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심장에 어른의 몸을 가진 차, 포드 신형 이스케이프가 한국 도착을 알렸다.
신형 이스케이프는 ‘원 포드’ 정책에 따라 만들어진 SUV로 유럽에서 팔리는 쿠가와 같은 차다. 실용성을 강조한 아메리칸 SUV와 유럽의 감성이 담긴 쿠가를 하나로 합친 것이다.

2001년 데뷔한 이스케이프는 포드의 소형 SUV로 2012년 단종될 때까지 베스트셀링카로 미국 소비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모델이다. 쿠가는 2008년 탄생했다. SUV의 높은 시야를 유지하면서도 세단처럼 정확한 핸들링을 겸비한 SUV로 유럽 시장을 공략했다.
원포드 정책에 따라 두 개의 서로 다른 SUV를 하나로 합치는 과정이 그동안 진행돼 왔고 그 결과물인 이스케이프가 이제 한국시장에 소개된 것이다. 한국시장에는 1.6 에코부스트와 2.0 에코 부스트 두 개 차종을 판매한다.

미국의 실용성에 유럽의 감성을 더했다는 SUV 포드 이스케이프 1.6 에코부스트를 타고 달렸다.

굳이 스타일을 따진다면 얌전한 도심형 SUV라 하겠다. 제법 큰 덩치만 아니라면 여성적인 차라고 해도 좋을 만큼 차분하고 보수적인 모습이다. 포드 답다.
사이즈가 제법 크다. 길이 4,525mm, 너비 1,840mm, 높이 1,690mm로 공차중량은 1,740kg에 달한다. 사이즈만으로는 더 이상 컴팩트 SUV가 아니다.

시내를 벗어나 춘천고속도로로 향했다. 도심을 빠져나오는 동안에는 시원한 뷰가 마음에 들었다. 앞뒤 좌우는 물론 대형 선루프를 적용해 하늘까지 시원하게 볼 수 있었다. 세단보다 높은 시트 포지션에 멀리 내대 볼 수 있는 확실한 시야는 세단에선 누릴 수 없는 SUV의 매력이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한강을 무심코 바라보며 달리다가 갑자기 시승차가 1.6 엔진임을 떠올렸다. 차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새롭게 느껴진다. 엔진 배기량에 비해 차의 거동이 가벼워서다.

배기량 1,596cc의 에코 부스트 엔진은 180마력 25.4kgm의 힘을 뽑아낸다. 이 힘으로 1,700kg이 넘는 차체를 가뿐하게 끌고 달렸다. 차가 무겁다거나 굼뜨다는 느낌은 전혀 없다. 1.6 이라는 엔진 배기량이 믿기지 않을 만큼 경쾌하고 빠르게 속도를 냈다. 1.6리터와 1740kg의 조합으로 이런 반응을 끌어낼 수 있다는 게 놀랍다. 엔진이 작아서 힘이 없을 거란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겠다. 1.6 엔진의 끝판왕이다.

다만 언덕길을 오를 때 가속페달에서 발을 뗀 다음 다시 가속할 때에는 힘을 모으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고속에서는 한계가 드러날까. 속도를 끌어올렸다. 이스케이프는 시속 180km에서 가속이 차단된다. 그 속도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가속을 이어갈 수 있었다. 일상주행 영역을 벗어난 고속주행 구간에서도 파워가 부족하단 느낌은 들지 않았다. 시속 100km에서 rpm은 2,000에 머문다. 작은 배기량의 엔진이지만 6단 변속기와 어울려 큰 힘을 쓰지 않고도 100km/h를 커버한다.

포드는 이스케이프의 핸들링을 강조했다. SUV 답지 않은 예민한 핸들링을 갖췄다는 것. 핸들은 약 2.7 회전한다. 제법 민감한 핸들임을 눈치 챌 수 있다. 경쾌한 가속감과 더불어 날카로운 핸들링은 운전하는 즐거움을 크게 해주는 요소들이다.

와인딩 코스가 이어지는 산길에서 이스케이프의 능력은 더욱 빛났다. 스포츠카를 탄 듯 코너를 야무지게 물고 돌아나갔다.
코너에서는 몇 가지 기술적 요소가 작동한다. 타이트한 조향비를 갖춘 핸들링 자체의 능력, 커브 컨트롤, 그리고 토크 벡터링 기능 덕이다. 커브 컨트롤은 빠르게 코너에 진입할 경우 속도를 낮춰준다. 초당 16km/h씩 줄여주는 기술로 순간적으로 차의 속도를 줄여 안전하게 코너를 통과하게 해준다. 토크 벡터링도 있다. 토너 안쪽 바퀴에 브레이크를 걸어 코너링을 부드럽고 깔끔하게 마무리한다. 기계식 LSD를 전자화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이스케이프에 적용된 엔진은 1.6 엔진에 처음 에코 부스터를 적용한 엔진이다. 엔진 배기량을 작게 하고 트윈 스크롤 싱클 터보 차저를 얹어 연비와 힘을 동시에 잡았다. 터보 작동시간이 늦어지는 터보랙을 줄이기 위해 터보차처의 위치도 매니폴드 바로 앞에 배치해 즉각적으로 반응하도록 했다.
가솔린 엔진이어서 디젤에 비해 연비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동급 가솔린 엔진 모델중 중에서는 최고 수준의 연비를 갖췄다는 게 포드의 설명이다. 이 차의 복합연비는 10.1km/L. 기존 모델보다 10% 개선된 연비다.

이스케이프는 안정된 자세가 인상적이었다. 사륜구동시스템이 차의 주행조건에 맞게 앞뒤 구동력을 최적화해 사륜구동의 안정감을 만끽하게 해준다. 이스케이프의 사륜구동 시스템은 앞뒤 구동력을 0:100까지 배분한다. 시속 32km까지는 뒷바퀴가 구동한다. 편안한 가속감을 주기 위해서다. 정속주행을 할 때에는 앞바퀴로 구동력 전부를 보낸다. 구동상태는 실시간으로 계기판에 표시된다.

서스펜션 특징은 안락하면서 다이내믹하게 세팅했다. 서스펜션이 단단하지 않으면서 핸들링을 좋게 만들었다는 것. 직선로에서는 소프트한 서스펜션이 주는 승차감을 즐기고 코너에서는 앞서 얘기한 코너링 기술 등에 힘입어 예민한 핸들링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노면의 불규칙한 쇼크와 이로 인한 진동을 서스펜션 부싱과 핸들에서 각각 걸러줘 실제 운전자에게 전달되는 쇼크는 크지 않다.

변속레버는 버튼을 눌러야 D에서 N으로 움직인다. 그 반대 방향으로도 마찬가지다.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요지부동으로 버틴다. 엄지손가락이 닿는 곳에는 토글 스위치를 배치해 수동변속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변속 레버에 손을 얹은 채 변속이 가능한 것.

포드 이스케이프는 아이의 심장에 어른의 몸을 가지고도 훌륭한 몸놀림을 보였다. 작은 심장에 대한 걱정을 말끔하게 씻어버린 시승이었다.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가격. 포드 올 뉴 이스케이프 1.6 에코부스트의 가격은 3,230만원. 이쯤 되면 국산 SUV 고객들이 고민 좀 해봐야 할 것 같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계기판은 복잡해 보인다. 4개 부분으로 분할된 구성이 산만하다. 옆창으로 대시보드가 비치는 난반사도 운전할 때 거슬린다. 내비게이션 모니터를 통해 즐기는 유저 인터페이스는 영어로 표시돼 불편하다. 한글 기반으로 만드는 성의가 필요해 보인다.

오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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