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렌스 반 덴 애커 르노그룹 디자인총괄 부회장이 한국을 찾았다. 2019 서울모터쇼를 위해서다. 르노삼성차는 그가 디자인 작업을 총괄하는 XM3를 앞세워 서울모터쇼에 참가 중이다.

기자회견 뒤 그를 따로 만나 인터뷰했다. 시차 때문이었는지 피곤한 표정이었지만 질문이 이어질 때마다 적극적으로 답변했다.

그는 르노 브랜드 외에도 다치아, 르노삼성자동차, 알핀의 스타일링 개발을 이끌고 있다. 한국 스튜디오의 40여 명을 포함해 전 세계 6개 디자인 스튜디오에 근무 중인 디자인 인력 450명을 이끌고 있다.

르노삼성차가 주인공으로 내세운 XM3는 그가 디자인 작업을 책임지고 있다. 지난번 모스크바 모터쇼에서 처음 등장했을 때보다 조금 더 진전된 모습이다.

“같은 컨셉트를 가졌지만, 디테일에서의 구현 방법에 차이가 있다. 그릴, 범퍼, 도어 하단부, 휠 등 그렇다. 라이팅과 컬러에서도 변화가 있다”고 그는 말했다. XM3는 내년 상반기 출시할 예정. 양산차로 등장할 때에는 좀 더 다듬어진 모습을 기대해도 좋겠다.

흥미 있는 것은 자율주행자의 디자인에 관한 부분이다. 운전자가 운전할지 안 할지 선택할 수 있는 단계, 즉 운전자를 일부 대체하는 단계에서는 휴식을 위한 더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 완벽한 자율운전단계에서는 페달 스티어링휠 등이 없는 로봇차가 되어야 한다는 것. 자율운전의 단계에 따라 자동차의 모습이 달라질 것이란 얘기다.

“모든 게 변했고,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자동차 디자이너로서 10년 전과 비교해서 그러하다는 얘기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운전자가 없는 차를 만든다는 것을 믿기 힘들었다. 자율주행차의 시대가 오면서 모든 게 변했다. 그런 면에서 모든 게 변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안 변했다. 카 디자인의 본질은 그대로라는 것. 가슴을 뛰게 만들 정도로 매혹적이어야 하고 소비자들에게 소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카 디자인의 근본은 변하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카를로스 곤이 일본에서 체포되고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나면서 르노닛산얼라이언스에 변화는 없을까.
“이와 관련해 언급할 위치는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이어서 그는 “현장에서는 변화를 느끼기 어렵다. 얼라이언스는 강하고 건재하다. 얼라이언스는 한 사람이 좌우하는 이상의 관계다. 닛산과의 디자인 협업은 순조롭다. 연 2회 상호 방문하고 주요 정보와 데이터들을 공유하고 있다.”

자동차에는 프렌치 럭셔리가 없다. 패션, 코스매틱 분야에서는 프렌치 럭셔리 브랜드는 차고 넘친다. 그런데 왜 자동차엔 없을까. 늘 궁금했던 부분이다.

“맞다. 자동차에 있어서만큼은 독일, 영국 브랜드들이 럭셔리 시장을 장악했다. 프랑스가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제품 자체로서, 혹은 기술적으로 프리미엄 차량을 만드는 건 어렵지 않다. 문제는 고객이 가지고 있는 특정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 선입견이 강하다. 또한, 고객이 부가 많이 축적될수록 고객이 브랜드에 대한 보수적인 성향이 강해진다. 때문에 단시간에 프리미엄 브랜드를 구축하는 일은 어렵다.” 여기까지는 어쩌면 교과서적인 답변이다.

이어지는 말에 귀가 쏠린다.
“프랑스는 역사적 흐름을 바꾼 혁명의 역사를 지닌 나라다. 변혁의 역사가 있고 생각의 변화도 많은 나라라는 배경이 장시간에 걸쳐 다듬어내야 하는 자동차 분야 프리미엄 브랜드의 탄생과정과 (성격상) 조금은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기자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패션과 코스매틱에는 럭셔리 브랜드가 많은데 왜 자동차에는 그게 없는가. 궁금증은 여전히 남는다. 왜 그렇지?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