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를 밟을 땐 룸미러를 봐라

기자의 첫 교통사고는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분당 율동공원 앞 삼거리 내리막에서 신호대기중이었다. 빨간 신호등을 보며 제일 앞에서 파란 신호등을 기다리고 있었다. 차를 멈춘 뒤 잠시 후 2.5톤 트럭이 느닷없이 뒤에서 내 차를 들이 받았다. 졸음운전으로 브레이크를 밟지도 못한 탓이었다.

다행히 세상과의 이별은 피했지만 나의 첫 차 프라이드와의 이별은 피할 수 없었다. 나 대신 프라이드가 죽은 셈이다.

그 사고 이후 나는 브레이크를 밟을 때 룸미러를 보는 버릇이 생겼다. 브레이크를 밟을 때에는 앞차를 보며 차간 거리를 유지해 차를 세우거나 속도를 조절해야 하는 게 정석. 하지만 나는 룸미러까지 신경써서 본다. 혹시 뒤차가 나를 덮치면 어쩌나 하는 불안 때문이다.

뒤차만 보는 건 아니다. 룸미러 속의 뒤차와 룸미러 너머의 앞차를 동시에 본다. 앞차와의 거리를 충분히 확보하지만 뒤차가 속도가 빠르거나 너무 바짝 다가오면 브레이크를 밟은 발의 힘을 빼면서 뒤차와의 공간을 조금 더 확보해둔다. 이때 브레이크에서 완전히 발을 떼지는 않는다. 빨간 브레이크등이 계속 작동시켜 뒤차에 내가 브레이크를 밟고 있음을 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 방법은 매우 유용했다. 뒤차와의 추돌을 몇 차례 피할 수 있었다.

흔히 브레이크를 밟을 때에는 앞차만을 본다. 앞차와의 거리를 확보하는 데에만 신경을 쓰는 것이다. 좀 더 안전해지려면 앞차를 보는데서 그치지 말고 뒤차를 함께 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사이드미러보다 룸미러가 유용하다. 사이드미러를 보면 뒤차를 볼 수 있지만 앞차를 시야에서 놓치게 된다. 룸미러를 보면 거울 안의 뒤차와 거울 너머의 앞차를 동시에 체크할 수 있다. 이 정도에서 제동해야 할 것인지, 좀 더 나가서 멈춰야 할 것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브레이크를 밟을 땐 뒤차의 움직임도 함께 살피자. 룸미러를 통해서.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