이어 등이 어우러져 고속 주행에서 체감속도는 실제 속도보다 훨씬 낮다. 운전석 시트 포지션은 세단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느낌을 준다. 그만큼 낮다.

렉서스 세이프티 시스템 플러스(LSS+)는 안전장비이자 반자율운전을 담당하는 첨단 기술이다. LSS+는 긴급제동 보조, 차선추적 어시스트,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컨트롤, 오토매틱 하이빔으로 구성된다. AWD 모델에는 사각지대 감지 모니터, 후측방 경고 장치 등을 더해 좀 더 완벽한 시스템을 선보인다.

앞차와의 차간거리를 유지하며 차로 중앙으로 달리는 ADAS 성능은 만족스럽다. 스티어링 휠을 쥐라는 경고가 조금 빠르다 싶게 나오지만, 안전을 위해선 바람직하다. 핸들에서 손을 놓고 달리는 건, 어쨌든 권할 일은 아니니까……. 어머니의 잔소리처럼,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면 잠시 뒤 어김없이 경고가 뜬다.

10.3 인치 내비게이션 모니터는 터치스크린 방식이 아니다. 변속레버 옆에 자리한 리모트 터치 인터페이스를 통해 조작해야 한다. 마치 마우스를 쓰듯 사용하는데, 터치에 대한 반응이 빠르고 정확하다.

배터리 충전량이 허락하면 시속 40km까지는 엔진을 끄고 EV 모드로 달릴 수 있다. EV 모드를 잘 활용하고 영리하게 배터리를 관리하면 아주 좋은 연비를 만날 수 있다. 이 차의 공인복합 연비는 15.9km/L. 2WD 모델은 16.7km/L에 달한다. 2.0 엔진의 연비라고는 믿기 힘든 수준.

하이브리드차는 고속도로 연비보다 시내 주행 연비가 더 좋다. 실생활에서 훨씬 더 좋은 연비를 만날 수 있다는 것.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체증 구간에서도 엔진스톱 시스템과 회생제동 시스템을 통해 연료 소비를 최소화하는 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판매가격은 2WD 모델이 4,510만 원, AWD가 5,410만 원. 가격 차이가 제법 커서 전시장에서 윗급으로 변심할 위험은 크지 않겠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컴팩트 SUV다. 컴팩트 SUV로 보는 사람에겐 가격이 눈에 걸리겠다. 프리미엄 브랜드인 ‘렉서스’에 눈이 가는 사람에겐 지갑을 열 만한 가격이 아닐까. 당연히 후자가 이 차의 고객이다.

하루가 멀게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날씨를 보며 이제 자동차 소비도 현명하게 해야 할 시대임을 절감한다. 물론 미세먼지의 원인이 자동차라는 데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숨쉬기 곤란할 정도의 날씨를 마주하며, 드는 생각이다. 착한 소비라는 면에서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비롯한 친환경 자동차를 진지하게 생각해볼 시점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가속페달을 밟아다 놓기를 반복하다 보면 가속페달에서 딸깍거리는 소리가 난다. 가속페달을 놓을 때 발생하는 소리다. 운전자가 조심하면 그 소리를 줄일 수 있지만, 무심코 운전하다 보면 다시 그 소리를 만난다. 소리를 잘 다루는 렉서스가 어떻게 이 소리를 놓쳤을까. 큰 기술이 필요한 부분은 아닌 만큼 즉각 조치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트렁크는 높다. 그 아래 배치된 하이브리드용 배터리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안다. 그래도 높아서 불편함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무거운 짐을 실을 땐 트렁크 바닥의 높이 1cm 차이가 무척 크다. 배터리 위치를 궁리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