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차가 LPG 엔진을 앞세워 SUV 시장에 새로운 분위기를 불어넣고 있다. SUV는 디젤이라는 선입견을 깨고 도입한 LPG 엔진 모델이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국내에서 SUV는 디젤 엔진을 사용하는 게 정설이었다. 디젤 엔진이 가솔린이나 LPG보다 상대적으로 최대 토크가 높아 험로 주행을 염두로 한 SUV에게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디젤 엔진 입지가 점차 좁아지고 있다는 것. 수년 전 전 세계를 충격에 빠트렸던 배출가스 조작 사건 이후 ‘클린 디젤’이라는 관념이 깨지면서 디젤은 친환경과 양립하기 힘든 존재가 되고 있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발 빠르게 대체 파워트레인을 적극적으로 내놓고 있다. 최근 엔진 트렌드가 실용 영역에서 최대 토크를 뽑아내는 터보기술과 기어비 세팅이 일반화되면서 이제는 중형 배기량(2,000cc) 엔진이면 험로 주행에 전혀 부족하지 않은 힘을 낸다. 험로주행보다 도심형 SUV가 세단보다 더 많이 팔리는 상황으로 변하면서 조용한 가솔린, LPG SUV가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SUV는 디젤이라는 공식은 이제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의 지난 1년간 신차 등록 대수를 보면 국내 LPG 자동차 시장에서 QM6 LPe가 가장 많이 팔렸다. 2만 7,811대가 팔려나갔다. 중형 세단이 장악했던 LPG차 시장에서 SUV가 판매 1위에 올라선 것은 이례적이다. QM6 LPe가 그만큼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

가솔린 모델인 QM6 GDe 또한 지난해 국내시장에서 1만 6,415대 팔려 중형 SUV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배기량 2천cc 가솔린 SUV중에서는 가장 많이 팔렸다. 싼타페 가솔린 2,500cc 모델을 모두 포함하면 싼타페가 QM6 GDe를 근소하게 앞선다.

QM6 LPe는 가솔린 엔진보다 더 많이 등록됐다. 디젤엔진이 아닌 가솔린, LPG에서 QM6 모델들이 모두 선두권에 올라있는 점 또한 이례적인 일이다. 디젤이 주종인 국내 SUV 시장에서 해외 시장의 가솔린 트렌드와 소비자들의 친환경 인식이 높아진 점을 먼저 적용한 라인업 전략이 주효했다.

QM6 GDe의 주요 특징으로는 세단 수준의 뛰어난 정숙성과 높은 경제성이 주로 언급된다. 르노삼성자동차는 QM6 GDe와 LPe는 앞 유리에 열 차단 기능이 추가된 차음 윈드실드 글라스를 기본 적용하고, 소음 유입 가능성이 있는 차체 곳곳에 다양한 흡∙차음재를 디젤 모델 수준으로 적용했다.

M6 GDe의 복합 공인 연비는 11.6~12.0㎞/ℓ로 동급 중형 가솔린 SUV는 물론, 준중형 및 일부 소형 가솔린 SUV보다도 뛰어난 효율을 자랑한다. LPe 역시 동급 가솔린 모델에 비해 같은 연료비로 약 30% 더 멀리 갈 수 있어 디젤 수준의 경제성을 갖췄다.

QM6의 인기 요인은 단연 디자인이다. 한 시장 조사에 따르면, 응답 고객들의 42%가 QM6 구매 이유로 외관 스타일을 첫 번째로 꼽았다. 구매 이후 만족도 측면에서도 외관 스타일이 32%를 차지할 정도로 QM6는 디자인이 매우 중요한 구매 포인트다. 르노삼성차가 신형 QM6의 외관 디자인에 더욱 신경을 쓴 이유다.

QM6 디자인의 핵심인 크롬 라디에이터 그릴은 감각적이면서도 세련된 메시 패턴으로 변경했다. 태풍 로고를 가운데 두고 양쪽으로 펼쳐진 퀀텀 윙은 힘차게 비상하는 기운을 형상화했는데, 이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도약하려는 르노삼성차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로 이번 QM6에 최초로 적용됐다. 퀀텀 윙은 차체 양쪽에 인상적으로 드리워진 캐릭터 라인과 맞물려 전반적으로 역동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전 트림에 걸쳐 기본 적용한 LED 퓨어 비전 헤드램프도 눈여겨볼 포인트다. 신형 QM6는 이를 통해 감각적인 라이트 시그니처를 한층 강화했다. LED 퓨어 비전 헤드램프는 멋진 디자인 요소일뿐 아니라 전력 소모량이 적고 내구성도 뛰어나 기능적으로도 뛰어나다.

리어램프에는 다이내믹 턴 시그널을 처음 적용해 르노삼성차만의 라이트 시그니처를 표현했다. 이 동급 유일의 다이내믹 턴 시그널이다. 이는 시각적 아름다움을 완성할 뿐 아니라 명확한 신호를 전달해 안전에도 기여하는 등 전체적인 제품 완성도를 업그레이드했다.

QM6 판매를 이끄는 LPe의 가장 큰 특징은 누가 뭐라 해도 ‘도넛 탱크’다. 이 기술은 르노삼성자동차가 마운팅 관련 기술특허 및 상표권을 모두 소유하고 있다. ‘도넛 탱크’는 기존 LPG 차의 단점인 트렁크 공간 부족 문제를 말끔히 해결했다. ‘도넛 탱크’는 트렁크 바닥 스페어타이어 자리에 LPG 탱크를 배치함으로써 일반 차량의 85% 수준까지 트렁크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도넛 탱크’로 차체 무게 중심을 낮춰 안정적이면서도 고급스러운 승차감까지 추가로 제공한다. 여기에 SUV의 강점인 실용성까지 더해져 패밀리카 수요를 빨아들이면서 중형 SUV 시장에 조용한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오종훈 yes@autodiary.kr