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 고무나무 수액에서 나오는 끈적이고 탄성이 있는 물질 고무. 여기에 황을 첨가하면 가교결합(架橋結合; 유황성분이 고무분자 사이에서 마치 다리처럼 연결된다는 의미. ‘가교도장’이라는 용어도 있다)으로 탄성도가 매우 높아지는데 이것을 ‘가황고무’라고 한다. 2차 세계대전 중 연합군의 방해로 천연수액을 수입할 수 없었던 독일이 급한 김에 처음으로 합성고무를 만들었고 이후 다양한 방법들이 연구되면서 탄성도와 특성을 개선한 폴리클로로프렌고무(Polychloroprene Rubber, 네오프렌 고무),  부타디엔고무(Butadiene rubber), 우레탄고무 등 다양한 고무제품들이 산업, 생활 이곳 저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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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성고무 사용용도별 분류, 환경부 문서)

자동차에 있어서는 타이어는 물론 유압장치 실린더 등 작동 중 밀폐가 필요한 곳, 부싱(Bushing, 기계적 힘을 전달하되 진동은 차단한다)처럼 두 개의 움직임이 교차되는 곳,  고무호스와 같이 유체를 전달하고 진동과 움직임, 사후분리를 고려해야 하는 곳, 도어 웨더-스트립(Weather Strip)과 같은 단순 밀폐 마감이 필요한 곳, 기타 부품의 진동방지 등 생각보다 많은 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고무없이 이 세상 자동차는 움직일 수 없다.

그런데 이런 고무제품들은 비교적 열에 약하고 물체와 직접 접촉하면 쉽게 마모되며 특히, 시간이 지나면서 탄성도가 떨어지는 ‘경화현상’이 진행된다.  경화현상은 습기, 열 등 외적 인자에 의해 진행되는데 미리 경화방지제를 섞지만 근본적으로는 막기 어려운 자연현상이다. 설계자가 의도한 물성이 변하고 그것들이 중첩되면 어느 순간 다양한 형태의 고장증상이 발생한다.

이 과정을 ‘고무변성에 의한 자동차의 노화현상’이라고 재정의할 수도 있겠다.

예를 들어 연식이 오래된 자동차, 마일리지가 많은 자동차에 있어서 묘한 ‘덜그덕거림’은 흔한 증상이다. 과속방지턱을 지나갈 때, 함몰부위를 지나갈 때, 회전을 할 때 덜그덕거리는 소리나 느낌이 전해져 온다. 이것은 Control Rod, ARM 등의 부싱류, 내진동패드에 사용된 고무가 수축되고 경화되면서 아주 작은 틈들이 생기거나 탄성이 없어진 고무SEAL 파손으로 기계적인 마찰이 생기면서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서스팬션 부품들의 이격현상은 조향시스템의 컴프라이언스(Compliance, 조향추종과 복원)에도 영향을 끼쳐 차가 미세하게 오락가락, 정확한 핸들링을 할 수 없게 되고 한계상황까지 가면 상당히 위험하다.

워아암과 부싱

(Porsche Lower Control ARM 고무부싱 예, 출처 : www.elephantracing.com)

자동차에 있어서 고무는 절대적인 구성요소이나 마침 이곳저곳 눈에 안띄는 곳에서 사용되고 있어서 보통은 그 중요성을 놓치기 쉽다. 그런데 20년을 타도 멀쩡한 차와 불과 5년쯤 탔는데 등속조인트 부츠(Boots)가 찢어지고 조향시스템 컨트롤-로드 부츠도 찢어지고 살짝씩 삐그덕, 덜그덕거리는 차의 차이는 무엇일까?

얼마나 내성과 물성이 좋은 고무를 사용했는가에 있다. 즉, 자동차의 내구성과 오랜 시간이 흐른 후의 값어치를 결정짓는 숨겨진 요소들 중 하나가 고무라는 것. 고급차, 비싼차가 아니라… 많은 이들이 내구성 좋다고 하는 차는 따로 이유가 있다.

[참고 ] 오래된 내차 고무특성 변화 즉 노후도를 가늠하는 두 가지 잣대가 있다. 비오는 날 주행하면 물기가 틈새를 메꾸거나 윤활제 역할을 하여 잠시 잡음이 사라지고 추운 겨울에는 심하게 덜그덕 거리다가 한참을 주행하면 조금 나아진다. 고무부품들이 수축하면 틈이 벌어지고 주행 중 운동을 하면서 열이 발생하면 탄성도를 약간이라도 회복하기 때문이다. 대책은? 틈에 구리스를 주입하는 응급조치와 부품교체라는 근본적인 방법 두 가지밖에 없다.

 

박태수(motordicdaser@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