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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한성. 대한민국 국민이 다 아는 이름이다. 혹자는 국민 성우라 그를 부르기도 한다. 형사 콜롬보, 맥가이버, 형사 가제트, 아마데우스, 굿모닝 베트남...주옥같은 외화에서 그의 목소리를 들었던 경험,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성우 배한성은 자동차 칼럼니스트로도 유명하다. 90년대, 자동차 잡지에 연재되던 그의 시승기와 칼럼은 많은 자동차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의 글을 읽으며 자동차에 대한 꿈을 키웠다는 이들도 많다. 감각적이면서도 핵심을 놓지지 않는 그의 글은 언제 읽어도 맛깔스럽다.

어렸을 때부터 그는 자동차를 좋아했다. 그림 속의 차들을 보면서 동경하던 그가 자동차와 본격적인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성우가 되면서 부터다. 차를 좋아했지만 정착 운전은 그리 신통치 않았던 듯 하다. 배한성의 차 근처에 차를 세우면 긁히기 일쑤였다는 소문이 자자했다한다. 70년대 후반, 그 넓은 주차장에서 옆 차를 긁기는 무척 어려웠을테지만 그에게 피해를 본 차들이 적지 않았다고 그는 기억한다.

80년대에는 수입차에도 눈을 줄 수 있었다. 외화 더빙과 방송 생활로 잘나가는 그에게 있어서 거의 유일한 취미가 자동차였다. 꽤 자주 차를 바꾸며 사치 아닌 사치를 부리기도 했다. "그 돈으로 강남에 땅을 샀더라면 큰 부자가 됐을 것"이겠지만 그는 후회하지 않는다. 노력해서 모은 돈으로 많은 차를 경험할 수 있었음에 그는 감사드린다.

급기야 그는 시승기를 쓰기에 이르른다. 성우 배한성이 차를 좋아한다는 소문이 나자 자동차 전문지에서 시승기 청탁이 들어온 것. 그래서 시작한 것이 '맥가이버 시승기'였다. 이 글을 쓰는 기자와는 그 즈음서부터 20년 가까운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이후 배한성의 로드 임프레션 등으로 바꿔가며 근 10여년을 자동차 칼럼과 시승기를 썼다. 주로 수입차를 대상으로 많은 차들을 시승하며 자동차 생활을 이어갔다. 자동차와의 인연은 교통방송의 퇴근길 프로그램 MC로 이어진다. 송도순 씨와 함께 진행한 그 프로그램은 교통방송 최장수 프로그램의 기록을 남기며 성우 배한성 주가를 한껏 띄웠다. 

배한성은 자동차에 얽힌 많은 이야기가 있다. 그중에서도 백미는 단연 유라시아 대륙 횡단이다. 1992년, 국산 경차를 타고 영국을 출발해 프랑스와 독일을 거쳐 체코와 폴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러시아를 거치며 달린 길은 많은 이야기 거리를 남겼다. 여행이라기보다 모험에 가까운 여정이었다. 긴 여정은 몽골을 거쳐 중국 베이징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평생 잊지 못한 추억"으로 그는 기억한다. 때로 죽을 고비를 넘기도 했고, 국경을 넘기 위해 기약없는 기다림에 불안해하기도 했다. 지금 들으니 별것 아닌 여행이겠지만 90년대 초반만 해도 사회주의 국가를 여행한다는 것은, 그것도 자동차를 몰고 움직인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모험이었다. 성우 배한성 일행의 유라시아 대륙횡단 이야기는 방송과 신문, 잡지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스웨덴 사브 자동차의 초청을 받아 노르웨이 최북단 노드캡까지 가는 서머드라이빙 페스티벌에 참가했던 기억도 각별하다. 북유럽의 색다른 풍광과 다양한 행사는 또 다른 멋과 낭만이 있었다. 미국 크라이슬러의 '루비콘 트레일' 행사에 참석했던 적도 있다. 길이 없는 곳을 참가자들과 협력하며 차를 타고 넘어가는 이색 이벤트 였다.

방송인으로 40년을 넘게 살아온 그는 어느새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 하지만 그의 정신은 여전히 스무살이다. 진 바지에 몸매가 드러나는 티셔츠를 입고 가방을 옆으로 비껴메고 걸어가는 모습은 스무살 청년이다. 서울예대 방송연예과에서 학생을 가르키는 교수 배한성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는 그저 운이 좋았다고 한다. 운이 좋아서 지금의 배한성이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인생을 들어보면 '운'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사람이다. 한국전쟁 와중에 북으로 가버린 아버지, 찢어지게 가난했던 어린 시절.  동양방송으로 입사한 그에게 80년 방송통폐합은 방송 생활 중단을 고민해야 할 만큼 아프고 힘든 시간이었다. 그런 시간이 있었기에 오늘의 그가 더 빛난다.  

'끊임없는 자기계발'은 오늘의 그를 만든 키워드다. 잘나가는 성우에 만족하지 않고 일찌감치 프리랜서의 길을 열어나갔고, 그보다 훨씬 오랜 전 어린 시절에는 영화를 통해 꿈을 간직하고 키워가는 열심한 생활이 쌓여 오늘의 그를 만든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그는 자동차를 좋아한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앉을 정도다. 자동차 얘기라면 눈이 초롱초롱 빛난다. 유라시아 대륙 횡단에 이어 아프리카 종단에 나서면 어떨까 하고 유혹하면 당장 쫓아나설 기세다. 천의 목소리를 가진 국민성우이자 영원한 자동차 마니아 배한성이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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