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로엥 C4 칵투스가 2세대 모델로 교체됐다. 뉴 시트로엥 C4 칵투스. 처음 출시할 때 눈길을 끌었던 에어범프는 차 아래로 몇 개만 남기고 모두 정리했다. 여드름 한가득이었던 얼굴이 완전히 변했다. 여드름이 사라지며 소년은 청년이 되는 법. 칵투스도 그만큼 자랐을지 모른다.

울트라 컴퍼터블 도심형 컴팩트 SUV. 칵투스 앞에 붙인 수식어가 거창하다. 울트라와 컴팩트가 한데 어울려 이 차를 설명하고 있다. 굳이 그 의미를 풀어보면 아주 편한, 사륜구동 장치가 없는, 작은 SUV라는 의미. 그 안에 이 차의 성격이 다 들어있다.

울트라 컴퍼터블. 그냥 컴퍼터블이 아니고 울트라 컴퍼터블이다. 도대체 얼마나 편하길래……. 요즘 차 답지 않게 편안함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그랬다. 유럽 차의 딱딱한 서스펜션이 아니다. 부드럽고, 때로는 말랑한, 그래서 코너에서 몰아붙이면 무너질 것처럼 기우는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무리하지 않고 달리면, 무척 편했다.

편안함의 포인트는 두 개, 서스펜션과 시트에 있다. 프로그레시브 하이드롤릭 쿠션 서스펜션은 말랑말랑한 느낌을 준다. 서스펜션의 댐퍼 위아래에 2개의 유압 쿠션을 더했다. 이를 통해 차체에 전해지는 충격을 조금 더 부드럽게 흡수하게 만들었다. 딱딱하게 받아치는 서스펜션이 아니라, 포근하게 품어내는 쇼크업소버다.

어드밴스드 컴포트 시트도 한몫한다. 푹신한 시트 위에 몸을 던지면 기분 좋게 받아준다. 어릴 적 놀던 3단 스펀지 매트 같은 느낌이다. 운전석은 물론 공원의 벤치처럼 만든 뒷좌석도 그랬다.

시트에 사용된 소재는 두께 15mm 폼이다. 얇은 폼이 아니라 넉넉하게 두꺼운 폼을 사용해 타이어와 서스펜션이 걸러낸 충격을 한 번 더 줄여준다. 편안하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일이다.

편한 건 좋은데, 버텨낼까. 궁금했다. 고속주행에서, 코너를 달릴 때, 급하게 멈출 때, 서스펜션이 견딜 수 있을까.

우선 일상 주행 영역에서. 아무 문제 없다. 오히려 작은 차에서 경험하기 힘든 편안함을 만난다. 무른 서스펜션이 조향과 제동에 부담을 주는 일은 없다.

고속주행에서도 크게 문제 될 건 없었다. 노면의 충격을 잘 거르지만, 도로 상태가 안 좋은 곳에서는 출렁이는 느낌을 주는 정도다. 생각보다는 괜찮았다.

힘들어하는 건 코너에서다. 좁은 코너를 빠른 속도로 몰아붙이면 차는 무너질 듯 기울며, 타이어도 살짝 미명을 내지른다. 도로 상태까지 안 좋으면 뒤 타이어가 통통 튀기도 한다.

넘치는 힘은 아니지만, 초반 가속 시 타이어 슬립이 일어날 만큼 힘을 몰아 쓰기도 한다. 고속주행까지 꾸준히 가속할 수 있지만, 아주 빠른 속도에서는 차체의 흔들림이 거슬릴 때가 있다.

그런데 이 차 타고 이렇게까지 달릴 일이 있을까? 라는 질문을 다시 해야 한다. 1.5 디젤 엔진을 얹은 작은 SUV를 타고 시속 150km를 넘게 달릴 일은 없어야 한다. 차가 무너져라, 코너를 강하게 돌아나가는 것도 권할 일은 아니다. 칵투스는 그렇게 타는 차가 아니다. 그렇게 빠르지 않은 속도로 ‘울트라 컴퍼터블’을 만끽하는 게 칵투스를 제대로 느끼는 방법이다. 흔히 말하는 펀 투 드라이브와는 정반대의 펀 투 드라이브를 가진 차다.

충격을 받아치는 강한 서스펜션보다, 품어 안는 어머니의 부드러움. 시트로엥 2CV를 생각하게 한다. 프랑스의 국민차로 칭송받던 2CV는 농부들이 달걀 바구니를 싣고 농로를 달려도 달걀이 깨지지 않게 만든다는 지향점을 가졌던 차다. 서스펜션이 부드러워야 가능했던 일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칵투스는 시트로엥의 정신을 담은 SUV로 봐도 좋겠다.

