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모델에는 아연도금 강판을 20% 대폭 적용했습니다”라는 홍보문구. 그래봐야 철로 만든 판넬일 뿐인데 굳이 ‘아연도금’을 강조하고 또 늘 100%가 아닌 특정 사용비율을 자랑하는 이유는 뭘까?

물성이 남다른 철(Fe)은 기계장치 생산자 입장에서 가장 경제적인 대안이다. 어디에나 있는 산소는 활성도가 대단히 높아서 어지간한 원자들과 결합하여 흔히 이야기하는 산화반응을 일으킨다. 이 두가지가 결합된 조건 즉, 기계장치의 부식이 진행되면 철의 두께가 감소하여 구조적 강성이 급격히 떨어지게 되므로 어떻게든 철이 공기와 만나는 면을 처리하여 산화를 막아야 한다. 플라스틱으로 코팅을 하고 페인트로 도색을 하고…

그 방법론 중 ‘아연도금강판(Galvanized Steel Sheets)’이 있다. 이 강판은 스텐리스 강처럼 합금효과에 의해 부식이 근본적으로 방지되는 것이 아니라 표면에 있는 산화 아연층이 산소와 철이 결합되는 것을 1차 방지하되 흠집 등으로 그 층이 노출되면 주변 아연들이 먼저 산화되면서 철의 산화를 2차 지연시키는 특성이 있다. 건축물 외장마감에 구리를 쓰는 경우 불과 몇 달 안에 급격히 산화가 일어나지만 형성된 부식층 때문에 더 이상의 부식이 일어나지않는 것, 통조림 캔에 주석 도금을 하는 것과 유사한 효과로 결국 부식의 발생 가능성을 낮춘다. 제조법은 전기식, 융융식(Hot Dip), 합금화방식(Galvan-nealed Steel Sheets)이 있는데 합금화방식은 Fe-Zn 합금이 표면층에 존재하므로 강판을 자르거나 용접할 때도 대체적으로 도금특성이 그대로 유지되어 자동차용으로 적합하다.

이런 특수강판은 쉽게, 싸게 만들 수 없다. 합금화방식에 관한 POSCO의 설명자료를 보면 공정이 상당히 복잡하다는 것을 알 수 있고 너무도 뻔하게 작업단계가 많은 만큼, 에너지 소모량이 많은 만큼 아연도금강판 가격은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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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의 판매가격을 미리 가늠해둔 자동차메이커 입장에서는 부식은 방지해야겠고 그렇다고 부담스러운 아연도금강판만 쓸 수는 없는 노릇이라 눈치껏 제한적으로 적용할 수 밖에는 없다. 산출기준의 객관성이고 뭐고간에 숫치상으로 어떻게든, 금년엔 더 많이 썼다고 강조는 해야겠으니 고민이고… 이런 모든 것은 쓰는 돈과 버는 돈, 남는 돈, 전략적 판단 등 많은 변수들이 개입되는 ‘사업자의 주판알 튕기기’의 결과물인 셈. 그러다가 수출용과 내수용이 다르더라는 이야기까지 떠돌고 있는 것.

박태수(motordicdaser@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