시속 5km 이하에서 작동한다는 액티브 세이프티 브레이크를 비롯해 그립컨트롤까지 12개의 안전, 편의 장비를 갖췄다. 주차를 돕는 파크 어시스트도 있다. 하지만, 반자율주행과는 거리가 있다. 크루즈컨트롤과 차선이탈경고장치가 기본형이다. 차간 거리를 조절하지 못하고, 스스로 조향에 개입하는 법도 없다. 차선을 이탈할 땐 경고음만 들려주는데 그것도 시속 60km 이상에서만 작동한다.

그렇다고 아주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액티브 세이프티 브레이크나 파크 어시스트, 그립 컨트롤 등은 아주 쓸모가 있다.

그립 컨트롤은 사륜구동을 대신한다. 미끄러운 길에서 타이어의 그립, 즉 마찰력을 유지시켜 헛바퀴 돌지 않고 움직일 수 있다. 무겁고 연비에 안 좋은 사륜구동에 비해 원가부담이 적고 가볍고 연비에도 좋아 효과적이다. 물론 아주 험한 길에서는 사륜구동만큼의 구동력을 내기 어렵지만, 도심형으로 만든 작은 SUV를 타고 거친 오프로드에 들어서지만 않는다면, 그립컨트롤만으로도 충분하다.

지저분해진 차창을 닦아주는 워셔액은 와이퍼 끝부분에서 분사된다. 보닛에서 쏘는 게 아니다. 덕분에 워셔액을 아낄 수 있을 뿐 아니라 효과적으로 차창을 닦을 수 있다.

내비게이션은 없다. 핸드폰과 연동시켜 사용하면 된다.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 모두 대응한다. 갤럭시 노트와 연동하면 카카오 내비를 사용할 수 있다. 음성명령도 스마트폰과 연동해 작동한다. 스마트폰과 합쳐지는 순간 비어있고 허전했던 부분들이 완벽하게 짜맞춰진다. 앞으로 유심 카드를 차에 장착한다고 하니 비어있는 많은 부분들이 채워질 것이다.

1.5 블루 HDi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 조합의 파워트레인이 내는 힘은 120마력, 30.6kgm. 큰 힘은 아니지만, 공차중량 1,265kg의 가벼운 차체를 부담 없이 끌고 달린다. 마력당 무게비 10.5kg으로 계측기를 이용해 3차례 측정한 0-100km/h 시간은 각각 10.11, 10.43, 10.64초로 평균 10.39초를 기록했다.

파주-서울 간 55km 거리를 주행하며 실주행 연비를 측정한 결과 평균연비는 27km/L로 나왔다. 이 차의 공인복합연비 15.5km/L보다 리터당 12km 가까이 더 달린 결과다. 공인복합연비도 놀랄만한 수준인데, 연비 운전을 제대로 하면 경이로운 수준의 연비를 만들어준다.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판매가격은 아랫급인 필 트림이 2,980만 원, 윗급인 샤인 트림은 3,290만 원이다. 오는 6월까지는 개별소비세 인하로 판매가격이 2,944만 원, 3,252만 원으로 더 싸다.


프랑스 젊은이들의 낭만을 느낄 수 있는 차다. 성격이 분명하고 유머와 위트를 담은 디자인으로 다른 차와는 분명히 다른 자기만의 컬러를 가졌다. 남다른 차를 원한다면, C4 칵투스도 좋은 후보다. 빠르게 달리고, 단단하게 움직이는 하드한 서스펜션을 원한다면, 이 차는 피해야 한다. C4 칵투스는 지금까지 만나본 많은 차들과 분명하게 다른 매력을 가진 차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대시보드에 돌출된 모니터는 심지어 분명하게 각이 잡혀있다. 부딪히면 다치기 딱 좋은 각이다. 안전띠 매고 있어 다칠 일이 없다지만, 세상일이 어디 생각대로만 되는가. 대시보드 디자인은 가장 보수적이어야 한다.
디젤 엔진 소리는 거슬린다. 세세한 부분까지 세심하게 마무리할 만큼 고급차는 아니라 해도, 공회전 때 들리는 엔진 소리는 거슬린다. 엔진 스톱 시스템이 있어 엔진 공회전 소리를 들을 일이 많지 않은 게 다행이지만, 그래서 가끔 들리는 그 소리가 거슬린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